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뒤덮은 코로나19 사태] Part Ⅱ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시장 분석 | 기업 실적에 악영향… 투자심리도 위축
박지훈 기자
입력 : 2020.02.26 11:19:43
수정 : 2020.03.02 13:45:45
“정부는 방역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코로나19가 주고 있는 경제적 타격에 그야말로 비상경제 시국이라는 상황 인식을 가지고 엄중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중국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우리가 가장 큰 타격을 받습니다… 사스나 메르스 때보다 훨씬 크고 긴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18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통해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경제의 양대 축 중 하나인 중국에 등장한 블랙스완(Black Swan)은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걷던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변동성은 여전하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 역시 5개월 만에 큰 폭을 나타냈고, 원화와 위원화의 동조화 현상이 강해지며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여전하다. 중국과의 무역 및 금융 연계성이 높은 편인 한국은 유관산업 및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환율 및 자본유출입 등 금융부문을 통해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최근에 원·달러와 위안·달러 환율의 동조화 현상이 강화됨에 따라 환율변동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으며,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에 따른 국제자본 유출입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가 방역망 내에서 관리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금융시장으로 눈을 돌리겠다고 밝혔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에 대해 “관계당국을 중심으로 엄중하게 모니터링하고 비정상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정부로서는 준비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비상조치계획도 신속하게 시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Ⅰ. 주식시장 하방위험 제한적 vs 변동성 이어질 것
시장에서는 질병 확산에 따른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은 물론 국내 주식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던 감염병으로 인해 감염자 및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경우 경기뿐 아니라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주식시장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례가 존재한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 등 과거 감염병이 심화된 시기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등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쳤으나,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회복하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19의 경우 감염자 및 사망자가 증가함에 따라 종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주식시장에도 불안한 심리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코로나19가 1월 중순부터 발병국가인 중국 외에 아시아 및 유럽, 미주 지역까지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포감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1월 중순 이후 국내 주식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주식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지난 2월 18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일보다 1.48% 하락한 2208로 마무리했다. 코스닥 역시 1.4% 하락한 682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이 올해 1분기 실적 목표 달성에 난항을 겪으면서 국내 주식시장에도 여파를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애플이 당초 예상보다 중국 현지 공장의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대기업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실적 전망치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공식 확인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화웨이를 겨냥해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IT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날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가 전일 대비 2.76% 내린 5만9800원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 역시 2.86% 하락한 10만2000원에 마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1.16%), 네이버(-1.06%), LG화학(-0.36%), 현대차(-2.21%), 셀트리온(-0.81%)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 글로벌 비즈니스 리서치 회사인 던앤브래드스트리트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을 기업이 전 세계 500만 개에 달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지속될 전망이다.
Ⅱ. 금리·환율중국 선제적 금리 인하, 한국도 추가 금리 인하 단행할까
지난 2월 18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나흘 연속 상승했다. 장중 1190원대를 기록해 일주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날 위안화는 7위안을 돌파하는 등 아시아통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기록했다. 환율이 1190원을 넘어서자 17년 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패닉’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2주 만에 1190원대에서 1250원대로 치솟았고, 두 달 동안 1200원 위에서 움직였다. 코로나19 역시 중국이 발병지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돼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전날 정책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코로나19의 경제 충격 우려가 커지자 유동성 확대에 나선 것이다. 인민은행은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Medium-term Lending Facility) 금리를 기존 3.25%에서 3.15%로 10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이 이번 조치로 시중은행권에 공급한 자금 규모는 2000억위안(약 33조8000억원)이다.
인민은행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며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코로나19의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중에 돈이 마르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부양에 나선 것이다.
국내 역시 각종 산업 활동 동향 관련 지표가 악화되며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설도 솔솔 나오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1.25%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7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바 있다.
금통위는 오는 27일 회의를 열고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인하 가능성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금리를 또다시 인하하면 차입비용을 낮출 수 있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위험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 저금리가 이어져온 상황에서는 금리를 추가로 낮춰도 경기반등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은은 향후 코로나19 전개 상황과 경기흐름, 물가, 금융안정 상황 등을 보고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하의 선행지표인 채권금리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월 20일 1.455%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2월 들어 1.2%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회의론도 존재한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감염증이 한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한국은행이 2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파급효과를 실제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2월에 선제적으로 인하를 단행하기에는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허 연구원은 “중국의 성장률 부진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한국의 성장률 하방 압력은 당초 우려보다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며 “중국 내수의 경우 온라인 쇼핑의 발달로 하방 위험을 완충할 수 있고, 수출은 안정적인 미국의 민간 소비에 힘입어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이 지난 1월 15일 전후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가 생산·소비·수출 등 경제지표에 미친 영향은 3월 초에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Ⅲ. 원유국제유가 하락 언제까지?
코로나19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하락 중인 가운데, 유가는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로 향후 글로벌 석유 수요 둔화 폭이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16일 내놓은 ‘해외경제포커스’에서 “지난 1월 하순 이후 국제유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석유 수요 둔화 우려로 하락세가 이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에 따른 석유 수요 둔화 우려로 지난 1월 하순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두바이 유가는 지난 1월 20일 배럴당 64.4달러에서 지난 11일에는 53.3달러까지 떨어졌다. 주요 기관들은 이번 사태가 여행 감소, 중국 및 세계경기 둔화 등의 경로를 통해 글로벌 석유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JP모건은 역시 올해 1분기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를 일평균 65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하향 조정하는 등 주요 기관은 코로나19에 따른 여행 감소, 중국 및 세계 경기 둔화 등이 석유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당분간 국제유가가 코로나19 확산 정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산유국의 추가 감산 여부, 리비아 내전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진단했다.
공급 측면에도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사우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이 석유 수요 감소에 대응하여 추가 감산을 원하고 있으나 OPEC+ 주요국인 러시아가 이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등 감산 관련 불확실성도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에 대해 “2002~2003년 유행한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 당시와 다르게 중국 경제 성장에 따른 석유 소비 규모가 늘었다”며 “코로나19 확산 속도 등을 고려할 때 글로벌 석유 수요 둔화 폭이 예상보다 확대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2002~2003년 사스(SARS) 유행 시기와 달리 그동안 중국은 경제 성장에 따른 석유소비 규모가 확대됐다. 또한 코로나19의 확산속도 등을 감안할 때 향후 글로벌 석유 수요 둔화폭이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향후 국제유가는 코로나19 확산 정도, 주요 산유국 추가 감산 여부, 리비아 내전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