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은 미국 증시를 중심으로 연말 낙관론이 피어오르는 시간이다. 미국 투자사 LPL파이낸셜이 1950~2022년을 기간으로 분석한 것을 보면 S&P500 지수가 매년 11월 강세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가장 최근 5년을 보면 2021년 11월 지수가 소폭 하락한 것을 제외하고는 2019~2020년, 2022~2023년 모두 11월에는 상승 마감했다. 11월은 ‘미국판 추석’ 추수감사절 연휴를 즈음해 소비 성수기인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가 미국 경제의 큰 축을 이루는 소비를 자극하면서 경제 분위기가 살아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9월부로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고 한국은행도 10월 금리 인하에 나서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자 투자자들도 재테크 전략 조정에 나서는 모양새다.
금리 인하기에는 시장금리보다 높은 수익률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와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사)가 주목받는다. 사비타 스브라매니안 뱅크오브아메리카 미국주식 책임 전략가도 “특히 (미국)대선이 있는 해 7~11월은 시장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배당 수익률이 높은 배당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리 인하 시기에는 예금이나 채권과 같은 고정 수익 자산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인하기에는 부동산에 간접 투자하는 리츠도 차입금 부담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투자 관심을 받는다. 리츠의 경우 금리 인하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 시장 회복세뿐 아니라 온라인판매플랫폼 성장에 따른 물류 창고 중요성, AI시대에 따른 데이터센터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뉴욕증시의 경우 대표적인 리츠 ETF로는 ‘뱅가드 리얼에스테이트(부동산) ETF’(VNQ) 등이 있다.
개별 종목으로는 상업용 리츠인 리얼티인컴이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끈다. 연간 배당수익률이 6%를 넘나들어 배당 황제주로도 통한다. 이밖에 상업용 리츠·통신 인프라스트럭처 업체 ‘아메리칸타워’나 물류리츠 ‘프로로지스’, 상업용 리츠·통신 인프라 업체 ‘크라운캐슬인터내셔널’, 데이터센터 리츠 ‘에퀴닉스’, 물류 저장 업체 ‘퍼블릭스토리지’(2.74%) 등이 있다.
한국증시의 경우 월 배당 ETF인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가 대표적이다. 맥쿼리인프라와 SK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상위 구성 종목이다. PLUS K리츠 ETF도 월 배당으로 분배금을 지급한다. ESR켄달스퀘어리츠, SK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신한알파리츠, 롯데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상위 구성 종목이다. TIGER리츠부동산인프라는 맥쿼리인프라, SK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 세 종목 비중이 40%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이 10월 11일 기준금리를 내리며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섬에 따라 재테크 전략 조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예·적금의 경우, 투자 전문가들은 단기 예금을 활용해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면서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현재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조언을 내고 있다.
채권도 금리 인하기 매력적인 투자 자산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ETF를 활용하거나 혹은 내년 말까지 자금에 여유가 있다면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것도 유리한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9월 중순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4대 주요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연 3.35∼3.45% 수준이다. 은행권이 미리 예금 금리를 낮춘 탓에 현재 국내 기준
금리(연 3.25%)와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후 인하하는 경우 예금 금리도 내년까지 점차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강동희 신한 프리미어 PWM강남센터 PB팀장은 “정기 예금 금리는 3년 만기 국채 수익률 데이터를 참고해보면 예측 가능하다”면서 “현재 3년 국채 수익률이 2%대 후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금리는 0.25%포인트(p) 정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채나 국채 수익률 같은 시장 금리도 비슷한 폭으로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한국 국채 중 3년 만기 국채는 기준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만 예금의 경우 주요국 금리 인하 속도 차이와 경기 침체 리스크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단기예금을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하라는 조언도 눈에 띈다. 김정은 NH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금리 인하뿐 아니라 경기 침체 가능성 경계 차원에서 유동성 확대 외 시장 변동성에 모두 대비해야 한다”면서 “안정적이고 유동적인 자산으로는 정기예금을 비롯한 시장 단기금융상품을 추천할 만하며, 특히 단기금융 상품은 경기 변동성을 방어하면서 유동성도 높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금의 경우 추후 금리 변동에 따라 자유롭게 예금을 해지하거나 재투자할 수 있도록 자유 입출금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전략이다.
다만 자금 여유가 있고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경우에는 장기로 높은 고정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강 팀장은 “장기 정기예금 상품이나 믿을 만한 회사의 고정금리를 받을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 혹은 후순위채권에 투자해두면 앞으로 금리가 낮아지더라도 높은 금리를 고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적금과 대출은 상황이 다르다. 금리 인하기에도 대출 금리는 하락폭을 예상하기 힘들다는 것이 은행권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대출 금리는 시장 금리 외에도 은행이나 제도별로 가산금리가 다른 데다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선 탓에 금리 인하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출 금리의 경우 은행권에서는 시중 은행들이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본다.
김 WM전문위원도 “대출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하지만, 대출자들에게 긍정적이기만 한 환경은 아닐 것”이라면서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 특히 금리 인하로 대출수요가 증가할 것을 고려해 은행권들이 각종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우대금리 혜택 범위를 줄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완중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한국은행이 앞으로 금리를 추가 인하하더라도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폭을 밑도는 하락 경로를 보일 것”이라면서 “대출 금리는 시장금리에 가산 금리를 더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장 금리와 연동해 하락하더라도 하락폭이 제한적이다”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미 대출을 받은 경우라면 대출 리파이낸싱(재대출)을 고려해볼 만하다. 여유 자금으로 대출 상환을 서두르기보다는 금리 하락에 따른 이득을 누리면서 여유 자금을 다른 투자 기회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기 때문이다.
현재 고정금리 대출을 받고 있다면 금리 인하 후 변동금리로 갈아타거나 더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는 식이다. 이는 ‘금리 하락의 수혜를 극대화’ 방식이다.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경우라면 이를 통해 월 상환액을 더 줄여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 대출 조건을 유지하면서 추가적 상환 여유가 생길 수 있다.
금리 인하시기 눈여겨봐야 할 투자자산으로는 채권도 있다. 고정아 하나은행 잠실새내역금융센터지점 VIP PB팀장은 “여유 자금이 있다면 일부는 주식 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 저점 매수할 수 있도록 초단기 채권펀드(수익률 3.5∼4.2%)로 자산의 40%가량을 예치하고, 나머지 60%는 채권 가격 상승을 노린 채권 투자를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개인이 직접 국채에 투자하기는 여전히 까다로운 측면이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접근이 쉬운 국채 ETF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인하는 주식과 채권 가격 모두를 끌어올릴 만한 소식이지만 통상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 둔화가 예상되거나 경기 침체기에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보다는 채권이 더 매력적이다”라고 조언했다.
채권 중에서도 금리 변동 폭에 의한 가격 차익을 크게 누릴 수 있는 장기 채권 투자가 유망하며, 적어도 내년 말까지의 긴 투자 시계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눈에 띈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채권시장은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기 전부터 연내 2회 인하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었다”면서 “연말까지 단기적 투자 시계 아래서 국내 장기 채권을 매수한다면 한은이 11월 금통위에서도 연속 인하를 단행해야만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급격한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최종 종착지는 내년 말∼내후년 상반기 2.5% 내외로 예상한다”며 “만기가 긴 채권 수익률은 통상 기준금리보다 0.50∼1.00%p 더 높은 것이 정상적이기 때문에 추격매수를 하기보다는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동 리스크나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세 외에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는 금값 주요 상승 동력이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금값은 1트라이 온스당 2650~2700달러 선을 오가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금은 보유에 따른 이자 수익이 없기 때문에 금리 인하기에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커진다.
골드만삭스 측은 9월 보고서를 통해 지정학 변수와 주요국 금리 인하 기조를 이유로 “금 값이 내년 초 27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수정해 2900달러로 올린다”고 밝힌 바 있다. JP모건 측도 “단기적으로는 석유와 금이 지정학 리스크 헤지 수단”이라고 언급했다.
귀금속 거래 중개서비스업체인 재너 메탈스의 피터 그랜트 부사장 겸 수석 전략가는 “미국 연준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이 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하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면서 “이 와중에 미국 국채 수익률이 낮아지자 금값이 뛰어올랐는데 금값은 내년 1분기 중에 3000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은행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파생상품 책임 전략가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위험, 지정학적 긴장, 탈달러화,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 연준의 금리 인하,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 등이 금값 강세의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런던 금시장 연합회(LBMA) 참가자들은 금값이 앞으로 12개월 동안 2941달러까지 오르는 한편 또 다른 귀금속인 은 가격도 1트라이온스당 45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파워드 라자크자다 씨티 인덱스 연구원은 “지정학적 긴장과 중앙은행 금리 인하에 대한 낙관론이 올해 금값을 끌어올렸지만, 기술적 분석에 따르면 8~10월 초 같은 상승세를 이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새로운 변수가 없는 한 현재로서는 금값이 정점을 찍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세계금협회(WGC) 등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5월부터 금 매수를 중단한 상태다. 인민은행은 그간 금 수요를 견인해온 대표적인 변수로 꼽혀왔다.
[김인오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0호 (2024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