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초부터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중국 거의 대다수 지역에 사상 최악의 스모그 현상이 나타났다. 원래 매년마다 겨울이 되면 보통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스모그가 기승을 부리기는 했지만 올해처럼 심각한 상황은 처음이다. 베이징의 경우만 보더라도 올해 들어 스모그 발생일수가 왕년보다 거의 일주일이나 더 많았을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 정도도 전보다 훨씬 더 심하다는 게 주민들의 일반적인 느낌이다. 스모그에 대한 보편적인 우려 때문에 지난 구정에는 중국인들이 크게 중시하는 폭죽놀이도 왕년보다 크게 줄었다고 한다.
환경과 기상부문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서 스모그 현상이 왕년보다 더 심각한 이유는 우연하게도 기압이나 기온, 습도로 인한 기상조건이 다른 해에 비해 스모그 발생에 유리한 것과 중요한 연관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에서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는 폐기가스 등 오염물질이 스모그 현상의 주범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대기오염은 국민들의 건강을 해쳐 의료비용 증가와 사망률 상승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침 3월 5일부터 시작되는 제12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스모그 현상을 대표로 하는 환경악화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정부 책임이 당연히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조타수 역할을 하다가 이번에 정식으로 퇴임하는 후진타오, 원자바오의 입장에서 보면 때마침 찾아온 스모그가 그들을 상당히 난감한 처지에 빠지게 한 것이 분명하다.
물론 현재 스모그 현상이 이처럼 심각한 것은 후진타오 지도부의 책임만이 아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경제가 ‘성장 제일주의’ 길로 달려오다 보니 환경문제가 상대적으로 최우선 순위에서 멀어지면서 대기오염과 같은 문제들이 축적돼 왔다.
환경오염은 공업화를 추진하는 국가들이 보편적으로 겪게 되는 문제인데 선진국들도 대부분 공업화 후기에 가서야 비로소 이미 손상됐던 환경을 다시 복구하는 작업을 실시해 온 역사가 있다. 영국인들이 지금도 검은 정장을 즐겨 입는 것은 과거 런던의 매연이 심했던 공업화 초기에 그 습관이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만약 중국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으로 나간다면 그 경제적 대가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중국 내에서도 단순한 GDP 수치보다 녹색 GDP 수치를 개발해 평가지표로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문제가 특별히 심각한 것은 중국경제 자체의 특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선 공업화 사회는 기존의 농업사회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는데 13억 인구 때문에 중국이 매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나 기타 폐기가스의 절대량이 인구가 적은 나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게다가 중국은 연속 30년 이상이나 세상에 유례가 없을 정도의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단시일 내에 에너지에 많이 의존하는 공업화 사회로 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훨씬 적은 편인데 향후 공업화와 도시화가 계속 추진될수록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은 급격히 늘어나기 마련이다. 중국은 원래 원유 수출국이었지만 1993년부터 이미 순수입국으로 역전됐고 지난해 수입원유 의존도가 이미 60%에 육박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중국 에너지 자원 구조상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화력발전소와 수많은 지역의 난방용 연료로 석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석탄 연소 시 방출하는 유해기체는 물론이고 폐기가스 처리비용도 원유나 천연가스보다 더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기술적인 문제다.
중국정부가 지난 수년간 태양 에너지와 풍력 에너지 등 재생 에너지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한 것도 바로 석탄 사용을 일부 대체해 대기오염을 줄여 보려는 목적이 강했다. 그러나 재생 에너지는 생산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에 경제적인 관점에서 중국은 향후 상당기간 여전히 석탄 위주의 에너지 소비구조를 끌고 갈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중국경제 발전 추세를 감안한다면 설사 지금부터 정부가 환경보호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2040년경에 가서야 대기 품질이 현재 선진국 수준으로 회복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의 기술 조건하에서 경제발전과 환경보호는 서로 모순되는 측면을 안고 있는데 스모그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자동차 산업이 바로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난해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중국은 2011년보다 4.7% 더 많은 1928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는데, 그중 1077만대는 승용차로 6.4%의 증가율을 보였다.
비록 수년 전처럼 국내 자동차 시장이 연간 수십 %대의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하던 시기는 이미 지났지만 아직도 중국의 1인당 자동차 보유량은 2011년 기준으로 83대에 불과하다. 이 수치가 한국의 5분의 1정도인 점을 감안한다면 향후 중국 자동차의 잠재 시장수요는 거대할 수밖에 없다. 교체수요가 위주인 선진국과는 달리 자동차 신규수요가 향후 계속 늘어남에 따라 연료 사용량과 배출하는 폐기가스도 덩달아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 삼면이 바다인 한국과는 달리 광활한 중국의 내륙지역에서는 자동차가 배출하는 폐기가스가 바람을 타고 바다로 빠져나갈 방법도 없다. 중국의 내륙지역에서 전기자동차에 대해 유난히 집착하는 것도 그러한 지리적인 환경조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자동차 연료절감 기술을 도입하는 동시에 연료의 품질을 높이는 것도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조치인데, 이런 면에서 중국과 선진국과의 차이는 매우 큰 편이다. 또 자동차 연료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의 3대 원유정제 기업은 모두 덩치가 큰 국유기업들인데 연료품질 향상을 통해 폐기가스를 줄이려면 엄청난 규모의 신규투자가 필요하다.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는 것처럼 자동차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원유정제 국유기업들이 독점적으로 경영하다 보니 경영효율성이 낮은데 이 역시 폐기가스 감축 비용이 높은 원인 중의 하나로 작용한다.
중국에서 대기오염을 발생하는 원인 중의 하나로 매년 봄마다 건조한 서북지방에서 날아오는 황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황사는 매년 봄마다 베이징을 포함한 동부 연해지역의 많은 곳에서 날아오는데 서북풍을 타고 멀리 한국과 일본에까지 위력을 떨치고 있다. 그나마 약간 고무적인 소식은 중국이 지난 수년 동안 서부지역의 녹화사업과 초원 보호 등에 큰 노력을 기울인 결과 현재 베이징 등 지역의 황사 피해가 그 전보다 약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