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다시 그린 상권지도 뜨는 거리, 뜨는 공식은] Part 2 용리단길·신용산역 일대 상전벽해 용산 | 탄탄한 배후 수요·대통령실 이전 특수
문수인 기자
입력 : 2022.07.01 15:40:19
수정 : 2022.07.01 15:40:50
용산은 한때 사통팔달 등 입지 면에서 서울 어느 지역에 비해 빠지지 않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2000년대 후반 야심차게 추진된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좌초된 것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한민국 부동산 중 가장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현재가 가장 싼 가격”이라고 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지역이 성장하고 있다. 최근 경제 위기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면서 용산 일대 부동산 시장도 주춤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때가 기회’라며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용산의 변화된 모습은 신용산역 일대가 잘 보여준다. 2014년 래미안용산센트럴파크의 분양을 시작으로 2017년 용산푸르지오써밋, 2020년 용산센트럴파크헤링턴스퀘어 등 초고층 주거단지의 입주가 이뤄지고, 여기에 더해 아모레퍼시픽, LG유플러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신사옥이 이 일대에 새로 둥지를 틀면서 지역의 외관은 미래 도시의 이미지를 한껏 풍긴다. 공교롭게도 이들 기업들의 업종도 우리 사회 최신 트렌드의 집약판이다. 현재도 일대 곳곳에서 공사가 이뤄지고 있어, 머지않아 지역의 모습은 또다시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고층건물로 꽉 찬 신용산역 일대.
여기에 더해 용산의 변화와 관련해 주목할 점은 지역의 공간을 채우는 이들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주역이 돼버린 MZ세대들이 거리를 꽉 메우고 있는데, 평일이든 주말이든 이들은 지역 곳곳을 누비면서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만큼 용산 일대가 MZ들에게 맞는 곳으로 변했다는 뜻이다. 이는 자연스레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신용산역 일대 점심시간은 인근 기업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젊은 세대들로 복잡하기 그지없다.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 1층 상가의 경우 100m도 되지 않는 거리에 늘어선 5개의 커피전문점은 점심시간 MZ 직장인들의 점유공간이나 다름이 없다. 대부분 꽉 들어차 있거나 대기줄이 생길 정도다. 이곳 MZ들의 수요가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나이스지니데이타에 따르면 신용산역 일대 상권의 매출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9년 4월 56억4300여만원이었던 신용산역 일대 상가들의 매출액은 2022년 같은 달 대비 30% 증가한 72억4200여만원을 기록했다. 점포 수의 변화(2019년 118→2022년 116)가 거의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유동인구가 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매출 확대에 기여한 업종은 음식점들이었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신용산 일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권이 확장되고 있는 곳으로 분류된다.
▶용산의 핫플레이스 용리단길
이 대목에서 용리단길을 빼놓을 수 없다. 용리단길은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삼각지까지 이어지는 380m의 골목길로, 최근 MZ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용산의 인기 장소다. 이태원의 경리단길 못지않은 특색 있는 곳들이 많은데, 골목 사이사이 자리 잡은 식당들 하나하나가 다 눈이 갈 정도로 특색이 있다. 아기자기한 디저트 카페부터, 낡은 가옥을 그대로 살려서 만든 고깃집, 서서 즐기는 에스프레소 전문점 등을 비롯해 동남아의 소국 라오스 음식을 파는 곳도 있다. 이런 곳들을 즐기려는 MZ들은 평일이든 주말이든 관계없이 몰려들고 있다.
신용산 일대의 음식 관련 소비 증가가 이런 행렬과 무관치 않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용리단길 인근에 큰 기업들이 많이 들어서 있는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 이들 기업들에는 젊은 직장인들의 꽤 많이 근무하는데, 이들이 점심 때면 용리단길로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용리단길의 배후 수요가 그만큼 탄탄하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 기자가 용리단길을 방문한 날 이 일대는 인근 MZ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북적였다. 마음에 드는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려는 대기줄도 예사였다. 이들은 트렌디한 식당을 가까이서 평일에도 즐길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수고는 별것 아니라는 분위기다. 용리단길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A씨는 “직장 근처에 골목길이 있다는 것도 운치가 있는데, 그곳을 돌아다니며 맛집 탐방을 할 수 있는 것은 직장 생활의 꽤 괜찮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가끔 점심을 이곳에서 먹으면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론 용리단길에는 젊은 식당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오래된 식당들도 골목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용리단길의 운치를 더하고 있다. 일명 노포로 숨은 맛집들을 찾아다니는 이들의 발걸음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용리단길은 최근 의외의 것으로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새 정부의 대통령실이 삼각지로 이전해온 것이다.
점심시간 용리단길을 거니는 인근 직장인들.
▶정치적 배경이 힘을 더할까
대통령실 같은 힘 있는 권력기관의 이전이 지역 부동산과 상권에 어떤 여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은 없다. 그래서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온다고 해서 무슨 실익이 있겠느냐는 반론도 상당하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이후 지역 부동산 분위기를 보면 일단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은 것 같다.
먼저 국가 권력의 심장부가 용산으로 이전한다는 사실만으로 전국적 관심이 집중됐다. 돈과 사람이 몰려들었던 용산에 ‘권력’까지 얹히자 시선이 더 달라진 것이다. 이는 용산의 뜨거운 부동산 열기를 부채질하는 계기가 됐다. 인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반짝이긴 하지만 일부 아파트의 경우 호가가 올라갔다고 한다.
지역 상권의 매출도 느는 분위기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일대의 5월 매출이 취임 전 주와 비교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집무실과 가까운 원효로1가와 한강로1~3가 등의 외식업 매장 200개 이상의 평균 매출을 조사한 결과인데, 취임식 전과 비교할 때 매주 7~9% 매출이 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인근 편의점 관계자도 “확실히 매출이 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신용산에서 시작되는 용리단길은 삼각지역에 있는 대통령실 인근까지 뻗어있다.
사정이 이러자 이곳의 상권 변화를 눈치 챈 발 빠른 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음식점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꽤 많아졌다. 이들이 겨냥하는 것은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상주인구가 늘고 유동인구도 확대돼 관련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이미 대통령실 이전 이후 인근 식당가는 수요 대비 공급이 달리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대통령실 상주인원뿐만 아니라 이들과 관련된 각계의 사람들까지 몰려들자 생긴 현상이다. 게다가 이 지역의 새 수요처가 원하는 음식점들이 이 일대에 많이 없는 것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주목받는 삼각지역 상권.
이런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용리단길 일대가 뜬 이후 높았던 상가 권리금과 임대료를 더 치솟게 하고 있다. 현재 용리단길과 신용산역 일대 월세는 300만~400만원 정도로 개인 자영업자들에게는 꽤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 신축 건물이 많은 신용산역 일대는 더하다. 하이브 인근 카페에는 월세 1000만원을 부르는 곳이 있을 정도다. 상가 권리금도 2억~3억원 수준이다. 생각보다 센 임대료에 거래는 그리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다.
용리단길에서 가게를 하고자 하는 B씨는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당장 가게를 열 곳을 찾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일단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부동산에 물건을 찾아봐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는 “생각보다 권리금과 임대료 등이 세 놀랐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의 경우 역 인근 같은 목이 좋은 곳보다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곳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예로부터 권력은 돈과 사람을 자연스레 끌어 모으는 힘이 있다고 본다”면서 “용산으로 몰려드는 사람과 돈(기업)의 추세에 더 힘을 보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눈여겨볼 것이 서울시다. 용산의 또 다른 뒷배이기도 한데,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이 4선에 성공하면서 용산 개발에 더 탄력을 붙이고 있다. 오 시장은 2007년부터 용산철도 정비창 부지에 대규모 복합시설 개발을 추진할 정도로 용산에 대한 애착이 크다. 당시 구상은 31조원이란 대규모 자금 조달 실패로 무산됐는데, 다시 서울시장에 오르면서 다른 형태로 용산 개발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마스터플랜 용역을 완료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오세훈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의욕이 너무 앞서 있었다”면서 “이제는 현실론에 바탕을 두고 잘게 잘게 순차적이고 부분적으로 진행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국제업무개발지구는 산업과 경제를 이끌어갈 장소이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최첨단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제업무개발지구가 실제 착공되면 다시 용산 부동산 시장이 크게 들썩일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지구는 현재 용산에서 가장 개발 열기가 뜨거운 신용산역 일대와 가깝다.
삼각지역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나와있는 매물들.
▶초고가 주거단지의 경연장
이처럼 용리단길이 ‘핫’하긴 하지만, 동부이촌동·한남 등도 용산 부동산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들이다. 전통의 부촌으로, 지금도 일반인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넘사벽’ 수준이지만 용산 개발이 더 진행되면 그 체감 정도가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이촌동 역시 대통령실 이전의 수혜지역이다. 이촌동은 최근 재건축·재개발 추진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용산공원 개방 등 대통령실이 이전하면서 생긴 지역 변화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 시 대통령실이 만찬장으로 썼던 국립박물관이 지척에 있다. 한강맨션·한강삼익·왕궁·신동아·산호 등 지역의 낡은 아파트들이 재건축을 추진 중이고, 이촌강촌·이촌코오롱·한가람 등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강맨션의 경우 전용 120.56㎡가 올 5월에 45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4월에는 87.54㎡가 38억원에 새 주인을 맞았다.
새 고급 아파트의 경우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사는 ‘파르크한남’의 경우 지난 4월 전용 268.7㎡가 135억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11월 대비 18억원이나 오른 가격이었다. 2019년 입주를 시작한 고급아파트 나인원한남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206.89㎡가 지난해 7월 대비 13억원 오른 85억원에 팔렸다. 신용산역 일대 아파트 가격도 강세이긴 마찬가지다. 2020년 입주한 용산센트럴파크헤링턴스퀘어 135.38㎡의 매매가격은 40억5200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