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고속성장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 내에서 2022년 경제성장률이 30여 년 만에 가장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고 국제통화기금(IMF) 등 해외에서도 중국 경제에 대한 경고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중국 경제 위기론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일단 중국 내부에서 나온 2022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부터 알아보자. 중국 국무원 최고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사회과학원이 제시한 수치는 5.3%다. 저성장이 이미 고착화된 한국 등 선진국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그다지 낮은 수치는 아니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과거 성장률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6%를 밑도는 성장률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2.3%)을 제외하면 1990년(3.8%) 이후 32년 만이다. 1990년은 톈안먼 사태로 중국 내부의 혼란이 최정점에 달했던 시점이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앞세워 고속성장을 구가할 당시 경제성장률이 두 자릿수에 달했다.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2011년이다.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2015년(6.9%) 7% 선이 깨진 이후로는 2016년 6.7%, 2017년 6.8%, 2018년 6.6%, 2019년 6.0% 등으로 5년 내내 6%대에서 하향 추세를 보였다. 2020년 성장률은 2.2%로 급락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는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8년 이후 4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중국 헝다그룹 사태와 관련한 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2021년은 8% 안팎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이후 V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중국이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8% 숫자 자체가 기저효과에 의한 영향이 큰 데다 상반기에 비해 3·4분기로 갈수록 성장률 둔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분기 18.3%까지 올랐던 분기 경제성장률은 2분기 7.9%, 3분기 4.9%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중국 정부의 두뇌 역할을 하는 사회과학원이 2022년 성장률을 5%대 초반으로 제시한 것이다. 사실상 고성장 시대의 종말을 예고한 셈이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5.2%, 블룸버그는 5.3%를 제시했다.
이보다 더 비관적인 시각도 많다. JP모건체이스는 2022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4.7%로 내다봤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4.3%를 제시하기도 했다. 맥쿼리 캐피털의 래리 후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2022년 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의 의견도 비슷한 수준이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10명의 경제학자 가운데 7명은 중국 관료들이 2021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혹은 그 이상으로 설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나머지 3명은 그 수준보다 약간 낮게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2022년에 6%를 넘는 경제성장률은 상상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 경제의 6% 성장 시대 종언을 예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요인 중 이른바 ‘헝다발 위기’다. 그동안 누적돼왔던 부채 폭탄이 터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고 이는 결국 중국 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부채가 360조원에 달하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은 사실상 파산을 선언한 상태다. 빚의 규모가 천문학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헝다그룹 파산 자체가 중국 경제를 대혼란에 빠지게 할 수준은 아니다. 중국 정부도 헝다 사태를 개별 기업의 위기라고 정의하면서 시장에서 질서 있는 퇴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문제는 후폭풍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인해 부동산 기업들의 도미노 파산이 이어지면서 중국 GDP의 30%에 달하는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로 연결된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세입의 대부분을 부동산 관련 매출에 의존하고 있다. 토지들을 헐값에 수용해서 헝다 같은 부동산 개발업체에 팔아서 돈을 조달한 것이다. 지방정부의 세입에서 이같은 토지판매 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곧 지방정부의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됐던 중국의 부채 문제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해외경제포커스’를 통해 “중국 경제는 과잉 레버리지가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까지 다다랐기 때문에 부채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으면 중장기 성장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세우는 ‘공동부유’도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크게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동부유 추진은 이른바 ‘공산당 리스크’가 극대화하면서 민간기업들의 투자와 성장이 크게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결국 중국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중국 제조기업들의 비용 상승 등도 중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중국 정부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2022년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공산당이 제시한 화두는 ‘안정’이었다. 이 회의에서 중국은 ‘안정을 우선으로 하되 안정 속에 성장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은 ‘온자당두, 온중구진(穩字當頭, 穩中求進)’을 2022년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의 문을 열 2022년 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경제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재정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의 유동성 수요를 합리적으로 충족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부동산 규제 정책의 변화도 예고했다. 정치국은 부동산 분야와 관련해 “주택 시장이 주택 구매자의 합리적 주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지지하고 부동산 산업의 건강한 발전 및 양성(良性) 순환을 촉진한다”고 언급했다. 정치국이 과거 부동산 규제를 강조할 때 항상 사용하던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표현이 빠지고 대신 ‘부동산 산업의 양성 순환’이라는 말이 새로 들어간 것이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로빈 싱 모건스탠리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분야와 관련한 어조가 더 비둘기파적이었다”라고 했고 블룸버그 통신도 중국 수뇌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고 평가했다. 과연 중국 정부의 안정책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2022년 경제성장률이 4%대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을 극복할 수 있을까. 중국 경제가 중대 기로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