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스타’다. 동시에 하나의 ‘브랜드’다.
트럼프 그룹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에 부동산 재벌이지만 TV쇼 진행자로서도 이름을 날렸다. 정치판에서도 이름이 심심치 않게 오르내린다. 지난 2012년에는 공화당 후보로서 대선 출마를 저울질했었다. 오는 2016년 대선에서도 벌써부터 유력한 공화당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는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의 공동위원장을 겸임하고 있기도 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넘나드는 슈퍼스타인 셈이다.
워싱턴DC 부동산 초미의 관심 , FBI 본부 건물
그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자신의 왕국을 빠른 속도로 넓혀가고 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미국 워싱턴DC 중심가에 있는 ‘J 에드거 후버’ 연방수사국(FBI) 본부 건물을 눈여겨봐왔다”고 말했다. 그는 “입찰에 참여할지, 안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이 건물의 사업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유동적인 상황이지만 여차하면 입찰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백악관과 미국 의회를 잇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에 자리 잡은 FBI 본부 건물은 워싱턴DC 부동산 시장에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미 연방조달청(GSA)은 지난 해 후버 빌딩을 민간 개발업자에 맡겨 재개발하고, FBI 본부는 다른 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GSA가 빌딩 FBI 본부 이전을 추진하는 1차적인 이유는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다. 연방정부가 보유한 값비싼 부동산을 처분해 재정적자를 조금이나마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1974년에 지어진 후버빌딩은 운영하기에도 매우 비효율적인 건물이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다른 이유도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워싱턴DC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초대형 건물은 못 생기기로 유명해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라는 놀림을 받아왔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낡은 연방건물을 민간에 팔아치워 재개발을 유도함으로써 경관도 아름답게 만들고 재정적자도 줄이는 ‘일거 양득’을 노렸다는 것이다. 이런 건물을 트럼프가 인수하겠다고 나서준다면 GSA 입장에서는 귀가 번쩍 뜨일 만한 희소식이다.
사실 트럼프 제국의 ‘워싱턴DC 침공’은 수년 전부터 차근차근 진행돼왔다. 워싱턴DC 인근 라우던 카운티에 위치한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을 지난 2009년 매입했고, 작년에는 샤롯츠빌에 있는 크루게 와이너리를 인수했다.
‘올드 포스트 오피스 파빌리온’ 장기 임대
그러나 진짜 ‘초대형 뉴스’는 올 여름에 터졌다. 지난 8월초 트럼프 회장은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에 자리잡은 ‘올드 포스트 오피스 파빌리온’을 장기 임대하기로 했다. ‘올드 포스트 오피스 파빌리온’은 지난 1899년 지어진 워싱턴DC의 명물이다. 워싱턴DC 8대 관광지에 선정될 정도다. 특히 시계탑을 갖춘 이 오래된 건물에서는 백악관, 워싱턴 모뉴먼트, 의회 건물 등 워싱턴DC의 주요 건축물을 모조리 조망할 수 있다. 수도라는 이유로 고도 제한이 엄격히 적용되는 워싱턴DC에서는 이런 조망권은 엄청난 이점이다.
트럼프 회장은 올해로 114년째를 맞은 이 건물에 2억달러(2200억원)을 쏟아 부어 객실 271개를 갖춘 호텔로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이다. 2015년 말~2016년 초에 문을 열 이 호텔은 벌써부터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일찍이 보지 못한 ‘초럭셔리 호텔’될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 회장은 호텔이 문을 연 시점부터 60년간 물가수준을 감안해 매년 300만달러(33억원)를 임대료로 내기로 했는데, 원할 경우에는 40년간 임대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사실상 100년짜리 임대 계약을 맺은 셈이다.
지난 2011년 트럼프 회장은 자기 이름의 가치가 30억달러(3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말 그 정도의 브랜드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트럼프’하면 떠오르는 독특한 이미지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화려하고 떳떳하며, 거칠 것이 없다는 이미지다.
이런 이미지를 호텔, 골프장을 비롯한 부동산 개발사업에 덧씌우면 어떻게 될까.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미국 역사의 한 자락을 장식한 명물 건축물이라면 효과는 배가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타성과 역사성의 결합. 트럼프 제국이 요즘 워싱턴DC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