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투자 전략] Part Ⅲ ➊ 증시 전망 | 풍부한 유동성과 한국판 뉴딜정책에 주가 탄력… 음식료 및 유통, 바이오·커뮤니케이션 종목 강세
김제림 기자
입력 : 2020.05.26 14:39:07
수정 : 2020.05.30 18:31:57
이태원 클럽에서 출발한 ‘코로나19’ 재확산 공포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기술전쟁으로 격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증시에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반면 코로나19로 오랜 기간 꽁꽁 얼어붙은 경제가 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등 기대감도 있다. 긍정과 부정 요인이 함께 맞물리며 당분간 국내 증시는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주식보다는 안전자산인 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Sell in May(5월에 팔고 떠나라)’는 증시의 오랜 격언이었다. 5월부터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이 긴 휴가를 가는 시기기 때문에 이때는 개인투자자들도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다시 11월쯤 다시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게 투자수익률이 낫다는 의미다. 실제로도 과거 수익률을 보면 5~10월의 수익률보다 11~4월의 수익률이 통계적으로도 우수했다. 그러나 이미 3월 역사적인 폭락장을 경험하고 4월 반등장으로 돌아선 지금, 투자자들은 여름에도 주가 상승장이 펼쳐지는 서머랠리(summer rally)의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5월 초까지 쉼 없이 달려오던 증시의 상승여력이 아직 더 남아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미 연초 수준을 넘어선 나스닥이나 3월 이후 세계증시 중 가장 빠르게 낙폭을 회복한 코스닥의 상승세는 랠리에 대한 기대를 더 키우고 있다. 물론 암초가 없는 것이 아니다. 지난 5월 황금연휴 동안 이태원 클럽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는 N차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를 낳으며 내수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 실적과 저조한 매크로지표가
서머랠리 발목 잡을 듯
개인투자자들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증시 반등에 강하게 베팅하고 있지만 이를 불안하게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1분기 실적은 예상외로 선방한 곳이 많지만 다가오는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주들의 비중이 큰 코스피 200에서 본격적인 세계경기 침체는 4월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실적의 충격이 예상을 넘어서는 규모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가는 이미 2분기를 뛰어 넘어서 3분기 이후의 회복 기대로 반등하고 있지만 7월 이후 발표될 2분기 기업 실적의 주가에 브레이크를 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 GDP는 미국이나 유럽에 대해 양호한 성장 경로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지만 역사적으로도 매우 낮은 성장률인 작년의 2% 성장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할 수 있다. 4월에 발표한 IMF의 발표대로라면 -1.2%다. 그러나 IMF는 6월 중 세계 경제성장률을 또 한 번 조정할 것이라 시사한 만큼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이익 전망치도 빠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코스피 상장사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코로나19 발병 직전 대비 23.9%나 낮아졌다”며 “삼성전자의 2020년과 2021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코로나19 발병 직전 대비 18%와 14%에서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올해 증시는 ‘상고하저’를 예상하는 증권사들이 많았다. 순환적 경기 사이클 반등, 미중 무역분쟁 완화, 반도체 업황 개선 등이 기업 이익 증가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은 증시 전망의 기본 전제를 통째로 바꿔놓았다. 하반기 초입부터 2분기 실적에 대한 충격과 3분기 실적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주가가 출렁거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경기 선행지수의 재반락과 GDP 레벨의 감속으로 거시경제 측면에서 이익 증가 모멘텀은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정치적 위기를 외부의 적을 만들어 타개하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향도 미중 무역분쟁 재개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지금 각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이 증시를 끌어올리고는 있지만 증시가 결국 실적의 함수로 귀결되리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증시는 2011~2016년 1850~2200선에서 장기 횡보했다. 당시는 코스피 상장사의 당기순이익이 연 70조~100조원 수준에서 형성됐을 때다. 그러나 2017~2018년에 당기순이익이 140조~150조원으로 올라가면서 코스피도 2600선에 근접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해 전체 상장사의 당기순이익이 77조원에 그쳤다. 올해는 당기순이익 전망치가 전년 대비 23.7% 증가한 95조3000억원 수준인데 컨센서스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상장사의 이익 레벨이 2011~2016년 박스권 상황으로 후퇴하고 있기 때문에 코스피가 2000선 위로 강하게 치고 나가는 랠리는 힘들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에서 아직 경제 재개 시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것은 향후 서머랠리의 모멘텀을 약화시킬 수 있다. 미국의 서프라이즈 지수는 반등했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0을 하회하고 있다. 이는 시장의 전망이 경제 지표의 실제 발표치를 아직 웃돌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급격한 위축 이후 뒤따르는 반작용으로써의 기저효과는 부분적으로만 나타나고 지표들도 저점을 지난 후 개선되는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유동성에 주가 탄력 붙을 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서머랠리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쏟아내는 엄청난 유동성 지원정책과 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 코로나19 진정 국면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언택트주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코로나19 쇼크 이후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 규모(자산을 매입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규모)는 2조5600억달러까지 올라와 총 대차대조표는 6조7214억달러에 달한다. 올해 안에 10조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는 미 연준이 2009년 금융위기 때 1조4000억달러를 공급해 대차대조표를 2조2100억 달러 수준으로 높인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인 미국처럼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쓰고 있지 않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회사채 매입 정책, 채권안정화 펀드 등으로 과거에 비해 유동성이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풍부한 유동성 지원정책이 달러 강세에 대한 기대를 낮출 수 있다면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다시 한국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할 수 있다. 이머징 국가들에 글로벌 자금이 계속 유출 중이지만 달러 강세가 꺾이고 로컬 통화가 안정적인 추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가 생기면 한국처럼 경제성장률 하락폭이 적고 펀더멘털이 튼튼한 나라로 자금이 유입될 수도 있다.
▶반도체 전망 개선되면 외국인도 돌아올 것
무엇보다 IT와 반도체에 대한 전망이 바뀌면 외국인들이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에 따라 외국인들은 아시아 주요국 주식시장(이머징마켓)에서 일관되게 순매도 양상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3월과 4월 코스피에서 12조5550억원, 4조10001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번 달 15일까지만 해도 3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3월 이후 5월 15일까지 외국인들이 코스피에서 순매수로 돌아선 날은 5거래일밖에 없었다. 특히 외국인들의 주된 순매도 종목은 삼성전자, 삼성전자우선주, SK하이닉스, 삼성SDI 등 IT와 반도체 종목에 집중됐다.
지금까지 한국의 IT업종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보였던 이유는 전 세계적인 이익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이익의 개선이 나오는 성장주 중심의 중소형주만 강세를 보였고 대형주 거래 비중이 높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 순매도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머징 국가에서의 자금 순유출에 대한 기류가 바로 전환되기는 어렵지만 외국인 순매도가 정점을 통과할 가능성은 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공매도 금지 이후 약 2개월 정도 후에 외국인 매도가 완화되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현재 코스피는 해당 시기에 근접해 있는 상태”라며 “과거와 동일하게 반복되지는 않겠지만 과거 공매도 금지 시기와 비교할 때 외국인 매도가 정점을 통과할 가능성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 증시에서도 IT업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4월 초 1460선이었던 필라델피아 반도체는 5월 14일 기준 1740선까지 올라왔다.
▶증시 반등 때 돋보인 언택트주
주도주 될 듯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성장의 기회가 더 열린 언택트주들이 서머랠리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언택트주는 코로나19가 강한 전염성으로 인해 대면보다는 비대면이 일상화되어 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흔히 한국에서의 언택트주라고 하면 디지털 플랫폼, 게임, OTT, 클라우드 및 재택근무 관련주들이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디지털 플랫폼은 이미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고도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다. NHN사한국사이버결제와 같은 핀테크업종도 1분기에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51% 상승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의 판매 호조로 1분기 전년 대비 204% 늘어난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기업용 업무솔루션을 공급하는 더존비즈온도 클라우드 시장 성장 기대로 3월 저점에 비해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정부 차원에서 준비 중인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소위 ‘한국판 뉴딜’ 정책도 언택트주에 대한 재조명으로 서머랠리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전통적인 시각의 투자가 아니라 대형 IT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디지털 뉴딜’ 차원에서 접근하는 이번 정책은 향후 증시에서 새로운 산업 트렌드 발굴과도 연결된다. 원격진료, 원격교육,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지역화폐 등 정책은 언택트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하는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 반도체 업황 개선을 선반영한다면 그동안 코스피 상승을 억눌렀던 삼성전자도 서머랠리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올해 IT제품 수요 부진으로 숨고르기 장세를 펼쳤던 반도체D램 시장이 내년에는 30%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가 가시화된다면 지금까지 계속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는 삼성전자 주가도 빠르면 6~7월경 기지개를 켤 수 있다. 이처럼 증시 상방 요인과 하방 요인이 모두 만만치 않기 때문에 2~3분기는 계속 대세 상승장도, 대세 하락장도 아닌 종목 장세가 연출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 연준과 중국의 부양책, 한국판 뉴딜정책이 가세하는 글로벌 정책공조나 개인투자자들이 주축이 된 증시 자금 유입, 글로벌 투자의 이머징 엑소더스의 완화 등이 증시 하방을 막고 있어 1850선을 하반기 지지선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여전한 실물경기 침체, 국내 기업 실적 불확실성은 코스피 2100선을 유리천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봤다.
▶성장주 프리미엄 기대하되 서머랠리 이후도 대비해야
종목 장세가 연출된다면 기업과 업종 분석이 더욱 중요해진다. 언택트의 확산과 중국의 소비 부양, 한국판 뉴딜 정책들을 본다면 음식료 및 유통, 바이오 대형주나 커뮤니케이션 종목들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 이 경우도 여전히 가치주보다는 성장주가 투자 수익률이 좋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올해 4월까지의 흐름에서도 나타났지만 성장주가 가치주에 비해서 더욱 초과이익을 얻는 흐름이 이어지는 것이다. 작년 당기순이익은 3419억원 적자를 봤던 카카오가 현대차와 시총이 비슷해진 것처럼 앞으론 자산이나 이익의 절대치와 관계없이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에 더욱 많은 관심이 몰리고 주가 모멘텀도 강해질 수 있다. 성장이 둔화된 국면에는 성장에 대한 기대가 투영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성장주들이 높은 프리미엄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다우지수보다 나스닥지수가 올해 들어 하락장에서는 덜 빠지고 상승장에선 더 오르는 트렌드가 강하게 나타났다.
3월 코로나19로 인한 폭락 장세 연출 이후 코스피, 코스닥 양대 지수는 비교적 큰 폭의 V자 반등을 기록했다. 그 후 5월 증시는 가파른 지수 상승보다는 점진적 상승 혹은 변동성 구간이 계속 펼쳐졌다.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로 하락하다가 5월 중국 양회와 미국 경제재개 기대로 다소 상승하는 박스권 장세가 계속됐다.
오히려 서머랠리 후를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3월 폭락장 이후 한시적으로 6개월 동안 묶어뒀던 공매도가 다시 허용된다면 증시는 다시 출렁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패닉셀(panic sell)’에 좌우되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분위기가 갑자기 위축되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별다른 조정을 받지 않고 올랐던 테마주나 외국인들의 주된 공매도 대상이었던 대형주는 다소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