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특파원의 굿모닝 하노이] ‘하노이 강남’에 베트남 최초 실내 스키장… 초호화 부동산 프로젝트에 쏠리는 관심
홍장원 기자
입력 : 2019.12.05 17:04:12
수정 : 2019.12.08 10:02:13
눈이 오지 않는 하노이에도 겨울이 있다. 베트남의 남부 호찌민은 1년에 두 계절뿐이다. 건기와 우기로 나뉜다. 전형적인 열대기후다. 그러나 북부 하노이는 다르다. 뚜렷하게 구분되는 4계절이 있다. 여름에는 기온이 40℃까지 올라간다. 봄과 가을도 꽤 덥다. 11월에 반팔 차림으로 다닐 수 있는 날이 꽤 많을 정도다.
그러나 겨울만큼은 다르다. 어느새 뚝 떨어진 기온이 영상 10℃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경우가 있다. 서울에서야 별 것 아닌 날씨지만 습도가 높은 하노이에서는 10℃ 안팎까지 기온이 떨어지면 정부차원의 휴교령이 내려질 정도다. 너무 추워서 수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노이에서 처음 겨울을 맞는 한인들도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깜짝 놀라곤 한다. 한국에서 패딩 점퍼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부랴부랴 옷 가게에 달려갈 정도다. 꽤 두툼한 패딩을 입었는데도 한파가 옷깃을 파고들며 맹위를 부린다. 웬만한 서울 겨울 날씨 뺨치는 낮은 체감온도를 보여준다.
체감온도가 아무리 떨어져도 하노이에는 절대 눈이 오지 않는다. 이론상 물이 어는 0℃ 밑으로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니 눈이 올 리가 없다. 그래서 베트남은 겨울 스포츠와는 꽤 거리가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 겨울 스포츠는 소위 ‘잘 사는 나라’의 전유물인 경우가 많다. 소득 수준이 높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동계스포츠를 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도 겨울 스포츠에 대한 수요가 슬슬 많아지고 있다. 사시사철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하나씩 문을 열고 있다.
이런 수요를 간파한 베트남 최대 재벌 기업 빈그룹은 로열시티라는 대단지 아파트에 실내 스케이트장을 오픈했다. 약 4500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선 이곳은 지하 1~2층에 대규모 쇼핑몰 시설을 넣어 놓았다. 그리고 하노이 최초로 여기에 실내 스케이트장을 오픈했다. 1년 365일 가동되는 이곳은 생소한 스케이트를 접하려는 베트남 유소년이 몰려들어 주말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에 더해 하노이에는 베트남 최초 실내 스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노이는 도시 전체가 공사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곳곳에서 새로운 부동산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 그중 하노이 북쪽에 있는 시푸짜(Cipucha)란 곳은 가장 주목받는 곳 중 하나다.
하노이는 오랜 기간 구도심 틀을 유지한 채 발전해왔다. 이런 곳의 최대 단점은 길이 험하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꼬불거리는 길을 넓힌 자리에 규모가 큰 부동산 프로젝트가 들어서면 교통의 불편함은 피할 수 없는 약점이 된다. 오토바이가 점령한 매연 사이로 교통정체를 감수해야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식이다. 쾌적함과는 거리가 먼 주변 환경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시푸짜란 곳은 좀 궤가 다르다. 하노이가 새롭게 개발 중인 ‘도시 내 신도시’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이 처음 개발될 때와 비슷한 모양새다. 서울 압구정동도 현대아파트가 올라서기까지 주변이 전부 논과 밭이었다. 시푸짜 역시 강줄기 주변에 놓인 버려진 땅에 가까웠다. 따라서 도시계획이 가능한 곳이다. 주변 환경은 조용하고 눈에 거슬리는 흉물도 없다.
베트남 건설 기업 중 하나인 선샤인그룹이란 곳에서 이곳을 차세대 ‘하노이 강남’으로 점찍었다. 이곳에 초대형 프로젝트를 집중시키며 집중 개발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 최초 실내 스키장 역시 시푸짜에 들어서는 선샤인그룹 부동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선샤인 엠파이어(Sunshine Empire)’로 이름 붙여진 이 프로젝트는 7층 높이 실내 스키장이 들어선 호텔과 레지던스 아파트 3동이 포함되어 있다. 곧 분양에 돌입하는 레지던스 아파트는 분양가가 ㎡당 400만원 정도로 상당히 높다. 3.3㎡(평)당 1320만원이나 하는 셈이다. 선샤인 측은 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본사 차원에서 임대를 놓아 수익률을 돌려주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노이로 파견 온 외국인 근로자가 선호할 만한 레지던스 시설로 가꿔나가겠다는 것이 시행사 측 목표다.
최근 1~2년 사이에 하노이에서는 ‘고급’을 내세운 아파트가 잇달아 분양행진을 벌였다. 하노이 롯데센터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 잡은 ‘빈홈메트로폴리스’ 아파트는 ㎡당 분양가가 4000~4500달러에 달했다. 분양면적 기준 114㎡ 아파트가 5억원가량 분양가에 나왔지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분양하는 전체 분양물량의 30%는 완판되었다.
‘매트릭스원’이라고 이름 붙은 고층 아파트 역시 분양가가 ㎡당 3500달러 안팎으로 추산된다. 최고층 73층 규모로 계획 중인 이 아파트 역시 많은 사람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규모 호텔과 연회장, 아파트가 고층 스카이라인을 이루며 자리 잡은 구조다. 베트남은 여전히 연 6~7%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 높은 신흥국으로 분류된다. 부동산은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그래서 많은 한인들이 베트남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외국인은 아파트 신규 분양물량분의 30%까지 분양받을 수 있다. 현지 부동산 업계는 이 중 상당수가 한국 자금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만큼 베트남 부동산에 쏠리는 관심이 크다는 얘기다. 내국인을 상대로 거래되는 70% 물량은 간혹 미분양이 발생하지만,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30%의 물량은 수천만원가량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자칫 세계 경기가 침체로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최근 미중 무역 분쟁 잠정 타결로 인해 뉴욕 증시는 또 한 번 최고점을 경신했다. 전 세계 투자 심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IMF를 축으로 내년 각국 경제성장률 수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는 등 불안한 기운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베트남의 하노이가 중국 상하이, 선전이 그랬던 것처럼 가파른 부동산 투자의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 아니면 내년을 기점으로 한 차례 쉬어가는 국면을 연출할지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얘기다. 잇달아 터져 나오는 하노이 초호화 프로젝트 개장은 결국 둘 중 하나를 의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본격적인 상승 국면의 초입, 아니면 그동안 커져왔던 거품을 한 차례 빼고 가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