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재 확보는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에요. 좋은 인력 씨가 말랐어요.”
국내 굴지의 대기업 AI연구소 팀장의 하소연이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AI 관련 연구가 가장 앞섰다는 곳이지만 거대언어모델을 정교화할 엔지니어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사 팀장은 “미국 빅테크 연봉에 준하는 페이로도 실력 있는 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가 ‘AI 3강’ 도약을 목표로 데이터센터 건립과 GPU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를 구동할 핵심 인재가 고갈되는 ‘풍요 속의 빈곤’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의 규모는 커지고 있는데, 그 안을 채울 ‘두뇌’는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절대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 인공지능·클라우드 등 신기술 분야 인력 부족은 향후 수년간 누적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AI 분야에서만 1만2800명, 클라우드 분야에서 1만8800명의 신규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현장의 체감도는 더 심각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AI 기업의 인력 부족률은 7%를 상회하며, 당장 필요한 인력 대비 수천명에서 1만명 안팎의 자리가 비어 있다. 한국은행 역시 “국내 AI 인력이 5만명대 중반까지 늘긴 했지만 낮은 임금 경쟁력 등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주니어급은 AI 대학원이나 부트캠프를 통해 배출되고 있지만 5년 이상 실무 경험을 갖춘 고급 인력은 공급이 수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국내 AI 분야의 여성 인력 비중은 전체의 약 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고도화된 기술 개발 직군이나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관리직이니 최고 경영인으로 갈수록 여성의 비율은 더욱 낮아지는 현상이 뚜렷하다. 실제 2024년 기준, AI 분야 여성 창업자의 비율은 7.5%에 불과했다. SPRi의 조사 결과, AI 산업 내 여성 인력의 비율은 되레 줄어드는 추세다. AI 산업 내 여성 인력의 이탈률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가장 큰 걸림돌은 ‘디지털 격차’와 ‘경력 단절’로 평가된다. IT 업종 특유의 빠른 기술 변화 속도 때문에 출산이나 육아로 현장을 떠난 여성들이 복귀하는 데 심리적·기술적 장벽을 느낀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AI 시대의 도래는 여성에게 되레 기회라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된다. 반복적이고 계산 중심적인 업무는 AI가 담당하는 반면 문제를 정의하고 관계를 조율하며 사회적 가치를 설계하는 역할은 인간에게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이런 변화는 여성 기업인이 그동안 축적해온 역량과 맞닿아 있다.
“AI 시대는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태도의 문제다.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이해하고, 사람을 중심에 두며, AI를 경영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인에게 기회는 열린다. AI 시대는 여성 인력과 기업인에게는 새로운 도전인 동시에, 그동안 축적해온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AI 분야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한 여성 기업인의 일성이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6호 (2026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