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으로 시작해 공포로 끝난 2022년이었다. ‘애프터 코로나’, ‘리오프닝’ 등 희망으로 가득 찬 단어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시작했던 2022년 투자 시장은 인플레이션 공포와 미 연준의 급진적인 긴축정책으로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높은 글로벌 인플레, 각국의 급속한 정책금리 인상, 강달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제 부진 등 다양한 경제충격 요인들이 우리 경제의 향후 성장에 위험요인으로 등장했다.
실제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IMF에 따르면 2022년 초 +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던 미국의 2022년 예상 GDP 성장률은 1.6% 수준까지 하락했고 2023년에는 0.4%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성장률은 2022년 2.6%에서 2023년 1.7%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파른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에 따른 부작용도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장단기 금리 차의 역전 이후 경기 침체가 발생하는 사례들이 다수 존재했던 만큼 지난 10월부터 10년물과 3개월물 채권의 역전이 발생했다는 점도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지나치게 긴축정책을 편 결과 경기 침체가 촉발될 것이라는 우려에 채권 시장이 반응하고 있고, 주식 시장은 2023년 금리 인상과 기업 이익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 연준의 긴축 중단을 넘어 금리 인하라는 정책 선회(피벗)까지 보폭을 넓힐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을 좌우하는 것은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이다. 미국 인플레이션은 2022년 중반께 고점을 찍은 것으로 평가되면서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가던 연준도 최근 속도조절론을 꺼내든 만큼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은 2022년 12월 50bp, 2023년 2월에는 25bp 수준으로 추가 축소될 것”이라며 “3월과 5월에도 25bp씩의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고금리는 5~5.25%로 추정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준은 2022년 12월에 이어 2023년 2월에도 50bp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고, 3월에는 25bp로 인상 폭을 줄일 것”이라며 “연준의 최종 기준금리는 5~5.25%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연준의 관심은 노동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노동 시장 문제를 이유로 금리 인하 전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의 둔화 속도가 점진적인 만큼, 연준이 더욱 빠르게 긴축 중단에 들어가려면 과열된 노동 시장과 임금인상률이 진정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임금인상률이 높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실소득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해 소비를 더욱 늘릴 여지가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2021년 코스피 3000 시대를 연 국내 증시는 2022년 내리막길을 걸었다. 여전히 다양한 위험요소로 불확실성을 걷어내지 못한 가운데 국내 17개 증권사가 전망한 2023년 코스피 지수는 평균 2103~2679였다. 지수 하단을 가장 낮게 전망한 곳은 다올투자증권으로 194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으며, 상단을 가장 높게 전망한 곳은 DB투자증권으로 293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반적인 증시 흐름 예측은 ‘상저하고’로 요약할 수 있다. 상반기에는 긴축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이며 하반기에는 이 같은 통화정책 사이클이 종료되고 기업 실적 회복에 힘을 받는다면 점차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투자사들도 비슷한 예측했다. 모건스탠리가 발간한 ‘2023 한국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코스피 지수는 약세장에서는 하단이 2100까지 밀릴 수 있지만, 강세장에선 3000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3개월 내 종료될 것으로 보이고, 미 달러화에 따른 원화 환율도 1300원 초반대로 하향 안정됐다”며 2023년 증시 상방 압력이 높다고 본 것이다. 또한 “2023년 하반기 이후 2024년 이익 상승 추세에 따라 코스피가 우상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JP모건도 12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250~2800 수준을 전망했다. 특히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2023년 상반기까지는 2250~2550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보이며 매크로 위험이 걷히고 대형주 이익이 확실해지면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낙관적인 전망치를 내놓은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23년 코스피는 공급 측면 인플레이션 완화와 환율의 J커브 효과에 따라 상승하리라고 판단되며, 예상 경로는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철강 및 순수 화학 등 가치주 영역에 체류하는 것들이 높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증시 회복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예측치를 내놓은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최근 증시 이익전망치는 대표산업인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빠르게 하향 중”이라며 “2023년도 이익전망치가 2022년 전망치보다 가파른 속도로 선제 진행되었다는 측면에서 상반기 실적 전망치 하방 경직성에 대한 신뢰도가 형상될 개연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8호 (2023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