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IG 2.0] 시장 먹어치우는 플랫폼 | 인터넷 게임산업 플랫폼 기업들 신주류 부상, 네이버·카카오·엔씨·넷마블 등 지배력 강화
김병수 기자
입력 : 2020.10.27 17:02:17
수정 : 2020.10.27 17:02:50
BBIG의 또 다른 한 축인 인터넷, 게임업종은 코로나 이후 더욱 주목받는다.
코로나19로 인해서 경기침체 하방 압력이 거세질수록, 대면접촉이 필요한 업종들의 실적 악화가 눈에 보일수록 상대적으로 언택트업종들은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게임업종의 플랫폼 기업들은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통산업의 영역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주식 시장은 이런 변화를 숫자로 보여준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총 합은 2년 전 39조원이었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2300선이었다. 두 회사의 시총은 최근 60조원을 넘어선다. 지수 대비 플랫폼 기업의 몸값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들의 시총 변화에 대해 안정환 BNK자산운용 총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카카오가 전통 은행업의 시총까지 잠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터넷, 클라우드, 이커머스 같은 비대면 산업은 오히려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같은 경우도 매출액이 상향조정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전자상거래·금융으로 도약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기반은 광고와 콘텐츠다. 코로나19에 따른 전체적인 광고 시장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스마트채널과 쇼핑광고, 카카오는 톡보드와 톡딜 등 신규 서비스를 내세워 한 단계 도약하는 모습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웹툰 플랫폼이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도 1조원을 돌파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네이버의 경우 웹툰을 포함한 국내 콘텐츠 매출이 최근 1년간 분기별 평균 21% 증가했고 전년 대비 66% 증가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특히 웹툰에서 시작된 콘텐츠 지적재산권(IP)이 드라마, 영화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의 웹툰 서비스에 대한 전략은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웹툰 시장규모는 2020년 135억달러로 추산되는데 한국 웹툰은 빠른 디지털화와 최적화된 플랫폼과 수익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유통업에서도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결제가 발생한 온라인 서비스는 네이버(21조원)였다. 올해 1분기 네이버를 통한 결제액은 약 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네이버 쇼핑은 이미 10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한 국내 최대 쇼핑 플랫폼이다. 반면 2년 전 16조원이었던 롯데쇼핑과 이마트 시총 합산은 6조원대로 급감했다. 최근 카카오에서는 럭셔리 액세서리나 잡화까지 팔 정도로 거래품목도 확대됐다. 코로나19를 통해 이커머스의 시장 소비층이 청년층에서 중장년층으로 확대된 결과다. 네이버쇼핑과 카카오커머스의 기업가치는 각각 7조5000억원, 1조3000억원가량으로 평가받는다.
네이버 쇼핑에서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는 ‘라이브커머스’ 기능
금융사업 진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네이버는 6월 8일 ‘연 3% 수익률에 결제 시 3% 네이버포인트 적립’ 혜택을 내세운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은 최대 9%포인트 혜택을 받도록 했다.
카카오페이 역시 증권 계좌를 본격화해 향후 자산관리, 투자,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증권 계좌 개설자는 최근까지 총 140여만 명에 달한다. 지난 3월에는 서비스를 개시한 지 28일 만에 50만 계좌를 돌파하기도 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025년경 기존 금융기관 수익의 40%를 핀테크 업체에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며 “올해 국내 금융업종의 시총은 19% 감소했는데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시장 점유율이 확대될수록 금융업종의 시가총액 감소분은 향후 핀테크 빅테크업종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업체들은 유통과 금융에서 플랫폼 지배자로 실적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이미 국내 4대 은행지주의 시총을 다 합한 액수보다 네이버 한 종목의 시총이 더 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는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96.6% 늘어난 11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3분기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4% 늘어난 2736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가 전자상거래 거래액이 증가하며 비즈니스플랫폼 매출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게임업체 글로벌 시장 공략
코로나19는 왕년의 게임 팬들도 다시 끌어모으고 있다. 통계분석기업 닐스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용시간이 20% 정도 늘어났다. 특히 미국에선 45% 늘어났다. 록다운과 야외활동 제약으로 실내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서 게임 시간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국내 게임 대표기업인 엔씨소프트도 코로나19로 실내활동이 늘어난 ‘린저씨(10대 때 리니지 게임 유저였던 청장년층)’를 끌어모으면서 매출이 크게 늘어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엔씨소프트의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의 두 배는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경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 프랜차이즈의 견고한 매출을 바탕으로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64% 늘어난 2조8000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이익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실내 체류 시간 효과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국내외에서 흥행에 성공한 신작매출이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4분기엔 게임 기업들이 그동안 준비해온 대작 출시가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게임즈에 이어서 크래프톤(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의 기업공개(IPO)도 예정되어 있어서 게임업체들이 한차례 더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게임산업의 맏형 격인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과 국내에서 경험을 쌓아 글로벌 시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견 게임사 ‘K·S·P (크래프톤·스마일게이트·펄어비스)’는 게임산업의 기대주로 평가받는다.
이들 중견 게임사들은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크래프톤의 대표작인 ‘배틀그라운드’는 초기 비판에도 불구하고 배틀로열 게임 장르의 개척자가 될 수 있었다. 펄어비스는 이미 만들어진 상용 게임엔진을 구매해서 쓰는 대신 직접 게임엔진을 만드는 노력 끝에 대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개발사라는 평을 듣게 됐고, 스마일게이트는 중국 시장에서 흥행한 ‘크로스파이어’를 드라마화하는 아이디어로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OSMU) 전략을 성공시켰다.
이들 회사는 올 상반기에만 1조3898억원가량의 해외 매출을 합작해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40억달러(약 4조7000억원)를 처음 돌파한 게임 수출액은 5조원 고지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한국 게임업계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카카오페이 QR코드
실제로 요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크래프톤은 올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넥슨에 이어 국내 2위를 차지했다. 배틀그라운드의 PC와 콘솔 판매량은 올해 상반기 기준 7000만 장을 넘어섰고, 모바일 다운로드도 지난해 이미 6억 건을 돌파했다. 스마일게이트도 글로벌 게임사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올해 ‘글로벌 IP 명문 기업으로 도약’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2008년 중국에서 론칭한 온라인 1인칭 슈팅게임(FPS) ‘크로스파이어’를 소재로 한 36회짜리 드라마 <천월화선>은 텐센트 비디오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크로스파이어 IP 기반 첫 콘솔 게임도 준비하고 있다. ‘검은 사막’으로 잘 알려진 펄어비스 역시 기술력에 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펄어비스는 ‘검은 사막’ 출시 5년 만에 누적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검은 사막’에 안주하지 않고 신작 ‘섀도우 아레나’를 선보였고, ‘붉은 사막’ ‘도깨비’ ‘플랜8’도 개발하고 있다.
게임기업들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향후 기대를 높이는 대목이다.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음악(스포티파이)이나 영상(유튜브, 넷플릭스)에 이은 디지털 콘텐츠 시장 동력으로 게임산업을 지목하고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한국의 게임 기업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도 많다. 중국 업체들의 선전이 대표적 사례다.
과거 중국 게임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같이 천편일률적이라고 해서 ‘양산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꾸준한 퍼블리싱(유통)으로 다져진 기반 위에 자체 지식재산권(IP) 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대형수출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중국 자국 시장에서도 외산 게임에 대한 ‘판호(영업권)’ 발급 중단으로 자국 게임의 경쟁력을 높이며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신작 게임에 대한 판호를 받지 못한 한국 게임의 대중화권 수출 비중은 2017년 60.5%에서 2018년 46.5%로 급감했다.
여기에 게임 트렌드가 PC에서 모바일과 콘솔을 아우르는 ‘멀티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지만 국내 업계의 대응은 한발 늦었다는 평가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엘더스크롤’과 ‘폴아웃’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사 베데스다를 전격 인수하는 등 영토전쟁도 활발한 가운데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국내 게임업계 안팎에서는 과거 PC 시절의 영광에 취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