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하반기 한국 주택시장은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렵다. 가격은 떨어지는데 매물은 잠기고, 거래는 멈췄는데 임대료는 뛴다. 표면적으로는 정체된 시장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매매·전세·월세 세 시장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는 ‘초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4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22% 올랐다. 상승은 이어졌지만 한 달 전(0.34%)보다 0.12%포인트 둔화했다. 둔화를 주도한 것은 지난해 많이 올랐던 수도권으로, 수도권 상승폭은 3월 0.61%에서 4월 0.40%로 꺾였고 서울의 둔화폭(-0.38%포인트)이 가장 컸다.
특히 고가 아파트 지역의 둔화가 두드러졌다. 5월 9일 양도세 중과 종료 전 처분 매물이 늘면서 상급지 가격이 먼저 빠진 것이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는 4월 -0.29%로 주간 기준 10주 연속 하락했고, KB선도아파트 50지수도 두 달 연속 전월 대비 하락했다. 반면 같은 4월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은 1.0% 올랐고 서초구도 0.21% 상승했다. 5개 광역시(0.04%)와 기타 지방(0.07%)도 소폭 올랐다. 즉 4월의 본질은 ‘하락’이 아니라, 양도세 변수에 직접 노출된 일부 초고가 단지가 조정받는 가운데 나머지 지역은 상승세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이런 경향은 5월 들어 더 뚜렷해진다. 국토연구원이 5월 중순 발표한 소비심리조사에서 4월 수도권 매매 소비심리지수는 119.1로 기준선(115)을 넘어 상승 국면으로 올라섰다. 강남 고가 대단지가 2개월 연속 조정받는 사이, 강북과 경기 외곽에서 상승 흐름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묶은 6·27 대책,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10·15 대책에 이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료까지 고강도 규제를 연이어 내놨다. 그러자 임대 시장이 먼저 영향을 받았다. 토지거래허가제 확대로 임대 매물이 줄고, 다주택자마저 집을 전월세로 돌리는 대신 매물로 내놓으면서 빌릴 집이 급격히 말랐다. 서울 아파트·오피스텔 전월세 매물은 5월 17일 기준 3만2866건으로 연초 대비 26.1% 감소했다.
이는 전셋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2.89%로 지난해 같은 기간(0.48%)의 6배에 달한다. 5월 둘째 주 서울 전세가격 상승률은 0.28%로 약 10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 누적 상승률(1.56%)이 매매 상승률(0.98%)을 웃도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수도권 월세가격지수도 6개월 연속 상승세다. 4월 한 달 서울은 1.1%, 경기는 0.9% 올랐다. 입주 물량 감소와 전세대출 규제로 매물이 줄어든 가운데, 임차인은 보증금 부담에, 임대인은 월세 수익 선호에 끌리면서 월세 비중이 높게 유지된다. 5월 서울 전월세 매물의 48%가 월세로 1년 전(42%)보다 6%포인트 늘었다.
치솟은 전월세 부담에 청년 등 실수요자는 외곽 중저가 아파트로 눈을 돌렸다. 서울 집합건물을 생애 처음 매입한 30대 비중은 57.6%로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매수는 강서·노원·성북 등 외곽에 집중돼 ‘불장’으로 이어졌다. 임대 불안이 매매 수요로 전이된 것이다. 강남권은 5월 10일 중과가 재개되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오히려 가격이 반등했다. 서초구는 올해 매매가가 1.00%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전세는 3.65% 뛰었고, 강남구는 매매가가 0.38% 떨어졌는데도 전세는 0.84% 상승했다.
종합하면 규제로 인해 임대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폭등하고, 전세 난민이 외곽 매매로 몰리고, 양도세 재개가 강남 매물을 잠그는 네 고리가 맞물리며 트리플 강세가 완성됐다. 전방위 규제가 가격을 누르기는커녕 세시장의 동반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공급 부족이 겹친다. 올해 1분기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5632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62.4% 급감했다. 인허가에서 입주까지 보통 3~5년이 걸려 향후 몇 년간 공급도 부족하다. 수도권 입주 예정 물량은 2026년 11만2000가구로 약 15% 줄고, 서울은 2만7600여 가구로 약 26% 감소한다. 공사비 급등과 공기 지연까지 겹쳐 2026년부터 ‘공급 공백’ 위험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서울 오피스 시장도 표면적으로는 안정세다. 알스퀘어 ‘2026년 1분기 마켓 리얼 리포트’에 따르면 1분기 평균 공실률은 전분기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6.1%로 4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었고, 평균 임대료(NOC)는 전분기 대비 2.4% 오른 평당 27.3만원, 전년 동기 대비로는 4.5% 상승했다.
다만 속을 보면 다르다. 대형 오피스 공실률은 3.1%까지 떨어진 반면 초대형은 4분기 만에 반등해 8.2%를 기록했다. CBD(종로구·중구 일대 업무지구)에서는 대형 오피스 NOC가 전년 대비 6.5% 오르는 동안 중형(2.2%)·소형(3.0%)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권역 온도차도 선명하다. YBD(여의도 일대 업무지구)는 신규 공급이 없는 가운데 공실률이 1.8%까지 떨어져 ‘가용 공간 부족’ 국면에 들어섰고, BBD에서는 판교(4.4%)와 분당(10.3%)이 엇갈렸다. 핵심 권역의 신규 공급이 2025~2026년 사실상 공백 상태인 점은 임대료 하방 경직성을 구조적으로 강화한다. 세빌스코리아도 2026년 서울 프라임 오피스 명목 임대료가 2~4% 완만한 상승을 이어가되 권역·자산별 임차인 인센티브 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시장에서는 매수 주체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1분기 서울·분당 오피스 거래액은 약 3.5조원으로, 대형 딜이 몰렸던 직전 분기보다 줄었지만 평년 수준을 회복한 것에 가깝다. 전략적 투자자(SI)는 거래 건수의 약 60%를 점유했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서울스퀘어 인수(약 1조2855억원), 한웰(다이소)의 케이스퀘어강남2 매입(평당 5348만원), 한화비전의 휴맥스빌리지 인수 등 ‘실물을 직접 사들이는 기업’이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SI·실수요 주도 거래 비중은 2021년 20%에서 2025년 49%까지 늘었다(세빌스코리아). 실수요는 금리에 덜 민감해 하반기 시장의 하방을 떠받치는 안전판 역할이 기대된다.
변수는 금리다. 1분기 서울 오피스 평균 캡레이트는 4.36%, 국고채 3년물(3.2%)과의 스프레드는 117bp까지 좁혀졌다. 채권 대비 매력이 줄어 재무적 투자자(FI)의 셈법이 까다로워진다는 신호다. 한국은행은 4월까지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고, 4월 소비자물가는 2.6%로 전월(2.2%)보다 올라 추가 인하 기대가 지연되고 있다. 다만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금리인하 기대에 힘입은 오피스 투자 증가를, CBRE는 기저효과에 따른 10~15% 거래 감소의 완만한 조정기를 전망하는 등 시각은 신중한 낙관에 가깝다.
결국 하반기 키워드는 ‘선별’이다. 거래는 다시 움직이되 자산 선택은 더 냉정해진다. 파인에비뉴A동, 더케이트윈타워 등 CBD 대형 자산과 구로 G타워, 타임스퀘어 등 대형 매물이 매각 대기 중이지만, 실제 클로징은 금리 스프레드와 매도·매수 호가 간극에 달렸다. 입지가 검증된 핵심 권역 프라임 자산으로 매수세가 집중되는 반면, 비핵심·중소형 자산은 가격 조정 압력에 더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평균’은 안정적으로 보여도, 그 안의 격차는 2026년 내내 더 벌어질 전망이다.
▶ “지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금리… 개인 자산가일수록 보수적으로”
알스퀘어 이상준 이사는 상업용 부동산(CRE) 및 투자자문 전문가로, 2024년 5월 알스퀘어에 합류하여 CRE 총괄 및 투자자문 본부장을 맡고 있다. 데이터와 시장 분석을 기반으로 오피스·물류·데이터센터·주거·리테일 등 섹터별 전망을 물었다.
Q 하반기 부동산시장을 볼 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무엇인가요.
A 금리, 그리고 펀더멘털입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1~2%대인데 자산가치가 5~7%씩 오르는 건 비정상이에요. 임대료는 결과로 봐야 합니다. 임차하는 사람이 누구이고, 그 산업이 향후 3~5년간 견조한지를 봐야 진짜 가격이 설명됩니다.
Q 지난 4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하며 금리 동결에 대한 전망이 있습니다.
A 금리는 오를 거예요.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안정되지 않으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자본시장에서도 한두 차례 인상을 점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도 인상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어요. 우리도 그 흐름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오피스든 물류든 하반기에는 더 보수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Q 2026년 하반기 오피스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A CBD와 GBD 공실률이 5% 수준에서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고, 이 흐름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임대료는 연 4~5% 씩 꾸준히 오르는 상태로, 물가상승률을 일부 상회합니다. 오피스 시장은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Q 최근 투자업계에서는 AI붐에 힘입어 데이터센터가 ‘가장 핫한 자산’으로 꼽힙니다.
A 수요는 분명히 있어요. 다만 수도권은 전력 확보가 어렵습니다. 10메가와트(MW) 이상이면 전력영향평가를 받아야 해서 신규 진입 장벽이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수도권에서는 전력영향평가를 피할 수 있는 ‘엣지 데이터센터’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고, 대형 데이터센터는 결국 태양광 전력이 풍부한 전남 같은 비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Q 엣지 데이터센터가 장기적으로 수요가 늘어날까요.
A 엣지 데이터센터는 도심지 오피스 건물 지하나 저층부를 컴퓨팅 시설로 활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부동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입니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입지가 1순위는 아니지만,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변수입니다. 24시간 서비스가 가능하고 문제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소규모 운영을 서울 안에서 하려는 니즈가 있다고 봅니다.
Q 물류센터는요.
A 외국계 투자자 중심으로 우량 자산에 대한 검토는 계속되고 있는데, 거래로 이어지는 케이스는 많지 않습니다. 가격이 이미 많이 올랐고, 공실 해소에도 시간이 걸려요. 저온창고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고, 상온창고는 회복 중이지만 드라마틱한 임대료 상승은 내년까지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옥석 가리기가 작년부터 진행중이고 올해까지는 이어질 겁니다.
Q 리테일과 주거 섹터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A 리테일은 사실상 거래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봐야 합니다. 이커머스가 오프라인 상권을 잠식했어요. 영화관도 앵커 테넌트로서 기능을 상실해, 일부는 교회로 컨버전되는 사례까지 나옵니다. 반대로 호텔·코리빙·시니어 주택은 매우 견조합니다. 서울 주요 호텔은 객실점유율(OCC)이 95%에 달하고, 주중에도 방이 없을 정도예요. 코리빙은 외국인 유학생과 어학연수생 수요까지 흡수하며 상품 구성을 다양화하고 있고, 시니어 주택은 일본 시장을 후행 추격하는 단계로 대형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박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