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8월 초 뉴욕증시는 가을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 엔캐리 트레이드와 알고리즘 매매 외에 미국 경제 침체 리스크가 동시 다발적으로 겹친 결과 2020년 이후 최악의 패닉을 겪었다. 통상 대선이 있는 해에는 뉴욕 증시가 상승장이라는 월가 분석이 있다. 반면 매년 9월은 한 세기를 통틀어 뉴욕 증시 ‘최악의 달’로 통한다. 과거를 돌아봤을 때 평균적으로 가장 안 좋은 성적을 냈다는 이유에서다. 월가에서는 3분기(7~9월) 뉴욕 증시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았지만 올해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와 대선 효과가 겹쳐 증시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여부에 주목한다.
뉴욕증시에 영향을 줄 주요 일정으로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연준이 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기 회의와 ‘네 마녀의 날’(quadruple witching day), 휴장일 그리고 미국 대선 후보 TV토론회를 눈여겨 볼 만하다. 시간 순서대로 보면, 뉴욕 증시는 매년 9월 첫째 주 월요일 근로자의 날(노동절·Labor Day)을 맞아 휴장한다. 이 날은 연방 공휴일이기 때문에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은 비롯해 선물 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도 쉬어간다.
이밖에 9월 10일(이하 현지시간 기준)에는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ABC 뉴스 주최 대선 후보 토론에 나선다. 지난 7월 21일 민주당 대선 주자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를 선언했기 때문에 이번 토론은 민주당 새 후보(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간 첫 TV 토론회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인다. 토론 이후 지지율 변화에 따라 두 후보가 선호하는 업종이나 특정 기업 주가가 엇갈릴 수 있다. 이어 9월 17~18일에는 연준이 FOMC 정기 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 관전 포인트는 연말 이후 금리 향방을 보여줄 점도표(dot plot)와 미국 경제 침체 불안과 관련한 연준 예측을 보여주는 경제전망요약(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SEP)이다.
우선 미국판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 rate)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p)인하할 것으로 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통상 금리 인하가 현 정권에 유리하다는 점을 의식해 대선이 열리는 11월 전까지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말아야 한다고 날을 세워왔지만 인하는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이런 경우 기존 연 5.25~5.50%이던 연방기금금리는 9월 회의 이후 5.00~5.25%로 낮아지게 된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8월 13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경제 관련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해 “나는 기다릴 의향이 있지만, (인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다가온다”고 언급해 9월 금리 인하론에 힘을 실었다.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올해 연준 FOMC 회의에서 통화정책 결정에 관한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다만 연준이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에 걸쳐 추가로 금리를 몇 번 인하할 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는 연준 위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원하는 금리 수준에 점을 찍어 의사를 표현하는 점도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에릭 위테너스 JP모건 프라이빗 뱅크 책임 투자 전략가는 “연준이 올해 9월에 이어 11월과 12월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매번 0.25%p씩 인하할 것으로 본다”면서 “내년에는 분기별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7월 중순 밝혔다.
올해 남은 기간 인하 횟수에 대해서는 이견도 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5월까지만 해도 연준이 연내에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지난달 중순 들어 “올 가을 1~2번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의견을 수정했다.
연준 인사들 중에서는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대표적인 ‘매파’ 인사인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가 지난 달 10일 캔자스 은행연합회 행사 공개연설에서 “지금까지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된 것이 반가운 소식이나 연준이 목표한 인플레율 2% 대비 여전히 불편하게 높다”고 신중론을 언급한 바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9월에 시작될 금리 인하 사이클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집중되고 있다. 금리 인하가 증시를 부양할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금리 인하 후 증시는 여러 움직임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가 이미 예상된 만큼, 시장이 이를 이미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리 인하 자체가 증시에 즉각적인 상승을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벌어진 뉴욕 증시 급락 사태 배경 중 하나가
경기 침체 불안이라는 점과 관련해서는 SEP를 확인해 볼 만하다. 연준은 매년 3·6·9·12월에 열리는 FOMC 회의에서 점도표와 더불어 SEP를 공개한다. 지난 6월 SEP를 보면 연준은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로 유지했고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침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이밖에 내년과 2026년 성장률도 각각 2.0%로 제시했는데 이는 내후년까지 잠재성장률 추정치(1.8%)를 웃도는 경제성장이 지속된다는 예상이었다. 이밖에 연준은 올해 실업률 전망치를 4.0%로 유지했다. 한편 매년 3·6·9·12월 세 번째 금요일은 네 마녀의 날이다. 네 마녀의 날은 네 가지 파생상품(개별 종목 선물·지수 선물·개별 종목 옵션·지수 옵션) 만기일이 겹치는 날이다. 이 날을 즈음해서는 주식시장이 네 명의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동시에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것처럼 혼란스럽고 변동성이 커진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개별 주식 선물 같은 경우 거래량이 작다는 이유로 이를제외하고 세 마녀의 날로 부르기도 한다.
가장 최근 5년 뉴욕 증시를 돌아보자. 지난 2019~2023년 9월은 2019년 9월을 제외하고는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떨어졌다. 또한 지난 2022년까지 10년 동안 S&P 500 지수는 9월에만 평균 1%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더 오래 전인 192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보면 9월에는 지수가 평균 1.1% 하락해 비슷한 흐름을 보여왔다.
다만 뉴욕 증시는 미국 대선이 열리는 해에는 강세였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올해 9월 증시 분위기는 어떨까. 대선 효과와 관련해 투자사 파이퍼샌들러 측은 최근 메모를 통해 “대선이 있는 해 S&P500 지수 연간 상승률은 7% 정도였다”면서 “대선이 있는 해라 하더라도 선거 전에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증시가 하락할 수 있지만 연말로 다가설수록 반등하곤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2000년 이후를 보면 대선이 있는 해의 3분기(7~9월)는 S&P500 지수와 나스닥100 지수 모두 대선보다는 당시 경제 상황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닷컴 버블 붕괴가 있던 2000년과 여파가 이어진 2004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은 미국 대선이 치러진 해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연도 3분기에 두 지수가 모두 하락했고 S&P500 지수보다는 나스닥 100지수 낙폭이 더 컸다. 이후 경제 상황이 나아진 2012년, 2016년, 2020년의 경우 해당 연도 3분기에는 두 주가지수가 모두 올라섰고, 상승폭은 나스닥100지수가 S&P500 지수보다 더 컸다.
전체 증시로 본다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편이 증시엔 보다 우호적이라는 과거 사례는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부터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총 11번의 대선이 열린 당시 대선일 전·후 S&P500 지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 대선 3개월 전 평균 수익률은 -2.5%로 공화당 후보 당선 시 3%보다 5.5%포인트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대선 후에는 민주당 후보 당선 시 수익률이 공화당 후보 당선 시보다 더 높았다. 대선 후 3개월 S&P500 수익률은 민주당이 평균 4.2%, 공화당은 3.9%로 집계됐다. 6개월로 시기를 더 확대할 경우 민주당 5.4%, 공화당 0.1%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민주당 후보 당선 시 대선 전 S&P500 지수의 수익률이 부진했고, 대선 마무리 이후에는 어느 후보가 당선돼도 지수는 반등하는 모습이 여러 번에 걸쳐 나타났다”면서도 “올해는 피격 사태가 발생했고, 민주당 후보가 바뀌었으며 FOMC, BOJ 회의 이후에는 매크로 지표 경계도 커져 선거가 향후 경기에 영향을 미칠 정책 민감도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 홍장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