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2022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3%를 예상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제시한 2022년 GDP 성장률 목표치 5.5%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중국은 매년 3월 GDP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는데 이처럼 목표치와 실제 성장률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경제 기반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2022년 경제 농사를 망친 중국은 2023년에 반전을 노리고 있다. 중국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제로코로나’ 정책도 사실상 폐기했다. 2023년은 중국 ‘위드코로나’의 원년이 되는 셈이다. 먼저 2023년 중국 경제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 내용을 살펴보면 경제 반등을 위해 성장에 올인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중국은 매년 12월 공산당 지도부가 모두 모여 이듬해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를 개최한다. 지난 12월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는 경제 회복을 위한 가용한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장 먼저 내세운 목표는 내수 확대다. 중국에서 소비는 GDP의 65.4%(2021년)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이다. 하지만 잇단 도시 봉쇄 등으로 인해 중국 소비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가장 최근 발표된 중국의 11월 소매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다. 중국인들의 지갑을 닫아버린 것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위드코로나로의 전환에 발맞춰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확대에 경제정책의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소비 확대를 위한 쿠폰 발행 등 각종 프로모션을 확대하고 신에너지차 구매 시 보조금 혜택 등을 연장하는 대책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또 경기부양을 위해 그동안 핵심 규제 대상이었던 빅테크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회의 보도문은 “디지털 경제를 힘껏 발전시키고, 상시적 감독 수준을 향상키고, 플랫폼 기업이 발전을 주도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국제 경쟁에서 큰 활약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그동안 빅테크에게 항상 따라다니던 ‘반(反)독점 및 반부당경쟁’이라는 지침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런 연장선에서 중국 지도부는 국영 기업과 민간 기업에 대한 동등한 대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민간 경제의 지원과 민간 기업의 재산권·이익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모든 계층의 간부들은 민간 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공동부유’도 이번 회의에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성장보다 분배에 초점을 맞춘 공동부유는 시진핑 주석의 핵심 경제 어젠다 중 하나다. 하지만 경제 성장이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공동부유의 속도 조절에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이같은 경제 활성화 대책을 바탕으로 중국은 2023년 성장률 목표치를 5%대로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공산당 산하 최대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최근 경제 청서를 발표하고, 2023년 중국 GDP 성장률이 5.1% 안팎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 정부에 성장률 목표치를 5%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또 2022년 경제성장률이 낮은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2023년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2023년 중반 이후 중국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최고 정책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경제위원회 부주임인 류스진 인민은행 금융정책위원도 “2023년 목표를 5% 이상으로 설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성장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의 전망도 대부분 낙관적이다. 후이판 UBS 아시아태평양투자총괄은 “2023년 중국 경제 성장률은 5% 정도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2023년 하반기 중국 경제가 크게 반등하고 소비와 제조업 투자, 인프라 투자가 3대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도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2023년 성장률이 5.4%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고 스탠다드차타드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원만하게 진행된다면 5.8%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중국 경제는 2023년 부동산 안정 정책과 방역 완화 대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글로벌 시장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위드코로나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중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백신 접종 확대 등 보완책이 없는 상태에서 위드코로나로 전면 이행할 경우 중국 본토에서 100만 명 안팎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위드코로나 부작용에 대한 경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루팅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에서 ‘위드코로나’로 가는 길은 여전히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들며 평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는 겨울철에 더 전염될 수 있고 (방역정책에 대한) 내러티브를 전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며 감염의 급증과 혼란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수 반등이 이끄는 실물경제의 회복은 코로나19 감염이 최악의 상황을 겪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도 3년간 지속된 제로코로나로 인해 이미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사업을 접었기 때문에 중국 경제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2023년 성장률 전망치는 4.5%로 제시했다.
IMF도 중국의 섣부른 위드코로나가 중국 경제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위드코로나로 전환한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 급증이 불가피하며 이에 따라 더 많은 노동자가 일시적으로 일하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의 방역 완화는 앞으로 몇 개월간 (중국 경제에)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드코로나 부작용으로 2023년 중국 경제 성장 전망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앞서 IMF는 중국 2023년 성장률을 4.4%로 예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