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롯데’다. 연일 소비자의 입에 오르내린 닭싸움 영향이 컸다. 경제전문가들은 “롯데의 거대한 포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롯데는 지금 보수적인 성향에서 탈피해 스피디한 공격경영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 재계 인사들은 그 중심에 신동빈 부회장이 있다고 말한다.
롯데마트가 일주일 만에 ‘통큰치킨’의 판매 중단에 들어감에 따라 치킨 해프닝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대기업의 횡포라는 시각에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는 “일부에서는 통큰치킨을 미끼상품이라 폄하했지만 1년 내내 판매하려던 저마진 판매전략의 일환”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통큰치킨은 롯데마트 상품본부 예하의 조리식품팀에서 2010년 4월부터 9개월간 공들인 작품이다. 600~900g까지 중량을 고민했고, 3980~7980원까지 가격을 조정하다 5000원에 출시했다. 판매 기간이 일주일에 불과했지만 그 기간 중 롯데마트는 매장별로 평균 약 10%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매출 증가를 놓고 롯데마트 관계자는 “의류 20%, 난방류 70%가 증가하며 매출이 늘었다. 날씨 탓이지 치킨의 영향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마진율 논란에 대해선 “하루 600만원씩 손해본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마진율을 밝힐 순 없지만 분명히 마진은 있었다”고 전했다.
기획의 승리 vs 상생 역행
통큰치킨의 기획에 대해 롯데마트 측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소비자의 호응이 긍정적이었다”는 반응이다. 신동빈 부회장의 지시사항을 묻자 “롯데마트 자체 기획일 뿐 신동빈 부회장과는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유통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대기업의 파괴력을 보여준 해프닝”이라고 이야기한다. ‘대기업의 중소상인 시장영역 침투문제’로 불을 댕겼지만 ‘가격문제’가 대두되며 ‘싼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 권리’로 사건의 중심이 옮겨갔다는 것이다.
한 컨설팅 전문업체 임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곱씹어봐야 하는 상황에서 롯데마트 측으로선 얻을 수 있는 실속을 모두 챙겨갔다”며 “비록 모양새는 백기를 들었지만 소비자에게 싸고 질 좋은 제품을 판매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풀이했다. ‘대기업의 횡포’란 비난을 피할 순 없었지만 적은 비용으로 확실한 브랜드 홍보가 이뤄진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 유통전문가는 “소비자의 권리, 대기업의 이득 뒤엔 영세업자들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하락이 있다. 통큰치킨이 아닌 통큰경영이 요구된다. 기업형 슈퍼(SSM)를 규제하기 위한 유통법·상생법이 시행된 지 불과 2주일 만에 영세상인들의 업종을 취한 건 기업윤리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통큰치킨의 기획과 마케팅을 놓고 그룹 전체로 시야을 넓히는 이들도 있다. 일부 재계 인사들은 “그동안 보수적이던 롯데가 앞으로 치고 나오는 공격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며 “신격호 회장의 거화취실(去華就實 드러나는 화려함을 배제하고 내실을 지향한다)이 신동빈 부회장의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신 회장이 여전히 경영 일선에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은연중 신동빈 부회장 체제를 인정한 발언이다.
시험대에 오른 경영능력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경영자로 신동빈 부회장을 꼽는 데에 주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신격호 회장은 일찌감치 일본롯데는 장남 신동주 부회장이, 한국롯데는 차남 신동빈 부회장이 경영하는 후계구도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분구조를 놓고 “아직 경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롯데그룹의 지분구조는 얽히고설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중심에 호텔롯데가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제과 15.3%, 롯데삼강 9.8%, 호남석유화학 13.64%, 롯데알미늄 13.0%, 롯데건설 40.6%, 롯데캐피탈 26.6%, 롯데물산 31.1% 등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 신동주 부회장이 14.58%, 신동빈 부회장이 14.59%, 호텔롯데가 9.58%를 보유하고 있다.
경쟁의 불씨는 호텔롯데에서 시작된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가 일본롯데홀딩스이기 때문이다. 전체지분의 19.2%를 갖고 있는 일본롯데홀딩스는 신동주 부회장이 최대주주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신동빈 부회장이 한국롯데의 후계자임은 이미 인정받고 있는 사실이지만 현재의 지분구조에선 호텔롯데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한국롯데가 일본에 비해 10배 가량 사업 규모가 큰 것도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한다. “사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신동빈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곤 한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일본보다 한국의 규모가 월등하기 때문에 회장님이 심혈을 기울이는 곳도 한국”이라고 전했다.
실제 한때는 신동빈 부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그룹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제기되기도 했다. 신 부회장이 주도한 롯데닷컴, 롯데홈쇼핑 등의 초기 실적이 지지부진하기도 했고, T.G.I 프라이데이스, 크리스피크림도넛 등 외식사업도 신통치 않았다. 2007년 국내 백화점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은 현지 시장조사와 적응에 실패해 개점 초기 “파리만 날린다”는 소리를 들었다. 롯데를 믿고 입점했던 브랜드 중 실패사례도 많았다. 추운 나라에서 뜨끈한 돌침대가 잘 팔릴 거란 기대에 국내업체가 입점했지만 단 한 개도 팔지 못했던 예가 대표적이다. 러시아에선 죽은 사람만 돌 위에 올라간다는 풍속을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2006년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경영에 참여한 롯데쇼핑은 그해 유통라이벌 신세계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자 신격호 회장은 2008년 3월 신 부회장이 취임할 때 등기이사 명단에서 빠지며 물러난 장녀 신영자 사장을 복귀시켰다. 롯데쇼핑은 그해 다시 신세계를 앞지르며 업계 1위에 올라선다. 덕분에 신동빈 부회장은 경영능력에 심각한 타격뿐만 아니라 후계구도 확립에 신영자 사장과도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함이 2010년 들어 점차 안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우선 그룹 안팎의 평가부터 달라졌다. 여러 잡음에도 그동안의 사업추진이 이제야 조금씩 결과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많은 임원들의 반대에도 신 부회장이 밀어붙인 슈퍼 부문이 단기간에 업계 1위로 올랐고, 해외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던 롯데백화점의 실적이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 “롯데가 두산에 바가지를 썼다”는 말이 돌기도 했던 두산주류 인수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최근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2004년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장에 오르며 지난 2년간 ‘자기 사람’을 만들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통큰치킨 판매당시 롯데마트 매장
2018 롯데비전, 신동빈의 복심(腹心)
“정통 글로벌 기업! 삼성 같은 회사가 해외에서 인정받는 브랜드가 됐듯이 우리도 밖에 나가 브랜드를 키우겠다.”
신동빈 부회장이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2018년 포부다. 롯데그룹은 2010년 한 해 동안 인수합병(M&A)에만 4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2008년 6254억원, 2009년 1조4899억원에 불과했던 예산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2009년 수립한 롯데비전 ‘2018 아시아 TOP10 글로벌 그룹’에 기인한다. 2018년까지 핵심 사업을 강화하고 해외사업 비중을 높여 매출 200조원의 거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미래전략이다.
송파구가 최종 건축안을 허가한 신천동 29번지 일대의 제2롯데월드 부지 / 제2롯데월드 조감도
롯데비전은 신 부회장이 전면에서 지휘봉을 잡고 “계열사 최고 경영자들은 비전 실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실천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비전 선포식 현장에 신격호 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신 회장은 매 홀수 달에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로열 스위트룸에서 지낸다. 한국에 머물렀던 시기임에도 그룹 창립 이후 처음 갖는 비전 선포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새로운 세대에 대한 배려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선포식 이후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전 계열사에 신 부회장이 선포한 ‘2018 비전’ 액자를 배포했다. 이 액자는 30여 년 전 신 회장이 만든 롯데그룹 훈(訓)과 경영방침이 새겨진 액자를 대신해 걸렸다.
신 부회장은 비전 수립에 앞서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BCG(보스턴컨설팅그룹)에 컨설팅을 의뢰하기도 했다. 핵심역량 강화, 현장경영, 인재양성, 브랜드 경영 등 4가지 경영방침과 고객 중심, 창의성, 협력, 책임감, 열정 등 5가지 핵심가치를 재설정했다. 새롭게 수립된 핵심성장 과제는 유통, 식품, 건설, 관광, 화학, 금융 등 6개 부문으로 나뉜다. 식품 부문은 제과 및 음료의 중국, 인도 시장 선도입지 구축, 소주·맥주 사업 강화를 통한 주류시장 내 선도업체로의 도약이 제시됐다. 유통 부문은 국내 할인점 시장 내 선도업체로 도약과 중국, 아세안 시장에서의 선도입지 구축 및 해외사업 확대가 선정됐다. 중국 백화점 시장에서의 입지 구축, 신규사업 기반 1등 슈퍼 업체로 도약 등이 목표다. 건설 부문은 해외 및 플랜트사업의 적극적 확장을, 관광 부문은 호텔롯데 브랜드 기반 글로벌 사업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화학 부문은 고기능성 신소재 사업 육성이, 금융 부문은 카드와 손해보험의 국내 선도업체 도약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핵심성장 과제의 중심은 해외시장 공략이다. 전형적인 내수기업인 롯데그룹이 총매출 200조원을 달성하기 위해선 해외진출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2018년까지 국외사업 비중을 20~30%선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200조원의 30%는 60조원이다. 롯데그룹의 해외 핵심전략지역은 VRICs(베트남, 러시아, 인도, 중국). 세계 최대 신흥시장으로 통하는 기존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중국)에서 브라질을 빼고 베트남을 넣었다. ‘롯데판 브릭스’의 작명은 신 부회장이 직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마트, 백화점, 제과, 음료 등이 진출한 중국에서 22조원 이상의 매출 목표를 세웠다. 베트남에서 10조원, 러시아•유럽에서 6조원, 인도를 필두로 한 중동•중앙아시아에서 4조원 등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약 2조원이 투입되는 중국 선양의 제2롯데월드는 롯데그룹 세계화의 중심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그룹은 이미 수천억원의 자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러한 계획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해외시장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렸지만 이미 짐 싸고 돌아온 곳도 있다. 롯데판 브릭스 중 한 곳인 인도가 그렇다. 현지법인을 설립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모색했지만 인도의 규제 장벽에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2010년 3월 인도 현지법인인 ‘롯데쇼핑 인디아’ 사무소 인력을 전원 철수시키고 사무소까지 폐쇄해 사실상 진출 계획이 잠정중단됐다. 롯데쇼핑이 인도에 진출하기 위해 2006년 11월 뉴델리에 주재인력을 파견한 지 3년여 만의 일이다. 지난 2008년 1월에는 현지법인을 설립하며 인도 공략이 가시화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종합소매업에 외국기업의 직접 투자를 금하는 인도의 정책이 문제였다. 쇼핑몰 개발도 타진했지만 뭄바이, 뉴델리 등의 비싼 땅값이 발목을 잡았다. 롯데는 현지법인은 청산하지 않고 유지해 향후 진출을 위한 최소한의 여지를 남겼다. 롯데판 브릭스에는인도를 제외하고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신브릭스 체제로 전략을 수정했다.
롯데그룹의 2010년 총매출은 약 61조원. ‘2018 비전’을 실현하려면 앞으로 8년 동안 약 3배 이상의 매출 성장이 필요하다. 여의도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롯데그룹의 매출 성장에 해외진출과M&A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문제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현지적응, 자금과 적당한 인수가격”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계 임원은 “선도업체로 부상하기 위해선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경쟁의 시작은 철저한 시장조사다. 특히 해외시장은 진출 실패가 뼈아픈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은둔형•행동하는 리더십
재계 인사들은 롯데그룹 글로벌 경영의 밑바탕은 롯데쇼핑 상장에 있다고 말한다. 롯데쇼핑은 지난 2006년 2월 한국과 런던 증시에 동시 상장되며 3조5000억원을 마련했다. 롯데그룹의 사세 확장에 원동력이 된 이 사건은 신 부회장이 직접 진행했다. 2010년 6월에는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롯데그룹 IR행사에 롯데쇼핑과 호남석유화학 등 계열사 실적을 포함한 롯데그룹 현황을 직접 설명하며 투자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그룹의 오너 경영자가 해외시장에서 직접 투자은행을 상대로 설명회를 갖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신동빈 부회장은 언론에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려 은둔형 리더로알려졌지만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은둔형이라면 어떻게 영국에까지 와서 IR을 하겠나”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에 그룹관계자는 “나서야 할 자리는 꼭 참석하고 화끈하게 밀어붙인다”고귀뜸했다. 현 롯데그룹의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글로벌 경영의 성격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사실 신 부회장에 대해선 별다르게 알려진 게 없다. 그만큼 조용했다. 1955년 신격호 회장의 차남으로 일본에서 태어난 신 부회장은 1977년 일본 아오야마카쿠인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1980년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고, 1981년 노무라증권에 입사해 런던지점에서 1988년 2월까지 근무했다. 신 부회장은 1985년 일본 귀족가문 출신인 오고 마나미씨와 결혼했다. 일본 대형건설사 다이세이의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둘째 딸로 귀족학교를 졸업한 재원이라고 알려졌다. 일본 언론에서 일본 왕실 며느리감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축사는 나카소네 당시 일본 총리가 맡아 화제가 됐다. 슬하에 1남2녀의 자녀는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
롯데와의 연은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하며 이어진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발령받으며 한국 롯데의 업무를 챙기기 시작한다. 이후 코리아세븐 전무, 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을 거쳐 1997년 2월 그룹 부회장에 취임했다.
국내외 랜드마크… 거침없는 하이킥
롯데백화점 모스크바 지점
최근 언론 지면을 요란하게 장식한 통큰치킨 사건은 향후 롯데그룹의 대대적인 사업계획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롯데그룹은 우선 2009년 12월 본관, 2010년 신관과 아쿠아몰을 개장한 롯데백화점 광복점 등 부산 롯데타운에 2조원을 투입한다. 2010년 11월, 송파구청으로부터 최종 건축허가를 받은 잠실 제2롯데월드는 2011년 3월부터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사업에 매달린 지 16년 만이다.
지상 123층 규모로 국내 최대 높이인 제2롯데월드는 신동빈 시대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물 공사만 1조7000억원, 총 2조7000억원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제2롯데월드는 1998년 최초 허가 이후 초고층 건립을 위해 2005년 555m로 지구단위계획이 결정돼 2010년 6월과 8월 건축·교통 통합심의 및 환경영향평가 등 제반절차를 완료했다. 완공시까지 공사 중 연인원 약 400만명 투입과 완공 후 상시고용 인원 약 2만여 명의 일자리 창출, 약 6조원의 경제유발효과가 기대된다. 건축 허가를 내준 송파구는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연간 280만명의 관광객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업을 추진 중인 롯데물산 관계자는 “2015년 말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2018년엔 약 1조60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2009년 착공한 중국 선양 롯데타운 건립에도 약 2조원을 투자한다. 도심의 랜드마크 건설은 베트남에서도 진행된다. 롯데건설은 베트남 하노이에 65층 랜드마크 빌딩 건설 및 베트남 호찌민의 대규모 주거·상업 복합시설을 개발 추진 중이다. 러시아, 요르단, 리비아 개발사업 및 도급공사 추진을 통해 해외사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경기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내 435만㎡ 부지에 조성되는 유니버설스튜디오코리아리조트 중 테마파크(53만㎡)에 참여한 롯데자산개발은 해당 부지 구입에 난항을 겪으며 2014년 3월로 예정된 완공일을 그해 말로 미뤘다. 수자원공사와의 사업부지 협상이 관건이다.
신격호 회장이 관광사업을 중시했다면 신동빈 부회장은 금융업 진출을 진두지휘하며 새로운 롯데를 구상하고 있다. 롯데는 이미 카드, 보험업에 이어 최근 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이미 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췄다. 2002년 동양카드를 인수했고, 이후 롯데백화점카드 부분과 통합했다. 2007년 대한화재를 인수하며 롯데손해보험을 출범시켰고, 자산운용 규모 3조원대의 일본 자산운용회사인 스팍스그룹의 자회사 코스모투자자문 지분 50% 이상을 인수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2006년부터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인수를 타진해오던 롯데그룹이 서서히 금융그룹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동빈 부회장은 2010년 12월 ‘하반기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올 해는 61조원의 매출을 달성해 작년보다 30% 가까운 고성장을 이뤘다. 해외사업에서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7조원을 달성해 롯데의 해외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자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 vs 우려, 특혜시비
‘2018 비전’을 위한 첫 걸음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분위기.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빠른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은 불가피하지만 자원이 고갈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충고한다. 재무구조가 탄탄하기로 소문난 롯데그룹이 인수합병의 리스크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2010년 4분기 국내 10대 그룹 중 회사채(9041억원) 발행이 가장 많았다. 계열사들의 인수합병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회사채 발행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틈을 타 유리한 조건에 거액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호남석유화학이 말레이시아 정유 업체 타이탄을 인수할 땐 6919억원(미화 3억5000만 달러 포함)을 발행했다. 그룹 발행 물량의 77%다. 석유화학 분야는 앞으로도 회사채 발행이 예상된다. 최근 신동빈 부회장이 “석유화학 분야는 인수합병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 덩치를 키우겠다”고 밝혔고,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도 인수합병 추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회사채 발행 등 차입이 늘면 부채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재계 인사들은 “롯데그룹이 재무안정성을 악화시킬 우려는 없다”고 말한다. 2010년 7월 재벌닷컴의 자료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부채는 50.33%에 불과하다. 빚이 자기자본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불거져 나온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롯데백화점과 마트가 영업 중인 매장의 부동산을 팔고 다시 장기 임대하는 ‘세일즈 앤 리스백(매각 후 임차)’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현금 흐름이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금융기법이다. 경쟁사인 신세계는 영업점이 있는 부동산은 임차하지 않고 소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세일즈 앤 리스백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현금 흐름이 나빠질 수도 있다는 방증”이라며 “석유화학 부문의 경우 인수합병 후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게 급선무다.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이미 차려진 밥상에만 매달리다 보면 끼니때 쌀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인수합병을 통해 생산능력은 늘렸지만 태양전지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 분야가 취약한 호남석유화학을 겨냥한 말이다.
그런가하면 현 정권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히는 롯데에 대한 여론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2008년 11월엔 서울시 용도변경 완화정책에 따라 서초동에 위치한 롯데칠성음료 소유 대지 7만㎡(2만 1175평)의 땅도 상업지역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가 호텔롯데에서 자주 열리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인 장경작(현 현대아산 사장) 전 호텔롯데 고문의 친분을 주목했지만 현대가와 롯데가의 오랜 친분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여의도의 한 정치 컨설턴트는 “문제는 정권 이후”라며 “수혜를 받았다는 건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여론의 갑론을박에도 건축이 허가된 제2롯데월드가 그렇다”고 지적했다.
‘수성’과 ‘내수’를 중시했던 신격호 회장과 달리 ‘해외공략’과 ‘인수합병’을 우선시한 신동빈 부회장. 그의 선택과 행보에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