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추월차선’ 연금 성공 투자법] Part Ⅲ 팔방미인 IRP| 소득 있으면 누구나 가입… 자유롭게 자금 운용 장점
문일호 기자
입력 : 2021.10.28 15:46:03
수정 : 2021.10.28 15:46:18
재테크족에게 가을은 배당을 주는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였다. 그런데 요즘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말하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19의 공포로 개인위생이 확고히 자리 잡으면서 기대수명이 점점 길어지자 노후준비를 위한 IRP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제대로 정책 지원을 하면서 세금을 아낄 수 있는 금융상품인 데다 이 상품 안에 주식형 상품을 담아 노후대비 자산 불리기용으로 쓰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IRP야말로 무조건 가입하고 봐야 한다며 독려하고 있어, 은행들이 각종 혜택을 주겠다며 ‘IRP발 전쟁’이 발발한 상황이다.
▶과세이연·저율과세 혜택
IRP는 과거 은퇴가 가까워진 중장년층이 주로 가입하는 상품이었다.
그런데 요즘엔 MZ세대를 비롯한 젊은 층의 가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아무래도 절세혜택이 있는 데다 개별 주식까지 담아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개인형 IRP란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연금계좌를 말한다. 근로자가 은퇴 전 이직할 때마다 받는 퇴직금을 적립하고, 퇴직금 외에도 가입자가 추가로 자유롭게 입금하면서 상품운용도 하다가 향후 연금 등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어 인기다.
IRP는 매년 세액공제로 환급받은 돈, 과세이연으로 생긴 여윳돈까지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이 커지는 구조다. 또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만큼 복리효과가 더 크다.
IRP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세액공제 혜택이다. 해마다 소득에 따라 납입한 금액의 13.2~ 16.5%를 연말정산 시 현금으로 환급받는다. 즉 그만큼의 소득이 발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개인형 IRP는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적용해주기 때문에 가을까지 목돈을 모았다면 한꺼번에 이 금액까지 넣어서 절세하는 것도 방법이다. 연간 한도 700만원까지 납입하면 최대 115만5000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작년부터 3년간은 만 50세 이상에게 900만원까지 납입한도가 늘어난다. 정부가 개인의 노후 관리 차원에서 연령층이 높은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
두 번째 장점으로는 과세이연 혜택이 있다. 과세이연은 세금 납부를 연기해주는 제도인데, 세금 납부를 미룰 수 있다는 뜻이다. IRP 통장에서 발생한 운용수익에 대한 세금을 바로 납부하지 않고 연금 수령 시까지 연기할 수 있는 것이다. 정기예금과 비교해보면 정기예금은 만기 때마다 이자에 대해 무려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연금계좌는 과세이연으로 세금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세 번째 혜택은 ‘저율과세’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는 뜻이다. IRP 통장에서 발생한 운용수익에 대해서는 고율의 이자소득세(15.4%)가 아니라 저율의 연금소득세(3.3~5.5%)를 적용해 준다. 운용수익에 대해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고 과세이연하다가 연금으로 수령하면 연금소득세율을 적용받아 세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요즘 IRP가 투자를 위한 최적의 통장으로 불리고 있다.
신한은행 미래설계보고서에 따르면 20년간 같은 조건으로, 일반 은행 통장과 IRP의 수익을 비교했더니 61만원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원금 700만원 투자로 연 수익률 2%, 이자소득세 15.4% 원천징수, 종합소득세와 연금계좌 수수료는 제외한 조건으로 계산할 때 기준이다. 통상 주식을 담을 수 있는 IRP가 예·적금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본적으로 무조건 IRP 가입이 유리하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다만 무조건 좋은 상품은 없다. IRP야말로 장기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IRP를 중도해지하는 경우 소득공제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에 대해서 저율의 연금소득세가 아니라 고율의 기타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IRP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대신 최소 5년 이상 적립해야 하고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는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중도해지하면 불이익을 주는 셈인데 연금 수령 시에는 저율의 연금소득세(연령별 3.3~5.5%)가 부과된다. 그러나 중도해지하는 경우에는 고율의 기타소득세(16.5%)가 부과된다. 납입기간 동안 세액공제 혜택을 16.5%보다 적게 받은 경우에는 연금수령기간 동안 납부하는 기타소득세를 감안하면 원금 손실이 날 수도 있다. 따라서 은행권 PB들은 IRP는 중도해지하지 않고 끝까지 장기 투자한 후 연금으로 수령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입을 모아 조언하고 있다.
물론 특별히 중도인출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무주택자가 주택을 사거나 전세자금을 낼 때, 가입자나 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 요양을 해야 할 때 등이다. 개인회생이나 파산선고, 천재지변 등도 포함되긴 하나 매우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돼 있다.
▶IRP발 금융권 전쟁
은행들이 고객유치를 위해 IRP 수수료 면제를 속속 시행하면서 증권사를 향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미 증권사가 수수료 무료를 내걸면서 선전포고했고 이에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까지 가세해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수수료 면제를 시행한 은행은 BNK부산은행이다. 부산은행은 지난 8월 3일부터 비대면 채널을 통해 IRP에 가입하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있다. DGB대구은행도 고객 수익률 향상과 만족도를 높여준다며 10월부터 비대면 IRP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전액 면제 중이다.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앱 IM뱅크를 통해 지난 1일 이후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등 혜택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중은행에선 우리은행이 지난 10월 1일부터 수수료 면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인터넷뱅킹과 우리원뱅킹을 통해 IRP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운용수수료와 자산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은행들도 IRP 수수료 면제 카드를 꺼내든 것은 증권사들에게 더 이상 고객을 뺏길 수 없다는 위기감 차원에서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사별 개인형 IRP 적립금 비율은 은행이 69.3%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점유율 상승이 눈에 띈다.
증권사의 점유율은 2019년 20%에서 지난해 말 21.9%로 높아졌다. 특히 증권사 IRP 계좌의 적립금은 2019년 말 5조773억원으로 전년(2조1434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늘었고, 지난해 말에는 7조5485억원으로 1년 사이 49% 더 증가했다.
특히 IRP 수익률이 증권사가 더 높은 상황이어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가 진행 중이다.
올해 1분기 증권사의 IRP 수익률(각 증권사 수익률의 평균)은 11.2%였고, 은행(4.7%)이나 생명보험(3.9%), 손해보험(2.3%)보다 수익률이 높게 나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은행은 수수료를 면제해줄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일단 고객 확보가 장기적으로 실익이 있다고 판단해 이처럼 IRP 혜택을 늘리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IRP의 세액공제 혜택과 한도가 높기 때문에 최근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며 “증권사와의 경쟁을 위해 일단 무료 수수료 정책을 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RP로 무엇을 담을까
이 같은 경쟁 속에 고객들의 궁금증은 어느 금융사 IRP로 가입할 때 유리할지에 대한 것이다. 일단 수수료 면제 등 수수료가 낮은 곳을 선택하면 되고, 그 다음으로 비원리금상품 수익률을 체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은 금융회사별로 거의 비슷하나 운용 실력이 드러나는 건 비원리금 쪽이기 때문이다. 이런 비원리금상품 수익률은 각 회사 홈페이지나 ‘통합연금포털’을 방문해서 확인 가능하다. 수수료나 수익률은 분기별로 공시되고 있다. 그러나 IRP 수익률의 핵심은 자신이 어떤 상품을 골랐는지에서 판가름 난다. 결국 IRP에서 굴릴 상품을 고르는 것은 가입자 자신이기 때문이다.
IRP는 원리금이 보장되는 정기예금부터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펀드, 파생결합증권, 리츠, 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자신이 보수적인 투자 성향이라면 은행의 정기예금, 증권사의 주가연계채권(ELB) 등 원금보장형으로 굴리는 것이 유리하다. 시중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겠다며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가입자라면 ETF나 금융사가 추천하는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가입 목적에 맞다고 볼 수 있다.
ETF란 특정한 테마의 주식이나 상품을 묶어 만든 지수를 따르는 펀드다. 해당 주식이나 상품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이 높아지는 식으로 연동되는 구조인데 개별 주식보다 리스크가 낮아 IRP를 통해 ETF로 돈이 몰리고 있다. 개인형 IRP에서 ETF에 투자되는 자금 규모는 지난 1분기 기준 1조3204억원이다. 2019년 1836억 원과 비교해 약 7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ETF의 장점은 다른 안정형 자산에 비해 리스크가 높은 만큼 수익률도 높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세제혜택도 꼽을 수 있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주식을 매매할 땐 원래 세금을 떼지만 국내 상장 해외주식을 편입한 ETF를 IRP 계좌에서 운용하면 세금이 없다. 55세 이후 연금을 수령할 때 연령에 따라 3.3~5.5%의 연금소득세를 부과하니 절세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IRP 계좌에서 개별 주식을 직접 투자할 수 없으니 유의해야 한다. 대신 앞서 살펴본 대로 주식을 편입한 ETF 같은 펀드 등은 운용할 수 있다.
다만 은행에서 IRP 계좌를 개설한 경우에는 ETF를 굴릴 수 없다. IRP 계좌로 ETF를 운용하고 싶다면 증권사 계좌를 터놔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부 고객은 자신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에 맞게 은행 IRP 계좌를 증권사 IRP 계좌로 이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주식 시장이 좋을 때는 은행 IRP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서 은행들은 금융당국에 은행 IRP에도 ETF 운용이 가능하게 해달라고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선 IRP와 같은 장기 상품을 갖고 단기 투자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은행권 주장이다. 그러나 당국은 ‘전업주의’ 원칙으로 이를 금지시키고 있다. 전업주의란 은행은 은행업에, 증권사는 증권업에 집중하라는 다소 오래된 규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업주의 원칙에 따라 은행 IRP에 ETF를 못 담으니 위험 성향의 고객들이 증권사 IRP로 이전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그러나 이처럼 금융상품 이관은 상당히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불편하다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해묵은 규제 때문에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신 은행에서 가입하는 IRP 계좌에서는 TDF를 운용할 수 있다. TDF는 생애 전반에 걸쳐 나이가 들수록 어느 정도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주식비중이 완만하게 줄어들도록 리스크 관리를 해주는 펀드를 말한다.
최근에는 은행 IRP 계좌로 EMP펀드에 투자하는 방법도 각광을 받고 있다. EMP펀드는 ETF들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하는데 ETF에 직접 투자가 안 되니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 IRP라고 해서 국내에 상장한 모든 ETF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출을 활용하는 레버리지나 시장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같은 파생 ETF에는 투자할 수 없다. 또 금선물, 원유선물처럼 파생상품 위험평가액 비중이 40%를 초과하는 ETF에도 IRP 계좌에선 투자할 수 없다. 이처럼 ETF 투자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IRP의 존재 이유가 고령화사회 속에서 개인의 노후자산 증식과 안정적인 장기 투자 상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