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는 어느 곳일까. 최근 사단법인 한국지역경영원이 발표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지속 가능한 도시 순위’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전국 기초시군구 총 228개 행정구역을 대상으로 인구, 경제·고용, 교육, 건강·의료, 안전 등 5개 영역과 30개 지표의 데이터를 토대로 평가된 보고서에서 1위에 오른 도시는 ‘세종시’였다. 2위는 경기 수원시, 3위는 전북 남원시, 4위는 대전 유성구, 5위는 서울 송파구가 차지했다.
부문별로 보면 세종시는 인구 규모, 인구성장률, 출생률, 평균 연령과 관련한 지표를 토대로 평가한 인구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성장 도시 타이틀을 얻었다. 특히 평균연령이 37.7세로 가장 낮았다. 3위에 오른 전라북도 남원시는 교육 부문에서 높은 점수(112.7점)를 기록했다. 이 부문에는 유치원과 초·중·고교 인프라, 교원 1인당 학생 수 등이 포함된다. 안전 도시 부문은 통계청의 2022년 기준 지역 안전 등급 현황 자료를 활용해 조사됐다. 1등급에 가까울수록 안전한 곳으로 평가됐다. 한국지역경영원은 “인구, 경제·고용, 교육, 건강·의료, 안전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세종시의 지속가능성이 전국에서 가장 큰 지방자치단체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슈퍼 리치가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매경LUXMEN>이 10인의 부동산 전문가(고종완, 고준석, 김규정, 김시덕, 김재구, 김제경, 김학렬, 박합수, 윤지해, 이주현)에게 ‘전통적인 부촌’ ‘새롭게 뜨는 부촌’ ‘부촌의 조건’ ‘10년 후 부촌’ 등 네 가지 질문을 던졌다.
우선 전통적인 부촌에 대한 질문에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남동’ ‘평창동’ ‘성북동’ ‘압구정동’을 꼽았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한남동, 성북동, 평창동은 고급 단독주택 밀집지역으로 대기업 오너일가와 외국 대사관저로 주목받는 곳”이라며 “최근 갤러리나 카페로 변신하고 연예인으로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등 희소가치가 부각되며 지가도 계속 상승중”이라고 설명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은 “압구정동은 임대 아파트가 전무한 지역”이라며 “원주민 자체가 고소득자, 고위층으로 시작해 지금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전했다.
새롭게 뜨는 부촌으로는 ‘용산’ ‘한남동’ ‘동부이촌동’ ‘압구정’ ‘반포동’ 등 한강 주변이 여전히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주거 환경의 변화로 새롭게 뜨는 부촌은 고급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동네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전통적인 부촌을 서울 사대문 인근으로 본다면 신흥 부촌은 백화점, 편의시설 등 인프라는 물론 지하철 접근성이 좋은 한강변 라인”이라고 설명했다. ‘마포구’와 ‘성동구’를 꼽은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최근 10년간 입지가 좋으면서 재정비가 활발해 신축이 대량으로 밀집 공급된 곳”이라고 전했다. 그는 “소비력이 뒷받침되고 있는 경기도 판교와 삼성전자 배후의 신축이 밀집된 광교, 동탄도 새로운 부촌”이라고 덧붙였다. 도시인문학자 김시덕 박사는 청담동, 반포동과 함께 부산 해운대구 우동을 뜨는 부촌으로 꼽았다. 김 박사는 “우동은 광안리, 해운대라는 두 곳의 해수욕장을 거느린 ‘바다가 있는 강남’”이라며 “벡스코와 센텀시티가 건설되면서 서울의 강남구, 송파구와 비슷한 형태가 부촌이 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꼽은 부촌은 조건은 ‘한강조망’ ‘인프라’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폐쇄성’으로 요약된다. 김시덕 박사는 “최고 수준의 부촌은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고립된 지형이면서 각종 자연 재해로부터 안전하고 그러면서도 도시의 핵심 지역에서 멀지않은 곳에 자리잡는다”며 “이런 곳은 자연스럽게 그 수량에 제한이 있다”고 전했다. 박합수 교수는 “부의 커뮤니티 유지가 중요하다”며 “(부자들은) 외지인의 출입이 잦지 않고 기존 지역과 분리된 형태의 지역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도 “(부촌의) 구성원 커뮤니티와 (교통, 병원, 백화점 등)인프라 완성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년 후 부촌이 될 지역을 묻는 질문엔 서울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한 압구정-성수동-용산 트라이앵글을 선정한 전문가들이 많았다. 이주현 대표는 “성수전략지구, 여의도, 방배동 등 재개발과 재건축 등 재정비와 관련된 지역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고,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10년 내 용산국제업무지구 완성 여부에 따라 이촌동, 한남동 일대의 부촌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9호 (2024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