`범죄도시2`서 역대급 악역 열연한 대세 배우 손석구 ‘추앙 신드롬’ 이어 물 만난 ‘천의 얼굴’
박세연 기자
입력 : 2022.06.07 16:37:39
수정 : 2022.06.07 16:37:54
손석구(39)가 제대로 물을 만났다. ‘추앙’ 신드롬을 일으킨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로 올봄 안방극장을 평정한 그는, 동일인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하게 다른 얼굴로 스크린 관객을 만난다. 한국 범죄 액션 대표 시리즈로 떠오른 영화 <범죄도시2>를 통해서다.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 금천경찰서 강력반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최강 빌런 강해상(손석구 분)을 잡기 위해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기를 담는다. 지난 2017년 10월 개봉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핸디캡을 넘어 688만 관객을 동원하며 메가 히트한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의 속편이다.
영화는 ‘본편을 뛰어넘는 속편은 없다’는 정설을 깨고 개봉 초반부터 일찌감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작품의 흥행에 대해 손석구는 “<범죄도시> 팀의 팀워크가 빛을 발했다고 생각한다. <범죄도시>라는 브랜드가 정착된 것 같고, 거기에 일조한 것 같아 기분이 매우 좋다”며 웃어 보였다. “<범죄도시2>는 오래전에 제안을 받았어요. <멜로가 체질> 방송이 끝날 때쯤이었죠. 한창 어떤 작품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범죄도시2> 이야기를 들었는데, 액션을 선호하지 않았고, 또 해본 적도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죠. 영화 자체는 좋아하지만 내가 하는 것에는 욕심이 나진 않았어요. 하지만 영화에 대한 감독님의 뜨거운 열정에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손석구는 <범죄도시2>에서 무자비한 악행을 일삼으며 자신에게 거슬리는 인물은 가차 없이 없애 버리는 역대급 범죄자 강해상 역을 맡았다. 자신의 역할에 대해 손석구는 “제 역할은 관객분들이 마석도라는 캐릭터 등 뒤에서 안전하게 있으면서 ‘쟤를 잡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끔 하는 것”이라 쿨하게 말했다.
“마지막에 통쾌한 액션을 통해서 악인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거죠. 우리 영화 특유의 코미디도 섞여 있어요. 제가 단짠단짠 속에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강렬하고 무서운 임팩트를 줘서 악인을 진짜 잡고 싶다는 마석도의 마인드에 관객들이 빙의될 수 있도록 충실히 하자 싶었어요.”
▶“액션 해보지 않아 고민 많이 해”
무엇보다 강해상은 마석도에 맞서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전편의 장첸(윤계상 분)과 위치상 연장선에 있는 메인 빌런이다. 장첸과의 비교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이에 대해 손석구는 “<범죄도시2>에 임하기 전부터 ‘메인 빌런이면 장첸보다 잘해야겠다’는 반응이 컸다. 하지만 스스로는 하나의 독립된 시나리오를 보고, 내 해석을 가지고 내 연기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1편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연기하는 게 아니지 않나. 부담은 없었다. 늘 하던 연기를 했을 뿐이다. 다만 개봉에 앞서서는 반응이 매우 궁금하고 비교에 부담도 됐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손석구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범죄도시>의 열혈 팬이었다고. 그는 “아직도 <범죄도시>의 장첸이 기억난다. 당시 <범죄도시>를 보러 갔다가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가 있나’라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범죄도시2>를 촬영하면서도 심심할 때 1편을 돌려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첸과 차별화를 주려는 생각 자체를 안 했어요. 시나리오에 있는 강해상을 기준으로 만들어가려고 했거든요. 만약 장첸과 차별화를 두려고 했다면 장첸의 강해상이 될 수도 있었겠죠. 이상하리만큼 속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촬영했습니다.”
<범죄도시2> 제작발표회 당시 마동석은 1편 장첸 역의 윤계상과 2편 강해상 역의 손석구의 비교에 대해 “1편에 호랑이가 나왔다면 2편에 사자가 나온 것 같다. 같은 맹수지만 결이 다르다.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라고 표현해 화제가 됐다. 마동석의 비유에 대해 손석구는 “형 말의 포인트는 ‘다르다’는 것”이라며 “1편에 이은 2편의 코미디, 1편과 2편의 빌런 비교 등 모든 게 재미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스포츠가 아니죠. 다른 재미가 있어요. 다만 제가 극에서 유난히 많이 뛰었는데, 마동석 형이 그 모습을 보면서 동물 한 마리가 뛰는 것 같다고도 했어요.(웃음)”
각본 속 ‘충동적이고 양아치 같던’ 강해상은, 손석구를 만나 카메라 앞에서 한층 더 냉혈한 인물로 변했다. 덕분에 묵직한 한 방은 더 거세졌다.
“기존 시나리오 속 강해상은 충동적이고 양아치 같았어요. 욕도 더 많이 있었는데 감독님께 욕은 안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욕을 한다면, 대척점에 있는 경찰을 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신을 하나 따로 만들었어요. 길에서 경찰을 찌르고, 공포에 질려있는 시민들에게 욕을 하는 장면이죠. 그게 아마 강해상이 욕을 하는 유일한 장면일 거예요. 한 번의 충격적인 장면을 넣고, 그 외에는 말수를 줄이고 행동이 먼저 나가도록 캐릭터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손석구가 시나리오의 행간에서 발견한 강해상의 전사는 일종의 ‘피해의식’이다. 그는 “강해상은 돈에 대한 무지성에 가까운 집착이 있다. 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과거에 본인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할 만한 일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피해의식에서 나오는 울분. 그런 정서가 생길 법한 삶을 살았겠다고 생각했다”고 자신이 해석한 캐릭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강해상은 생각을 길게 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을 향해 직진하는 인물이이에요. 당장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행동해야 하는 정제되지 않은 모습이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10㎏ 살 찌우고 1년간 태닝 다녀
강해상이란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손석구는 샤프함을 유지해 오던 비주얼에도 변화를 줬다. 무려 10㎏을 찌우며 캐릭터의 실사화에 몰두했다.
손석구는 “아무래도 복잡하지 않고 통쾌한 영화이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보는 맛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래서 의상, 분장을 한 번에 끝내지 않고 엄청 오래 갔다”고 비주얼라이징 과정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분장 실장님, 감독님과 회의를 많이 했다. 여러 버전을 거쳐서 찍기 며칠 전까지도 머리를 길러놓은 상태에서 길게 할지 자를지, 피부톤은 어떻게 할지 논의했다. 의상도 화려하진 않지만 다 제작해서 입었다. 또 살을 찌우고 싶었고 태닝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1년 동안 태닝을 하러 다녔더니 피부도 많이 상했어요. 내적으로는 제가 혈기왕성할 때, 울분과 화가 가득했던 시절을 많이 떠올리려고 했습니다.”
‘장르가 마동석’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범죄 액션물에서 극강의 강점을 보이는 마동석과의 호흡 역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 손석구는 “동석이 형의 연기는 리얼 그 자체다. 실제를 보는 것 같다”며 “저와 많은 장면에서 붙진 않았는데, 그냥 재미있었다. 동석이 형과 연기하면 연기하는 것 같지 않고 진짜 사람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석구는 또 “형사 분들과 친분도 많아서 실제 이야기를 많이 알고 계신다. 그걸 영화답게 녹이는 법을 천재같이 잘하신다. 감탄이 나온다. 배우고 싶다”고 극찬했다.
그렇다면, ‘최소 기절’을 유발하는 마동석의 주먹 타격감은 어땠을까. 손석구는 “동석이 형은 액션 전문가다. 보이는 타격감은 어마어마한데, 사실 안전하게 촬영해서 타격감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맨 마지막 액션 신을 찍을 땐 저희끼리 모니터링하면서 많이 웃었다. ‘현실에서는 한 대 맞으면 이미 기절했어야 했는데 오래도 버틴다’라고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범죄도시>는 제작자 마동석이 이미 8편까지 구상해놨다고 했을 정도로 향후 시리즈도 예고된 상태지만, 손석구는 자신의 <범죄도시> 필모그래피는 이번 한 편으로만 남기고 싶다고 했다. “다시 출연할 마음은 없어요. 그건 <범죄도시>를 위해서도, 저를 위해서도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아요. 이 브랜드가 계속 사랑받으려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강해상에게도 시작과 끝이 명확하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해방일지>선 180도 상반된 매력
<범죄도시2>에서 손석구의 몹시도 ‘매운 맛’을 볼 수 있다면, <나의 해방일지>에서는 180도 상반된 매력을 볼 수 있다. <나의 해방일지>는 드라마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의 박해영 작가와 <눈이 부시게> <로스쿨>을 연출한 김석윤 작가가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된 작품으로, 손석구는 상대 역 김지원과 함께 전무후무한 러브라인을 탄생시키며 ‘추앙커플’이라는 이름으로 시청자의 무한한 추앙을 받고 있다. 비슷한 시기 상반된 매력으로 대중 앞에 서게 된 데 대해 손석구는 “의도한 건 아닌데 같이 나오다 보니까 새로운 재미 포인트가 생긴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둘 다 오래 걸려 나온 작품이에요. <나의 해방일지>도 오래 전에 하기로 하고 작가님이 글을 더 쓰고 싶다고 해서 미뤄졌고, <범죄도시2>도 팬데믹으로 미뤄진 거죠. 나와도 진작 나왔어야 할 작품들이 이제야 나왔는데, 처음에는 배우로서 중간 공백이 너무 길어져서 불안하고 조급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두 배로 즐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실제로 <나의 해방일지> 속 구 씨의 대사처럼 손석구를 ‘추앙’하는 시청자들은 <범죄도시2>에서 제대로 흑화한 강해상을 보며 이른바 ‘구 씨 유니버스’를 만들어내며 작품을 두 배 세 배로 즐기고 있다. 이처럼 뜨거운 반응에, 손석구는 <나의 해방일지> 속 구 씨가 손석구의 인생 캐릭터라는 시청자의 반응에 대해서도 망설임 없이 동의하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멜로가 체질> <나의 해방일지>,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언프레임드> 연출에 이어 <범죄도시2>까지. 최근 3년간 손석구가 달리며 쌓아올린 필모그래피는 단순 ‘열일’의 증거로만 삼기엔 작품 하나하나가 주옥 같고, 의미 있다. 그 속에서 2017년 데뷔한 ‘늦깎이’ 배우 손석구가 성장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젠 연기가 좀 편해요. 예전보다 숨 쉬듯이 연기할 수 있게 됐어요. 동시에 그런 점을 주의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죠. 제가 대중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가고 있는지 객관화되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어요.”
다양한 도전을 통해 스스로 얻은 수확에 대해 담담하게 밝힌 그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호평에 대해서는 쑥스러워했지만 ‘좋은 연기’에 대한 소신만은 뚜렷했다.
“솔직한 연기가 좋은 연기 같아요. 솔직한 연기를 하려면 내가 누군지 알아야 하고 또 들뜨지 않아야 하죠. 나다운 것이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잘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항상스러움 안에서 자연스러운 변화가 올 테니까요.”
현재 손석구는 필리핀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카지노> 촬영에 한창이다. 하반기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즌2 촬영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 에이비오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