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다시 그린 상권지도 뜨는 거리, 뜨는 공식은] INTERVIEW |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 “맛집이 살아야 상권이 뜬다”
안재형 기자
입력 : 2022.07.01 15:57:05
수정 : 2022.07.01 15:57:37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
뜨는 상권의 비결과 죽는 상권의 비밀은 무엇일까. 상권 분석 전문가인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는 “힙한 브랜드와 그 상권의 매력을 입소문 내줄 누군가가 뜨는 상권의 필수조건”이라고 답했다.
▶강남·용산·성수 상권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우선 용산은 갑자기 뜬 상권이에요. 누구나 알고 있듯 대통령실이 이전하면서 주목받고 있죠. 강남은 이미 뜬 상권이에요.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게 다시 돌아오는 겁니다. 강남역 주변이 가장 핫한 지역이고 최근 신사역 주변이 뜨고 있어요. 가로수길보다 역 주변이죠. 성수는 사실 공장 지대였잖아요. 지자체가 잘 이끌어간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성동구청이 이끌고 서울시가 뒷받침한 부분이 있어요.
▶지자체의 지원이 돋보인 부분이라면.
▷오래된 공장지대인데 구청이 나서서 개발과 보존을 적절히 조화시켰어요. 사실 싹 밀어버리면 재미가 없잖아요. 공장을 유지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지 않게 임대료 부분을 정비해나가니 역량 있는 맛집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거죠. 그렇게 블루보틀이 들어오게 됐고 명품들도 넘보는 상권이 됐습니다. 서울에선 이런 상권이 나오는 게 쉽지 않아요. 재개발 대신 리뉴얼로 새로움을 덧씌운 상권에 손님이 몰리는 겁니다.
▶전통적인 상권인 명동의 추락도 이슈 중 하나인데.
▷사실 대통령실이 이전하고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북촌과 서촌, 익선동이 확실히 달라졌어요. 그 낙수효과로 종로도 살아나고 있습니다. 이 영향력이 명동까지도 이동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데요. 명동이 살아나지 않는 건 좋은 매장이 없어서예요. 확신이 안 서는 거죠. 핫한 브랜드가 불씨를 댕겨주면 분명 다시 살아날 여지가 있습니다.
▶상권이 죽고 사는 가장 큰 이유라면.
▷상권은 떴다가 죽기 마련이에요. 죽는 이유 중 하나는 옆 상권이 개발되기 때문이죠. 이미 뜬 상권은 임차료가 오르게 되니 수익성이 없어요. 그러다 보면 잘나가던 매장들이 하나둘 빠져나오기 시작합니다. 장사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새로운 상권을 찾는 거예요. 이미 확보한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가까운 거리에 새 둥지를 틀게 됩니다. 신촌에서 홍대로 홍대에서 연남동으로 상권이 이동해 간 게 좋은 예일 수 있겠네요.
▶한때 스타벅스가 들어서야 상권이 산다는 말이 있었는데요.
▷이제 그걸로는 안 되죠. 힙한 창업자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익선동은 공간 디벨로퍼인 글로우서울이 청수당, 온천집, 살라댕방콕 같은 식당과 카페를 열면서 데이트 명소가 됐어요. 이들이 상권을 살린 거죠. 최근 잠실 송리단길엔 뉴욕의 유명한 베이글인 니커버커가 직영으로 들어왔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맥도날드는 처음 압구정동에 진출했고, 스타벅스 1호점은 이화여대 앞에 생겼어요. 역량 있고 힙하고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브랜드가 어디로 가는지 살펴야 합니다. 이런 브랜드는 유동인구가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들어갔을 때 수익성이 있는지를 보거든요. 가능하면 이미 뜬 곳보다 뜰 가능성이 있는 곳에 들어가야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고 유명해지겠죠.
▶최근엔 MZ세대가 와야 뜬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렇죠.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부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돈을 쓰는 것과 돈을 많이 가진 건 전혀 다르죠. 예전에 상권을 살리는 업종은 유통업이나 소매업이었어요. 의류였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그냥 먹는 겁니다. 맛집이 살아야 그 상권이 삽니다. 그 맛집을 즐기는 이들이 바로 MZ세대예요. 그중에서도 여성이죠. 2030 여성 고객이 와야 상권이 뜹니다.
▶상권 측면에서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입니까.
▷바이럴로 끌고 가는 힘이죠. SNS 파급력이 다른 세대에 비해 월등합니다. 그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야 바이럴이 됩니다. 젊은 층이 있으면 중장년층도 따라오게 돼있어요.
▶예비 창업자들은 상권이 먼저인지 아이템이 먼저인지를 두고 고민하는데요.
▷엄격하게 따지면 이 둘은 뗄 수 없는 관계죠. 상권을 분석해보면 각 상권마다 주류 업종이 다 다릅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먼저 선택하고 상권을 찾아야죠. ‘저기서 저게 잘 된다는데’.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100% 죽습니다.
▶전국에서 주목해야 할 상권을 꼽는다면.
▷오히려 서울보다 지방 쪽에 더 기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뜨고 있다는 상권들의 특징은 관광지형 상권이에요. 성수나 강남 거주자들이 팔아줘서 장사가 잘되는 게 아니거든요. 빅데이터에 기반해 외식 소비 의도를 기준으로 상권을 추려보면 제주, 강릉, 여수, 속초, 경주 순이에요(표 참조). 또 의외로 저평가된 지역 중 송도, 강화도, 영종도 등 인천을 주목하고 있어요. 창업하는 분들이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