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Ⅲ | 반려견, 제대로 키우는 A to Z… INTERVIEW 문재봉 이리온 동물의료원 대표원장 “반려견은 생명체, 당연히 교육이 필요합니다”
안재형 기자
입력 : 2016.05.13 17:27:10
수정 : 2016.05.17 14:37:21
반려동물을 제대로 분양받아 똑소리 나게 잘 키우는 방법, 문재봉 원장에게 물었다. 그는 “반려동물이 생명체라는 걸 인지하고 심사숙고한 후 입양했다면 꼭 예절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동물병원을 찾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반려동물 진료에는 크게 일반진료와 질환진료가 있습니다. 일반진료는 전염병, 기생충의 예방접종이나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고, 질환치료는 말 그대로 아파서 오는 것이죠.
가장 많은 질환이라면.
반려견은 피부질환과 소화기질환이 많습니다. 습성상 아무거나 먹기 때문에 그래요. 어릴 땐 전염성질환도 조심해야 합니다. 보통 강아지의 1년은 사람의 나이로 15~20살인데요. 1년 이하의 강아지는 퍼피, 1년 이상은 영어덜트(청년기), 그 이후는 어덜트(중년), 좀 더 나이를 먹으면 시니어로 구분합니다.
▶10년 이상 함께 지내는 경우도 많은데요.
사실 반려견은 체구에 따라 수명이 다릅니다. 소형견, 중형견, 대형견, 자이언트로 나뉘는데 덩치가 클수록 수명이 짧아요. 소형견인데 10살이라면 사람 나이로 60~70세 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인기견종이 소형견인 이유가 수명과 연관 있는 겁니까.
그것보단 주거문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파트 문화가 한몫 거들고 있어요. 반면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대형견이 굉장히 많습니다. 정원과 공원에서 산책할 수 있는 문화거든요.
▶반려견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처음 겪게 되는 난관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분양 받을지에 대한 문제인데요.
사실 저도 아직 그 해답은 찾지 못했습니다.(웃음) 분양시스템은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국가적으로 체계화시켜야 하는데 아직 국내 사정은 거리가 있습니다. 일례로 강아지를 번식시킬 땐 수의학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흔한 강아지 질환 중 하나가 슬개골탈구예요. 무릎 뼈가 빠지는 병이죠. 이건 선천성입니다. 소형견일수록 이런 증상이 더한데, 유전병이기 때문에 이런 강아지는 더 이상 번식을 막아야 합니다.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춰 막아야죠. 그런데 국내에선 그런 건 안중에도 없어요. 작고 예쁘면 무조건 가격이 오르고 당연히 번식시킵니다. 이 때문에 국내 소형견 중 많을 땐 2마리 중에 1마리의 무릎이 빠집니다. 선진국은 정책적으로 번식에서 제외시킵니다.
▶그런 질환 등의 문제 때문인지 전문가들 중에는 계약서를 꼭 받아야 한다고 하던데.
질병이라는 건 잠복기가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발병하는 데 시간이 걸리게 돼요. 예를 들어 숍에서 구입할 땐 괜찮았는데 집에서 키울 때 발병하는 경우가 있어요. 숍은 경매장에서 여러 강아지를 받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깨끗한 농장에서 잘 키웠다고 해도 경매장의 환경이 어떠하냐에 따라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예방접종 중인 반려견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안전한 겁니까.
지인을 통해서 가정집에서 큰 강아지를 분양받는 게 가장 좋습니다. 사실 분양받아 가족이 되면 혈통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건강하기만 하면 되죠. 강아지의 성격이 형성되는 시기는 태어난 후 1~2달입니다. 그때 사회화를 겪게 되는데, 농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는 대부분 그때 경매장으로 보내집니다. 가장 예쁜 시기거든요. 그 시기에 엄마젖도 물고 형제들과 같이 놀면서 학습하게 되는데, 그런 과정이 없어져요. 가정집에서 큰 강아지보다 문제견이 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강한 강아지를 선별할 수 있는 공부가 우선돼야 합니다. 스마트폰 하나를 살 때도 요모조모 따져보잖아요. 하물며 생명체 아닙니까.
▶해외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일본의 경우 직장여성이 반려동물 입양을 계획한다면 3개월 치 월급을 저축합니다. 저축하면서 공부하고 자신의 생활패턴에 맞는 견종을 고르기 위해 전문가와 상담을 합니다. 고민에 고민을 더하죠. 입양한 후에는 평생을 책임져야 하잖아요. 사실 입양보다 더 중요한 게 준비과정입니다. 결국 입양했다면 꼭 유치원에 보내서 예절교육을 받습니다. 사람과 함께 사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교육받는 것이죠. 태어난 지 2~4달 사이에 교육을 받으면 대소변도 가리고 불필요하게 물지 않습니다. 다양한 견종, 사람, 소리, 물건들을 접촉하면서 거부반응이 없어지게 됩니다. 입양 전 상담이나 공부, 입양 후 예절교육까지 생각하기 때문에 3개월 치 월급을 저축하는 겁니다.
▶반면 우리의 반려동물 문화는 어떻습니까.
개발도상국 수준입니다. 반려동물 문화라는 건 성숙해야 하거든요. 선진국들의 데이터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일 때 이러한 문화가 성숙해집니다. 우린 아직 그 수준은 아니잖아요. 반려동물 문화는 경제력과도 민감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입양 후에는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합니까.
강아지는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평생 어린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안전사고에 유의하고 전염병도 예방해야 합니다. 사람 위주로 생각하면 안 되는데, 일례로 자신이 먹다가 한 조각 떼 주면서 괜찮겠지 합니다. 그런데 소형견에게 사람의 한 조각은 충분히 과식입니다.(웃음)
반려견과의 이별이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던데요.
일종의 사별이죠. 최근엔 대부분 화장을 합니다. 문제는 사람과의 사별보다 반려동물과의 사별에 트라우마가 더 크다는 겁니다. 사람과의 사별은 주변에서 위로와 배려를 받으며 치유하게 됩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의 사별은 주변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게 돼요. 별스럽다고 취급합니다. 어디 가서 이 슬픔을 말할 데도 없고 홀로 감내하기 때문에 우울증에 빠지게 되죠.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