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LUXMEN·현대경제연구원 공동기획 한국경제 위기 大진단| 먹구름 드리운 세계경제… 中 무역전쟁 치명상·美 제조업 추락, 글로벌 경제위기 몰고올 2大 폭탄
입력 : 2019.09.23 16:28:08
수정 : 2019.09.23 16:28:22
올 들어 세계 경기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에서 향후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하는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전체 생산(GDP)에서 대략 60%를 차지하고 있는 OECD 국가들의 경기선행지수가 2018년 10월 기준점인 100p를 하회한 이후 2019년 7월(99.0p)까지 하락 추세에 있다. 경기선행지수가 100p를 하회하면서 하락하면 ‘경기수축’ 국면을 의미한다. 또한 중국,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남아공 등 주요 신흥국의 평균 경기선행지수도 올 초 회복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 다시금 하락세로 전환했다.
Check 1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확대
채권시장에서도 경기침체를 예견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바로 장·단기 금리차 역전 현상이다. 2019년 5월 이후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개월 만기 국채 금리보다 낮아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 10년 만기 국채와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역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장기 채권 금리는 자금회수의 불확실성이 단기 채권에 비해 더 크기 때문에 금리가 높다. 한편 장·단기 채권 금리 역전은 장기 경기가 부정적으로 판단되어 향후 장기 채권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단기 금리가 크게 오를 경우에 발생한다. 과거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수개월 지속된 이후 대부분의 경우 경기 침체가 발생했었기 때문에 이번 장·단기 금리 역전 지속으로 인해 향후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독일을 비롯해 영국 등에서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세계 경기에 대한 전망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heck 2 글로벌 부채 누증(累增)
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주요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경제에 새로운 자금이 유입됐다. 이에 따라 가계 및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손쉽게 신용, 즉 부채를 확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부채의 증가는 경제위기 이후 경기 및 자산시장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글로벌 주택가격지수는 2018년 3분기 현재 162.0p를 기록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최고점이었던 158.9p를 상회했고, 주요국 주가지수도 대부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 경제가 둔화되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늘어나기만 한 경제주체들의 부채가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글로벌 부채 규모는 2008년 약 117.0조달러에서 2018년 약 180.3조달러로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선진국이 125.7조달러, 신흥국이 54.5조달러를 차지해 신흥국의 부채규모가 작은 수준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채의 증가 속도는 신흥국이 연평균 11.9% 증가하여 선진국의 증가속도인 2.4%에 비해 5배가량 빨랐다. 향후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자산 가격 상승률이 급락할 경우 빠르게 늘어난 부채가 경제위기의 퍼펙트 스톰 중 하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Check 3 자국 우선주의
2018~2019년에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된 경제뉴스 가운데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단연 보호무역주의, 미중 무역전쟁, 유럽연합(EU)과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일본의 대(對)한국 무역제재 등의 자국 우선주의 확산에 대한 내용일 것이다.
지난해 3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시작된 미중 무역 분쟁이 중국의 30억달러 규모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 예고, 미국의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25%의 관세부과, 중국의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5~25% 관세부과 등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 확대로 이어졌다. 양국의 수입관세 인상은 상대국에서 수입되는 값이 싸거나 기술적인 경쟁력이 있는 수입품보다 자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가격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일종의 자국 우선주의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함으로써 관세 인상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다른 종류의 제재 조치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편으로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히 자국 제품에 대한 가격경쟁력 제고보다 첨단기술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되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전 세계 첨단기술 부문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1990년대 이후 빠르게 R&D 투자를 늘리면서 현재는 독일과 일본보다도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중국 정부는 2015년 ‘중국제조 2025’라는 산업정책을 통해 첨단기술을 육성하려고 한다. 이러한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된다면 향후 미국의 첨단기술 패권에 위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이 예전부터 갖고 있던 불공정한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중국이 침해한 사항들에 대한 해결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등을 요구하면서 기존 무역 우호국에게도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2019년을 넘어 2020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현재까지 협상 대상자가 아니었던 일본, 유럽연합 등에게도 이러한 정책을 확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과 영국이 그동안 단일시장으로 거래비용 없이 거래하던 상품 및 서비스의 교역, 이민 등에 대한 추후 합의 없이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의 가능성이 있다. 2016년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영국 국민 중 51.9%가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확정됐다. 이러한 결정은 보수층을 중심으로 유럽연합의 교역 및 노동시장의 단일화가 영국 경제 및 영국인에게 큰 피해를 미쳤다는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후 영국 정부와 유럽연합 집행부, 그리고 영국 의회는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조건 등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 시작했는데, 2019년 현재까지 도출된 합의안은 영국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최근 브렉시트에 대해 강경파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보리스 존슨이 영국 총리로 당선되고, 영국 정부와 EU 집행부의 합의안을 의회에 통과시켜야 하는 기한인 10월 31일이 점차 다가옴에 따라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2019년 9월 4일 영국하원은 10월 19일까지 영국 정부와 유럽연합이 브렉시트에 대한 새로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2020년 1월까지 브렉시트를 연장한다는 내용을 담은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을 통과시켜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게 되든 안 되든 브렉시트에 대한 논의가 2020년 초까지 연장됐다. 만약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게 된다면 영국 경제는 최대 -7.8%, 유럽연합은 -1.5%의 GDP 감소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되고, 브렉시트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발생한 자국 우선주의의 전형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제재가 큰 이슈였다. 지난 7월 일본은 한국으로 수출하는 폴리이미드(불소처리 강화 필름), 포토레지스트(반도체 공정 감광제), 고순도불화수소(반도체 식각재)에 대한 신고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소재는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생산 및 R&D의 핵심적인 소재로 우리나라는 일본산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외국과의 교역의 효율성을 위해서 우방국을 화이트리스트로 지정해 수출시 규제를 우대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지난 8월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일본으로 수입하는 857개 품목이 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전환됐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한일 간 군사 기밀을 서로 공유하는 협정인 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GSOMIA)을 파기하고,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등 수출제재가 군사, 안보 영역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Check 4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
앞에서 살펴본 세계경제의 리스크 요인들은 한국 경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우선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비교적 작고, 대외교역, 자본시장 등의 개방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 등에 대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이후 미중 간 수출입 물량이 감소하면서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이 급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월간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17.0% 감소했고 금액으로는 약 157.8억달러에 달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중 간 무역분쟁이 시작될 무렵인 지난해 글로벌 무역전쟁이 본격화되어 세계 평균관세율이 현재 약 4.8% 수준에서 20%로 높아질 경우 한국의 수출액은 505.8억 달러 줄어들고, 이 같은 수출 감소는 1.9%p의 경제성장률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 분석했다. 또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는 아직까지는 직접적인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의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주요 소재부품에 대해서는 국산화 노력과 동시에 새로운 수입선 확보에 대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 규제의 범위가 전 산업 857개 품목으로 확대된 만큼 한국 주요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아직까지 존재한다고 판단된다.
지난 9월 4일 영국 하원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가운데)가 취임 후 첫 번째 ‘총리 질의응답’에서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주체들의 부채 누증에 대해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에서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글로벌 통화의 확장으로 인해 국내 자산시장으로 유입된 해외 자금도 국내 경제 전체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유출될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하지만 국내 가계부채의 누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2016년 이후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등과 함께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한국의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은 2007년 말 약 665조4000억원에서 2013년 말 1000조원을 돌파해 2018년 말에는 약 1536조7000억원에 달했다. 2007~2018년간 가계신용의 연평균 증가율은 7.9%로 같은 기간 명목 경제성장률인 5.2%를 크게 상회했다. 또한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9~2016년간 가계부채 증가율에서 소득증가율을 뺀 값으로 측정한 OECD 국가들의 가계부채 증가속도 비교에서 한국은 3.1%p를 기록하여 OECD 평균인 0.4%p를 크게 상회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부가 2017년부터 가계신용의 빠른 팽창을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거시건전성 정책을 도입하면서 가계신용의 증가율이 2016년 12.7%에서 2018년 현재 6.5%로 낮아졌고, 가계부채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정금리 및 장기대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국내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낮고 가계부채의 질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좋다는 점에서 국내 가계부채가 독자적으로 경제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은 낮지만, 높은 가계부채 수준은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언제든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는 퍼펙트 스톰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