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환경을 감안하면 올해 실적은 비교적 선방할 것으로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을 반드시 정착시켜나가야죠.”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LS타워서 만난 구자균 LS산전 회장은 미래를 얘기할 때마다 미간의 주름이 깊어졌다.
구 회장의 말대로 LS산전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매출 2조4850억원, 영업이익 2051억원을 기록해 2017년 대비 각각 6%, 29.4% 늘어났다. 주력 사업인 전력, 자동화기기 부문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인 덕분이다. 미중 무역 분쟁과 국내 경기침체 등 악화된 경영환경 속에서 올 실적도 지난해에 버금간다. 하지만 구 회장의 시선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있다. 구 회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상수가 되어 가고 있다. 기업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만큼 위기임이 분명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희망과 꿈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He is
구자균 회장은 LS그룹 구자열 회장의 동생으로, LG그룹 구광모 회장의 재종조부(할아버지의 사촌 형제)다. LS그룹은 2003년 LG그룹에서 전선·금속 부문이 계열 분리해 형성됐다.
구자균 회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미국 텍사스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민대학교 경영학과와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일하다 LS산전 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LS산전 사장과 부회장을 거쳐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구 회장은 단기 실적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인프라를 구축해 LS산전 성장 시대를 위한 탄탄한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칙을 중요시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으며 특히 여성과 가족 친화적 경영을 펼치고 있다. LS산전의 경영 외에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과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등을 맡아 활발한 대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구 회장이 생각하는 LS산전의 미래 핵심 역량은 ‘스마트에너지’와 ‘디지털 전환’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에너지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다는 게 구 회장의 생각이다. 대규모 발전과 초고압 송전보다는 배전단위에서의 소규모 발전, 송전, 배전을 중심으로 한 분산전원이 미래전력 산업의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신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 등을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짜온 점도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
LS산전은 이런 구상대로 차근차근 신성장동력 사업을 키워왔다. 스마트그리드, 태양광, HVDC(초고압직류송전) 등을 신성장 사업으로 키우면서 세계 스마트에너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회사 비전도 ‘퓨처링 스마트 에너지(Futuring Smart Energy)’로 정해 스마트에너지의 미래를 열어간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매년 매출의 5%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왔다.
‘스마트에너지’와 쌍을 이루는 성장엔진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LS산전은 전력과 자동화에서 50여 년 동안 쌓아온 기술 노하우에 ICT 융복합 ‘디지털 전환’ 사업을 적극 진행 중이다. 구 회장은 “가전만이 아니라 산업용 전기기기, 설비를 다루는 중전 산업에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도입이 대세가 됐다. 일본이 앞서가고 중국의 추격은 거센 상황에서 우리 기업도 빠르게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시장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융합과 연결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상용화,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LS산전은 빅데이터, 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 분야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신성장동력 발굴과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S산전은 내부적으로 사용되는 에너지와 생산공정 관련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이를 기반으로 분석 모델을 구축 중이다. LS산전은 이 모델들을 현장에 접목한 솔루션과 고객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기반의 기술력 확보에 나서야 합니다. LS산전은 올해 DT 총괄 조직을 신설하고 새로운 개념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구 회장이 생각하는 LS산전의 미래 핵심 역량은 ‘스마트에너지’와 ‘디지털 전환’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에너지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다는 게 구 회장의 생각이다. 대규모 발전과 초고압 송전보다는 배전단위에서의 소규모 발전, 송전, 배전을 중심으로 한 분산전원이 미래전력 산업의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신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 등을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짜온 점도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
LS산전은 이런 구상대로 차근차근 신성장동력 사업을 키워왔다. 스마트그리드, 태양광, HVDC(초고압직류송전) 등을 신성장 사업으로 키우면서 세계 스마트에너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회사 비전도 ‘퓨처링 스마트 에너지(Futuring Smart Energy)’로 정해 스마트에너지의 미래를 열어간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매년 매출의 5%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왔다.
‘스마트에너지’와 쌍을 이루는 성장엔진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LS산전은 전력과 자동화에서 50여 년 동안 쌓아온 기술 노하우에 ICT 융복합 ‘디지털 전환’ 사업을 적극 진행 중이다. 구 회장은 “가전만이 아니라 산업용 전기기기, 설비를 다루는 중전 산업에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도입이 대세가 됐다. 일본이 앞서가고 중국의 추격은 거센 상황에서 우리 기업도 빠르게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시장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융합과 연결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상용화,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LS산전은 빅데이터, 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 분야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신성장동력 발굴과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S산전은 내부적으로 사용되는 에너지와 생산공정 관련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이를 기반으로 분석 모델을 구축 중이다. LS산전은 이 모델들을 현장에 접목한 솔루션과 고객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기반의 기술력 확보에 나서야 합니다. LS산전은 올해 DT 총괄 조직을 신설하고 새로운 개념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해외 사업 비중 40%… “70% 이상으로 끌어올릴 터”
‘글로벌화’는 구 회장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2008년 CEO에 오른 후 LS산전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은 해외뿐이라고 진단, 글로벌 사업 강화에 매진했다. 의미 있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베트남 저압전력기기 시장에서 약 40%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그 결과 22%였던 해외매출 비중이 40%로 올라왔다. 구 회장의 목표는 매출의 70~80%를 해외에서 올리는 것이다.
“내수 시장에 머물러서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 공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CEO를 맡은 지난 10여 년 동안 LS산전의 생존과 성장의 길은 오직 해외 시장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글로벌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어요. 매년 50%를 상회하는 수출신장률을 기록하면서 LS산전이 지향하는 미래 모습인 ‘글로벌 초우량 중전기업’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바탕에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LS산전은 사업구조를 기존 단품 기기(Device) 중심에서 시스템솔루션으로 진화시키는 동시에 기술과 사업 간 융·복합을 통해 제품을 고도화시켜 나가고 있다. 구 회장은 “업계 선두인 프랑스 슈나이더사와 비교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듣는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계속 공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라며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M&A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성과 창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복안”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LS산전은 베트남 업체 인수는 물론 인도네시아, 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에도 새로 법인을 만들고 시장 도전에 나선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한일경제협회 등 재계활동도 활발
구 회장은 재계 주요 단체장까지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2009년부터 10년째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장을 역임하면서 ‘스마트그리드 전도사’라는 별명이 붙은 바 있다. 최근에는 기업 연구개발(R&D) 활동을 지원하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이하 산기협)과 한일경제협회 부회장까지 맡으며 재계 대표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산기협 회장으로서 천편일률적인 주 52시간 적용으로 기업 연구개발 활동에 지장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연구개발 프로젝트에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입해야 합니다. 일할 때 하고 쉴 때 쉬어야 효율성이 높아지죠. 이런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근로 시간을 맞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에도 할 말이 많다.
“기업이 국가 R&D 투자의 76%를 차지하는데 연구개발 정책은 23%를 투자하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기업도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R&D 정책 수립에 참여해야 할 때입니다.”
최근의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LS산전은 일본 기술을 기반으로 시작한 기업이지만, 이제는 자체 기술로 다시 일본에 진출한 회사다. 현재에도 LS산전은 스마트에너지 관련 다양한 사업을 일본과 진행 중이다.
“기업인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걱정을 안 할 수 없지요. 정치적으로 잘 해결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한·일 비즈니스계는 서로의 필요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사드’ 사태 이후 여러 기업들의 중국 사업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LS산전은 예외다. 올해 중국에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대할 정도다. 한국 기업의 중국 내 설비투자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중국이 전기자동차에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 도움이 됐다.
▶점심시간은 직원들에게 내주는 스킨십 경영
구자균 회장은 재계의 대표적인 교수 출신 오너 경영인으로 꼽힌다. 범LG가에서는 최초다. 그만큼 구 회장의 경영행보는 남다른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구 회장이 기업 경영에 합류한 이후 2년 동안 180여 개 팀 직원들을 일일이 만난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도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위해 점심시간에는 임원들을 빼고 직원들과 식사를 한다. 구 회장은 젊은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와 ‘권한이양’을 강조한다.
“직원들에게 자기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자주 얘기합니다. 기업경영을 오래 하면 할수록 내 맘대로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는 게 필요합니다. 시간과 돈의 가치를 잘 비교해 가치 있는 데 유한한 자원을 투자하라는 점도 젊은 직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회사 일을 하다보면 스트레스 관리도 필수죠. 실적, 열정, 의지가 높다보면 스트레스도 많아져요. 열정이 많을수록 실적은 좋아지지만 어느 포인트가 되면 떨어지는데, 문제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거죠. 경험 많은 팀장이 신입에게 ‘야, 너 그것도 못해?’라고 하면 곤란합니다. 가정에서 힘든 일이나 좋은 일이나 공유할 수 있는 내편을 만들라고 자주 충고합니다.“
구 회장이 생각하는 과거 10년과 미래 10년은 어떨까.
“경영자로서 첫 발을 내디딘 이후 국내외에서 다양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 때문에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등 갖가지 위기와 고난을 경험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꿋꿋하게 미래 사업을 준비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결과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지난해 국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수 있었지요. 하지만 최근 상황은 정말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 서 있는 느낌입니다. 재앙을 뜻하는 단어 ‘disaster’는 사라진다는 의미의 ‘dis’와 별을 뜻하는 ‘aster’의 합성어예요. ‘별이 사라지는 것 자체가 바로 재앙’이라는 뜻이죠. 제가 올 한 해 늘 가슴에 품고 있는 말이 바로 ‘Per Aspera ad astra’라는 라틴어 문구입니다. 역경을 딛고 별을 향해 나아가자는 뜻이죠. 별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간다면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위대한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구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물을 좋아해 학창 시절 잠수를 즐겨 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대 중반 스킨스쿠버의 매력에 빠져 매년 약 100회가량 잠수를 해왔으며 3분40초의 무호흡 잠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직접 찍은 수중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CEO로서 일정이 바쁜 요즘은 짬이 날 때마다 스트레칭과 운동으로 건강을 챙긴다.
LS산전은 어떤 회사
LS산전은 한국을 대표하는 사업용 전력·자동화 업체다. 저압· 고압· 초고압에 이르는 전력 기기 및 시스템을 모두 갖췄다. 특히 직류 기술은 LS산전의 자랑거리다. LS산전은 직류 기술을 바탕으로 ▲마이크로그리드 ▲직류 전용 전력기기 ▲ESS ▲EMS ▲태양광발전 ▲HVDC(초고압직류송전)에 이르는 미래 기술을 집약한 산업을 이미 상용화해 동남아 등 지역별 맞춤형 사업 모델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