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지난 6월 초에 이뤄진 총선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3연임에 성공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인도 증시는 다시 반등했다. 이후 인도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5조달러(약 6899조원)를 넘어섰고, 미국, 중국, 일본, 홍콩에 이어 세계 5위 자리에 올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32개 인도 주식형 펀드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6월 17일 기준)은 12.96%로 주요 국가별 주식형 펀드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펀드(10.96%), 중국 펀드(4.26%), 베트남 펀드(4%), 일본 펀드(0.33%)를 큰 폭으로 웃도는 수치다. 이와 더불어 인도 펀드 설정액도 올해 초 2조3480억원 수준에서 현재 3조585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내상장된 인도 상장지수펀드(ETF) 중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KODEX 인도 Nifty50’에는 올해 들어 2781억원이 순유입되었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인도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다. 모디 총리가 소속된 인도국민당(BJP)은 정치권의 예상과 달리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으나, 동맹 세력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모디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하자 증시는 다시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올해 들어 인도 주식을 34억달러어치 순매도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는 판단에 매수세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 내국인이 주식 투자에 적극 참여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투자군이 다변화하면서 증시 체력이 탄탄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 국내 펀드는 올해 들어 인도 주식을 약 260억달러어치 사들였으며, 이는 지난해 연간 매수 규모(223억달러어치)를 반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현동식 한국투자신탁운용 해외비즈니스 본부장은 “중국에서 빠져나간 갈 곳 잃은 글로벌 자금이 인도로 몰리고 있다”며 “중국의 경우 고도 성장기에 소비 지출이 늘고 소비주들이 급등한 것을 고려할 때 인도 역시 소비주 중심의 상승장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거시적으로는 글로벌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인도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2022년 인도의 명목 GDP는 6.8% 증가해 영국을 넘어 세계 5위 경제대국으로 등극했다. 더 나아가 2027년에는 일본과 독일까지 제치고 G3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인도의 향후 5년간 전 세계 경제성장 기여율이 11.3%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이 대내외적 리스크로 주춤한 사이 ‘포스트 차이나’ 혹은 ‘인도 대세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이 인도로 쏠리는 이유다.
인도 주식시장은 지난 10년간 압도적인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강한 기업이익 성장과 수급 측면에서의 구조적 성장이 그 배경이다. 다른 신흥국과 달리 인도는 국가 경제성장(GDP)의 과실을 기업이 함께 향유해왔다. 명목 GDP 성장과 인도 주가 지수가 동행하는 이유다. 모디노믹스 이래 구조적 개혁(제조업 육성, 기업 경영환경 개선)과 친기업 기조(법인세 인하)를 통해 강한 기업이익을 시현했다. 수익성 또한 매우 높다. 인도 증시의 ROE는 15%대로 기타 신흥국은 물론 유럽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인도 주식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주체는 개인과 이들을 기반으로 한 뮤추얼펀드”라며 “인도식 적립식투자(SIP)가 서민들의 주요 재테크 방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인도 주식시장은 구조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2024년 6월 4일, 인도 총선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두 달여 동안 진행된 이번 총선에서는 기존 여권 연합인 국가민주연합(NDA)의 압승을 예상했던 출구조사와 달리, 야당 연합인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이 예상 밖의 약진을 보이며 시장 변동성을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NDA는 기존 353석에서 293석으로 감소했으며, 인도국민당(BJP)은 과반수를 상실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치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NDA의 과반 유지로 정책의 일관성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라며 “다만, 연합 내외의 지지도를 확보해야 하는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헌법 개정 등 다양한 경제 개혁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총선 이후 인도는 외국인직접투자(FDI) 수치 등을 통해 점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비 관련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양 연합 간 외교, 기업 정책(대기업 vs 중소기업) 등의 관점 차이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 소비 지원 및 소비 기반의 전반적인 촉진이라는 점에서는 높은 정책 유사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총선 결과를 반영하여 모디 정부에서도 복지(=소비) 촉진 정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소비 시장의 확대 전망도 긍정적이다. 2022년 2조2000억달러였던 인도 소비 시장은 2030년 5조5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같은 기간 도시화 비율도 35.9%에서 4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력이 큰 인도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재 인도에는 직접투자가 불가해 ETF를 통한 간접투자가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코스피, 코스닥 지수, 미국의 S&P 500, NASDAQ 지수와 마찬가지로 인도에도 대표 지수가 있다. 센섹스(Sensex index) 지수와 니프티(Nifty index)는 2023년에 각각 19%와 20% 상승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20% 넘게 급성장한 Nifty50 지수는 인도 거래소에 상장한 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우량주 50개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들어 아시아 국가 ETF 중에서도 인도 ETF는 상위권 수익률을 보이며 선방하고 있다. 최근 1개월 수익률(6월 13일 기준)을 살펴보면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 ‘KODEX 인도Nifty50레버리지(합성)’ ETF가 각각 12.52%, 11.66% 수익률을 기록했다. ‘KODEX 인도Nifty50’(7.41%), ‘KODEX 인도타타그룹’(6.93%), ‘TIGER 인도니프티50’(6.92%) 등도 6~7%대 수익률을 보였다. 1년 수익률의 경우 레버리지 ETF는 6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으며, ‘KOSEF 인도Nifty50(합성)’ ‘KODEX 인도Nifty50’ ‘TIGER 인도니프티50’도 30%대 견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도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ETF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5월 국내 최초 인도 테마형 상품으로 ‘KODEX 인도타타그룹’ ETF를 선보였으며, 같은 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도 소비재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인도빌리언컨슈머’ ETF를 상장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가전, 자동차, 헬스케어 등 내구소비재에 집중 투자하는 ‘ACE인도컨슈머파워액티브’ ETF를 8월 중 선보일 예정이다.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인도와 관련된 투자 상품은 많지 않았으나, 지난해부터 인도가 본격적인 성장 가도에 올라서면서 상품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며 “투자 상품이 다양해지면 금융소비자들의 선택의 폭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6호 (2024년 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