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기업인상|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부회장, 20여 년 만에 회사매출 60배 성장한 휴온스글로벌, 올해도 누적매출 사상 최대 “답은 현장에 있어, 경영수업 중인 큰 아들도 영업부터 바닥 다지게 해”
안재형 기자
입력 : 2019.11.27 13:54:56
수정 : 2019.11.27 13:55:15
국내 제약 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휴온스글로벌’의 독보적인 성장세다. 올 3분기 휴온스글로벌은 분기 매출 1162억원, 3분기 누적 매출 3258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7%, 17.7%씩 성장한 수치다. 창업주 윤명용 회장의 뒤를 이어 1997년 34살의 나이에 최고경영자가 된 윤성태 부회장은 당시 60억원이던 회사매출을 지난해 3787억원으로 끌어올렸다. 22년 만에 63배나 성장한 셈이다. 매출규모만 성장한 게 아니다. 회사규모도 토털 헬스케어그룹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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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IBM에서 근무하다 1992년 아버지 윤명용 회장의 뜻에 따라 당시 광명약품(현 휴온스)에 입사했다. 1997년 윤명용 회장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며 34살의 나이에 회사 경영을 이어받았다. 사명을 광명제약으로 바꾸고 고군분투했지만 이듬해 공장에 화재가 나 전소하며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임직원과 함께 위기를 헤쳐 온 윤 부회장은 회사 창립 50주년을 맞은 2015년에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휴온스글로벌은 1997년 이후 현재까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2016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휴온스 그룹은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을 중심으로 제약 사업을 진행하는 휴온스, 에스테틱(피부 미용 등 전반 사업) 전문기업 휴메딕스, 휴베나(의료용기), 휴온스메디케어(감염 관리 시스템), 휴온스랩(바이오 연구개발) 등 5개의 자회사와 휴온스내츄럴(건강기능식품), 바이오토피아(바이오·건강기능식품), 파나시(에스테틱 의료기기), 휴온스네이처(홍삼 건강기능식품) 등 4개의 손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중 휴메딕스, 휴온스메디케어, 휴온스내츄럴, 바이오토피아, 휴온스네이처는 2010년 이후 윤 부회장이 M&A한 회사들이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 휴온스글로벌 본사에서 만난 윤 부회장은 “사무실에서의 업무도 많지만 결국 현장에 답이 있다”며 “공장은 늘 가는 곳이고 업계 관계자나 동료, 교수님들도 자주 만나 제약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유심히 살피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오히려 M&A할 만한 기업들이 매물로 나와 좋은 점도 있다”고 말문을 연 윤 부회장은 “돌이켜보면 바로 서지 못할 만큼 위기도 있었지만 회사를 살려보자고 똘똘 뭉친 직원들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며 임직원에게 공을 돌렸다.
휴온스글로벌은 최근 13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선 “여타 제약기업과는 다른 행보가 성장의 기초”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휴온스 그룹은 치열한 국내 제약 시장에서 복제약 판매로 안주하기보다 적극적인 M&A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며 성장 동력을 수혈했다. 2016년에 경영 효율화를 위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고, 핵심 자회사인 휴온스와 휴메딕스가 주력 분야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윤 부회장은 “꼭 필요한 분야에 유망한 기업이나 사업을 발굴해 M&A를 실행하고 있는데, 인수 후에 지원과 투자를 병행하면서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휴온스 그룹은 그동안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유망한 기업이나 사업을 발굴해 과감한 M&A를 실행해 왔다. 윤 부회장은 기업 인수 이후의 과정을 더 중시했다. 사업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생산라인 증설, 연구개발 지원 등 투자를 단행했고, 그 결과 자회사들의 매출이 그룹 전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대형제약사들이 장악한 국내 제약 업계에서 중견제약사로서 성장비결을 묻자 윤 부회장은 “생존성을 확보하고 더 큰 기업으로 크기 위해선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며 “동시에 남들보다 빠르게 신규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는 스피드경영이 휴온스의 기업문화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위기 이후 기사회생, 기적 일군 휴온스
한양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IBM에 근무하던 윤성태 부회장은 창업주인 윤명용 회장의 뜻에 따라 1992년 당시 광명약품에 대리로 입사했다. 1997년 윤명용 회장이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하며 회사 경영을 도맡게 됐을 때 그의 나이는 고작 34살에 불과했다.
“제 큰 아들이 올해 31살입니다. 당시 직원이 70여 명이었는데, 어떻게 대표이사를 했는지…. 아버지 삼우제를 마치고 바로 취임했으니 슬픔이 가시기도 전이어서 정신이 없었어요. 앞가림도 못하고 뭘 어찌할 줄 몰랐지요. 하지만 아버지를 믿고 또 저를 믿고 근무했던 직원들이 보람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그렇게 느끼게 하려면 반드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그런 절체절명의 사명감이 있었습니다.”
광명제약으로 사명을 바꾸고 어려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기존 투자자들의 자금회수로 사정은 더 나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8년 생산 공장이 화재로 전소되며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1997년에 갑자기 경영을 맡았고 이듬해 공장에 불이 났으니 위기도 그런 위기가 없었어요. 우선 화재 보험금으로 빚부터 갚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때가 아찔한 순간입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가 하나둘 풀리기 시작했다. 화재보험금으로 현금이 확보되면서 큰 부담이던 빚부터 청산했고, 무엇보다 임직원이 나서서 회사를 살리자며 똘똘 뭉쳤다. 아래서부터 다져진 분위기에 윤 회장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동분서주했다. 회사의 경영을 안정화시킬 열쇠는 중동의 끝자락 예멘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해외에서 판로를 찾아보려고 예멘에 출장을 갔는데, 거기서 20㎖ 용량의 플라스틱 주사제를 보고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하면서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였어요.”
당시 국내 제약업계에는 500㎖ 용량의 큰 플라스틱 앰플은 많았지만 작은 용량은 없었다. 간호사들은 20㎖ 유리 앰플을 개봉할 때마다 다치는 경우가 빈번했고 유리가루, 운반 중 파손 등의 문제가 많아 소량의 플라스틱 주사제에 대한 수요가 대두되고 있었다. 윤 부회장은 국내 기계 업체와 해외 시장 대비 1/10 수준으로 비용을 절감하며 국내 최초로 20㎖ 플라스틱 주사제를 개발했다. 이 제품으로 기존 부채를 청산하며 회사 상황이 완전 회복됐고, 2000년에 들어서며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품질 개선에 주력하며 남들보다 한발 앞서 비타민C 고용량 주사제, 비만약 시장을 선점했다. 2006년 코스닥 상장 전까지 휴온스는 매년 30% 수준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플라스틱 주사제 개발에 이어 치과용 국소마취제 ‘리도카인 주사제’와 비타민C, 비타민D 주사제 등을 선보이며 한때 국내 주사제 시장의 70%를 점유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충북 제천에 KGMP급 생산 공장을 열면서 수탁(CMO) 생산까지 영역을 확대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 그 결과 윤 회장이 입사한 1992년 당시 약 20억원에 불과하던 연매출이 창립 50주년을 맞은 2015년에 2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너셋 허니부쉬
▶휴온스의 1호 임상맨
“휴온스의 경영이념 중 하나가 품질경영이에요. 제가 먼저 써보는 게 당연하죠. 우리 자회사 휴메딕스에서 나온 히알루론산 필러 ‘엘라비에 필러’의 1호 고객이 접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탄수화물 흡수 억제제 ‘제로메이트’, 고함량 비타민C ‘메리트C산’, 이너뷰티 제품인 ‘이너셋 허니부쉬’를 챙깁니다. 코스메틱 제품인 ‘더마 엘라비에’도 애용하는데 피부에 참 좋아요.”
윤성태 부회장은 휴온스의 ‘1호 임상맨’이다. 전문의약품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제품을 사용한다. 스스로에게 임상시험하기 때문인데,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영 일선에 나선지 올해로 22년이 된 윤 회장은 5개의 자회사와 4개의 손자회사로 구성된 ‘휴온스 그룹’을 이끌고 있지만 아직 ‘부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윤 회장은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회사를 안정궤도에 올리는 게 우선이었다”며 “지금도 직함에 얽매이지 않고 회사를 더 키우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집무실 책상 위에는 선친인 윤명용 회장의 초상화가 걸려있었다.
▶2020년 그룹 매출 1조,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
윤 부회장은 주요 연구개발, 마케팅 회의까지 직접 주재하며 매주 충북 제천 공장 등 계열사 현장을 챙기느라 수시로 본사 집무실을 비워놓는다. 이러한 현장 중시 경영은 승계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장남 인상 씨는 지주사에서 관리 업무가 아닌 자회사 휴온스의 국내 제약 영업을 맡아 현장을 뛰고 있다. 인상 씨는 최근 지주사(휴온스글로벌) 주식을 매입해 지분을 4.13%까지 높였다. 이를 통해 최대주주인 윤 부회장(43.65%)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윤 부회장은 “(큰 아들이) 입사한 지 이제 9개월쯤 됐다”며 “아무리 좋은 제품도 판매가 안 되면 왜 좋은지 알 수가 없듯, 영업부터 알아야 관리나 개발, 생산을 짊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명약품 당시 70여 명이던 직원 수는 휴온스 그룹이 된 현재 1400여 명으로 불어났다. 더불어 올해 휴온스글로벌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윤 부회장은 “국내 경기 침체 속에서도 휴온스 그룹 각 사별로 본업에서 최선을 다하며 사업 다변화와 수익구조 개선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연말까지 사상 최대실적의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지속 성장을 위해 성장 동력 확충 노력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휴온스 그룹은 오는 2020년 그룹 매출 1조원과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차별화된 핵심브랜드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선봉에 과감한 R&D·시설 투자를 통해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리즈톡스/휴톡스(HU-014)’와 안구건조증치료제 ‘나노복합점안제(HU-007)’, 특허 받은 피부 이너뷰티 신소재 ‘허니부쉬추출발효분말(HU-018)’ 브랜드 ‘이너셋 허니부쉬’가 있다. 특히 허니부쉬추출발효분말은 건강기능식품뿐만 아니라 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해 ‘메디컬 푸드’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윤 부회장은 “건강기능식품 회사나 의약품 원료 회사에 관심이 많은데 향후 또 한 번의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룹 매출을 1조원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블록버스터를 찾고 있다”며 “회장 승진은 그때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