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의 동관. 홍콩이나 광저우와 가까운 거대한 공업도시다. 이곳에 2005년 문을 연 ‘뉴 사우스 차이나 몰(New South China Mall)’은 어느 곳으로 나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66만㎡이니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전층 기준)만한 건물 35동을 합쳐야 하는 넓이다. 세계의 관광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는 두바이 몰조차도 그 앞에선 고개를 숙여야 할 정도니 규모가 짐작이 갈 것이다.
이 뉴 사우스 차이나 몰이 지금 중국 경제를 분석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넓이가 아닌 다른 이유에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건물의 98%가량이 텅 빈 채로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텅 빈 쇼핑몰(Empty Shopping Mall In China)’은 이제 중국 부동산 경기를 나타내는 대명사처럼 됐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2년 전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해 쇼킹한 뉴스를 전한 바 있다.
“인공위성이 보내온 이 놀라운 사진들을 보라. 중국의 외딴 지역에 건설된 지 수년이 지난 도시들이 통째로 비워진 채 있다. 잘 지어진 공공건물들과 공터들은 전혀 사용되지 않고 있다. 공산당 사무소 근처에 자동차 몇 대가 있는 게 고작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20여 지역에 건설된 이런 신도시에 거의 6400만 가구가 빈 채로 남아 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로 나오는 중국 부동산 버블 붕괴론은 지금 머지않아 중국이 엄청난 위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으로까지 비약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과 함께 떠오르던 브릭스(BRICS) 국가 전체를 경시하는 분위기로 번지는 모습이다.
브릭스 비판 그룹의 간판 격인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자산운용 신흥시장 총괄대표는 “브릭스 대표국인 중국과 인도가 고성장할 수 있는 시대는 갔다”며 “한국과 대만 필리핀 폴란드 터키 이집트 같은 나라들이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브릭스 시대는 갔다는 게 그의 논지다.
사실 최근 몇 년간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 국가의 주식시장은 대부분 성과가 좋지 않았다. 그게 브릭스에 열광하던 글로벌 투자자나 투자은행들의 관심을 바꿔놓았다. 지난 2001년 브릭스란 용어를 처음 주창했던 골드만삭스마저 지난해 기존 브릭스에 한국과 인도네시아 터키 멕시코를 더한 8개국으로 ‘성장시장(Growth Market)’이란 새로운 개념을 제시할 정도였다.
비판적 인사들을 도와주기라도 하듯 인도와 브라질은 최근 계속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있다. IMF는 지난 10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인도와 브라질이 내년은 물론이고 2017년까지 경상수지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는 지난 2005년부터, 브라질은 2008년부터 경상수지 적자를 내왔다. 러시아의 경우 당분간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하겠지만 2017년엔 적자가 될 수 있다고 IMF는 내다봤다. 미국이나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가 경상수지 적자에서 비롯된 것을 감안할 때 두 나라의 적자는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글로벌 위기로 성장 전망이 불투명한 점도 브릭스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지난 2009년 브라질과 러시아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올해는 브릭스의 간판 주자인 중국마저 예년 성장률을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이나 인도 러시아의 성장률도 지난해보다 크게 낮을 것이란 게 IMF의 전망이다.
중국 2017년 GDP 세계 1위 등극(PPP기준)
이 같은 분석은 GDP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패러다임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지금 글로벌 경제의 중심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금융위기 이전 경제대국에서 브릭스 제국과 한국을 비롯한 신흥선진국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성장시장 개념을 내놓은 골드만삭스는 2000년 세계 경제의 78%를 차지했던 선진국 점유율이 2050년엔 31%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브릭스 4국과 한국 등 네 나라를 합친 성장시장 8국의 점유율은 13%에서 46%로 수직 상승할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내다봤다.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넘어간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제 권력의 이동은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명목가치를 기준으로 한 GDP로는 미국이나 일본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세계를 주도할 전망이다. 그러나 실질 경제력을 따지는 구매력 기준 GDP는 조만간 역전될 것이 확실하다.
IMF는 이번 세계경제전망(WEO)에서 2017년 미국의 GDP를 19조7453억달러, 중국 GDP를 13조2322억달러로 전망했다. 그러나 그해 말 구매력 기준 GDP로는 중국이 세계 최초로 20조달러를 넘기면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점유할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의 경우 경제성장이 거의 정체를 보이는 데다 실질 경제력은 그보다 밀려 구매력 기준 GDP로는 5조3049억달러로 7조원을 넘을 인도에 역전당할 것이라고 했다.
브라질이나 러시아의 GDP는 내년엔 모두 2조달러대에 들어서고 2017년엔 3조달러대로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과 엇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그러나 IMF의 전망은 서방이 극도의 비정상적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 이 전제가 틀려진다면….
실제 세계 경제는 비정상적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이미 자체적으로 정부부채를 줄이기 어려운 상태가 돼 버렸다. 무디스는 Aa3, S&P는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거품이 상당히 끼어 있다.
부채에 대한 이자를 갚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 상황으로 국가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니 당연히 더 내려야 한다. 현재 일본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내리는 것은 세율을 대폭 올리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이번엔 경기가 급랭해 세수가 줄어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IMF는 일본이나 스페인이 국가부채를 줄이기 어려운 상태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IMF는 일본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올해 234.5%, 내년엔 240%를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스페인의 국가부채 비율은 올해 90.3%선, 내년엔 96.5%로 치솟을 전망이다.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들어 당분간 재정적자를 줄이기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스페인 위기는 EU 전체로 퍼져나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도 정부부채를 줄이기 어려운 상태다. 2011년 102.8%였던 미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올해 106.7%, 내년엔 110.7%로 늘어날 것으로 IMF는 예상했다. 문제는 미국의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다. 10월 18일 부채시계는 미국의 국가부채가 16조1865억달러가 넘었다고 밝혔다. 2000년 5조6850억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불과 12년 만에 3배로 는 셈이다. 2008년 10조4021억달러였으니 4년도 안 돼 5조8000억달러가량 증가한 것. 연말까지는 6조달러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양호해 보이는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이미 95%를 넘었고 영국이나 프랑스도 이 비율이 90%대에 육박하고 있다. 글로벌 위기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대폭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 이들 나라의 공공부채가 GDP의 100%대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부부채를 통제하기 위해 지출을 줄이면 경기가 급랭해 세수가 줄어 오히려 정부부채가 늘어날 상황에 처한 것은 일본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2013년에 세계적인 대폭풍(퍼펙트 스톰)이 몰아칠 것으로 예견한 바 있다. 만에 하나라도 대폭풍이 몰아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퍼펙트 스톰 뒤 세계 주도
그간 브릭스 비판자들은 대부분 투자자 입장에서 GDP를 중심으로 경제를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 역시 비슷하다. 그는 브릭스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중국이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된다는 것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미국의 40%일 뿐이며 여론몰이가 ‘중국 1위’를 만들어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중국이 향후 3~4년간 평균 6%의 성장률을 유지하겠지만 그 후에는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또 브라질이나 러시아 역시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의 경쟁력이 회복돼 브릭스가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란 게 그의 시각이다.
그러나 처음 브릭스를 제창했던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성장시장이란 새로운 용어를 내면서도 브릭스 홍보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최근 브릭스 리포트가 자주 나오는 것도 이례적이다. 월가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브릭스에 집착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 해답은 전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최근 미국이 2025년까지 에너지 자급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미국의 거대 에너지기업인 코노코필립스의 라이언 랜스 회장은 비엔나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세미나에서 미국이 지난 2년간 대규모 쉘 가스를 개발해 더 이상 천연가스를 수입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쉘 가스 개발로 미국의 가스 가격은 지난 10년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랜스 회장은 더 나아가 가까운 장래에 미국이 LNG를 아시아로 수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퍼펙트 스톰 이후 강화될 지도 모를 자급경제 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 맞서는 브릭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지금 브릭스는 미국과 달러화를 대체할 새로운 시대를 그리고 있다. 지난 3월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는 회원국 간 거래에 회원국 통화를 사용하고 글로벌 이슈에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이들은 브릭스 은행공동체(BRICS Interbank Cooperation Mechanism)를 설립하고 브릭스 국가의 수출입은행/개발은행 간 신용공여 협약도 맺었다. 그러면서 첫 번째로 서방이 시리아와 이란을 공격하지 말라며 글로벌 이슈에 목소리를 냈다.
강화되는 브릭스 체제
브릭스가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5개국만으로도 각 대륙의 이해를 조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급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이들 5개국 인구는 30억명에 육박해 세계 인구의 42.8%에 달한다. 게다가 식량은 물론이고 석유 철광석 등 기초 원자재도 충분히 자급이 가능할 정도로 생산하고 있다.
브릭스 역내 무역이 최근 빠르게 늘어나는 점도 주목된다. 좌장 격인 중국은 브릭스 국가 내 교역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공동체의 강화를 주도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중국은 브릭스 내 나머지 3개국의 가장 중요한 교역상대국으로 우뚝 섰다. 우선 인도의 세 번째로 큰 수출국(6.3%)이며 최대 수입국(12.1%)이다. 거의 대척점에 있는 브라질조차 중국을 제일의 수출국이자 제2의 수입국으로 삼고 있다. 중국이 브라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3%,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5%다. 러시아는 중국에 두 번째로 많은 양의 상품을 수출하고 가장 많은 양을 수입하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의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5%와 15.6%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최대 교역국조차 중국이다. 중국은 남아공 수출의 15.8%, 수입의 13.3%를 차지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중국의 최대 수출국은 17.1%를 점유한 미국, 최대 수입국은 11.2%인 일본이다. 일본의 장비로 브라질과 인도 러시아 남아공의 원자재를 들여다 미국에 수출하는 셈이다.
재정 안정은 브릭스의 강점
브릭스를 다시 봐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난 10월 10일 중국 인민은행은 머니마켓에 2650억위안을 쏟아 부었다. 420억달러나 되는 거액이다. 자금시장에 단기자금을 쏟아 부어 금리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의도였다. 유동성이 쏟아지면서 상하이 증시는 이날 2% 가까이 올랐다.
일반의 상상을 깨는 중국의 통 큰 정책은 미국의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질 때도 나타났다. 중국은 1조달러를 풀어 경제를 살려냈고 한국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일각에선 중국이 이처럼 거액의 재정을 풀었지만 부동산 버블만 만들고 금융 부실이나 지방재정 부실은 처리하기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실제 파워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이다.
2011년에도 엄청난 재정을 풀었지만 중국의 재정적자는 GDP의 1.1%에 불과했다. 지방정부를 포함한 정부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도 43.5%로 강대국 중에서 비교적 건전한 수준이다. 물론 이 부채 비율엔 공공은행이나 철도 부채, 중국자산관리공사 부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만약의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상당히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3조24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 원할 경우 언제든 내부 부실을 털어내고 경제를 성장 궤도로 이끌 수 있다.
브라질 역시 재정이 양호한 편이다. 2011년엔 재정흑자가 GDP의 3.1%나 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공공부채 비율도 GDP의 54.2%로 양호한 편이다. 다만 경제가 지나치게 외국 자본에 노출돼 있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잦은 단기자금 유출입으로 위기를 맞았는데 최근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원자재 강국 러시아 역시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위기에 엄청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1년 러시아는 0.4% 재정흑자를 냈다. 공공부채 비율은 GDP의 8.3%에 불과해 경제 위기에 정부가 강력히 대응할 수 있다. 특히 계획경제를 해왔던 전통 때문인지 공공부채엔 지방정부는 물론이고 공공기관이나 사회간접자본 투자, 연금까지 포함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분식결산을 하고 있는 서구보다 월등히 건전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경제가 저조한 국면을 이어가고 있지만 인도의 공공부채는 GDP의 48.5% 수준으로 서방에 비하면 비교적 양호한 상태다. 세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7%에 불과해 인도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재정을 개선할 여지는 충분하다. 국제유가가 치솟았을 때 인도 정부가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유가보조금을 지급한 것도 이런 힘이 바탕이 됐다.
브릭스는 이처럼 글로벌 위기의 주범인 재정위기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막대한 원자재와 소비시장을 갖고 있고 안정적 재정까지 뒷받침되고 있는 게 브릭스다.
IMF 같은 기구 넷 만들 외환 보유
브릭스는 이제 서서히 힘을 드러내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 사건은 미국이 브릭스를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됐다. 2009년 말 신기후협약을 최종 조율할 때의 일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 중국을 압박할 심산이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약속을 잡은 오바마 대통령은 의기양양하게 나섰다. 그런데 양자회동을 통해 큰 건을 받아내겠다며 들어선 회의장엔 오바마를 깜짝 놀라게 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원자바오만이 아니라 브라질 인도 남아공의 수뇌가 함께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브릭스는 지난 6월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또 다른 힘을 보여줬다. 중국이 430억달러를 내고 러시아와 브라질 인도가 100억달러씩을 더해 총 730억달러를 IMF에 출자한 것. 이들의 도움으로 IMF는 4560억달러의 위기대응 자금을 마련해 유럽 구제에 나설 수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이 이제는 브릭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당연히 브릭스의 발언권은 높아졌다.
지난 10월 중순 도쿄에서 열린 IMF 연차총회에선 그게 명확히 나타났다. 일본이 IMF 가입 60주년을 맞아 의욕적으로 주최한 행사였는데 중국은 ‘댜오위다오’ 국유화 항의의 표시로 인민은행장과 재정부장의 불참을 통보했다.
중국은 대신 브릭스 은행 설립이란 카드로 IMF체제를 압박하고 있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 회장은 지난 10월 17일 런던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조만간 브릭스은행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브릭스는 지난 3월 뉴델리 정상회의에서 은행 설립에 합의했으나 그동안 구체적 진전은 없었다. 그런데 일본이 IMF에서 목소리를 내는 꼴을 보기 싫어 이 카드를 만지기 시작한 것이다. 브릭스의 외환보유액은 기존 4국만 해도 4조4359억달러나 된다. IMF 정도의 국제금융기구 4개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5년 뒤인 2017년이면 중국이 구매력 기준 GDP에서 미국을 누르고 1위로 부상한다. 브릭스 전체 구매력은 미국과 유로존을 합친 수준에 육박하게 된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 중이다. 상황이 악화돼 글로벌 교역이 위축될 때 브릭스는 어마어마한 시장과 원자재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골드만삭스가 여전히 브릭스 인연을 강조하는 이유는 아닐까.
다만 아직 취약한 면도 남아 있다.
브릭스 국가는 그동안 미국이나 유럽의 통화정책으로 자금이 급속히 쏠릴 때 위기에 노출됐다. 보유 외환이 급격히 늘어난 중국이나 러시아는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을 확보했다. 다만 브라질이나 인도는 아직은 외국자금의 쏠림을 상쇄할 정도의 외환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2~3년 내 그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위기를 피하기 쉽지 않은 실력이다.
브라질 헤알화는 그동안 외국인 공격으로 자주 요동을 쳤다. 아직도 충분한 외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안심할 수는 없다. 다만 브라질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투기적 자금의 유입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등 대책을 세운 데다 월드컵과 올림픽이 예정돼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진화하는 브릭스 : 개별 국가-4국 공동체-5국 공동체
2001년 골드만삭스가 처음 단어를 만들었을 때만해도 브릭스는 그저 투자자들의 호기심 거리였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브릭스 국가들이 2050년까지 기존 선진국들을 제치고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투자를 하라고 제안했다.
그런 브릭스가 정치기구 성격을 띠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이후. 2006년 9월 뉴욕에서 최초의 브릭스(Brazil, Russia, India, China) 4국 외무장관이 회동했다. 이들은 2008년 5월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버그에서 외교라인을 총동원해 모였고 2009년 6월 16일 첫 번째 브릭스 정상회의를 이곳에서 열었다. 브릭스 정상회의는 이후 브라질 중국 인도를 돌며 열렸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가입이 결정돼 지난해 4월 중국 산야에서 열린 제3차 정상회의부터 제이콥 줌마 대통령이 참석했다. 5차 브릭스 정상회의는 2013년 3월 26일부터 이틀간 남아공의 더반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 6월 브릭스 IMF의 투표권 개정을 조건으로 대규모 출자를 했다. 브릭스가 글로벌 이슈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브릭스에 한국 등 4국을 추가한 성장시장 개념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브릭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11년 세계 경제의 25%를 차지한 성장시장 점유율이 2050년엔 46%로 늘어나고 선진국 비중은 63%에서 31%로 축소될 것이란 게 그들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