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유가·환율이 동시에 한국 경제를 괴롭히던 한해를 지나 한국경제는 2024년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올 한 해 한국 경제는 세계 경기가 소폭이나마 개선되는 가운데,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회복세로의 전환을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 다만 여전히 불안한 글로벌 지정학적 우려와 주요국 통화긴축 누적효과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중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 등과 같은 위험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2024년은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출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 또는 미미한 수준에서 잠재성장률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은행이 2023년 11월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2.1%로 2023년의 1.4%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외 경제단체들은 2024년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2%대 정도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2023년 1%대의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를 반영하더라도 잠재성장률을 크게 웃돌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출은 기저효과와 세계 경기 개선에 따라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경기 침체, 미·중 갈등 등에 따른 하방 위험이 현실화하면 수출 침체가 이어질 위험요인으로 분류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4년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일반 산업이 중장기적 측면에서 중국 고성장 한계 등 3대 환경 변화에 노출돼 있다”라며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국내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런 중장기 변화가 2024년 일반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요인별로 다를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고성장의 한계’는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인해 글로벌 가치사슬을 약화해 주요 축으로 활약하고 있는 국내 산업에 2024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는 2024년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매우 큰 비용을 초래할 것이란 예측이다.
한편 국내 내수 경기는 금리의 정점을 지나며 가계 소비의 하방 압력 완화, 양호한 고용 여건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가계 부문의 쌓인 부채와 이자 상환 부담은 민간소비 회복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제한적인 회복이 예상되는 거시경제 환경에 2024년 국내 주요 산업전망은 수출 회복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섹터별로 희비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반도체, 에너지, 제약 등은 비교적 순항하겠으나 철강, 석유화학, 이차전지, 건설 등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 경기가 최근 반도체산업의 개선에 힘입어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4년 경제·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수출이 전년 대비 약 8%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고금리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 경기 개선과 신성장 산업 관련 주요국의 투자 확대로 한국의 수출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과거 한국의 수출 회복기에 반도체 수출이 평균 28개월 동안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수출 및 성장세 회복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한 사례를 분석 결과로 제시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최근 한국의 수출 증가 속도가 2000년 이후 6차례의 회복기와 비교했을 때 다소 느린 것으로 평가했다. 그런데도, 2024년에는 반도체 경기와 수출 물가의 회복, 글로벌 제조업 투자 및 수요 개선으로 인해 수출 회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 예상한다.
회복세를 보이는 동력으로는 AI 수요의 증가와 주요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생산 감소로 인한 반도체 시장의 글로벌 물량과 가격 회복이 꼽힌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베트남과 같이 정보기술(IT) 비중이 높은 다른 국가들에서도 유사한 수출 개선 흐름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한국은행은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과 같은 글로벌 교역환경의 변화가 한국의 수출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의 부동산 경기 부진과 산업구조 고도화로 인해 대중 수출이 과거와 같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신흥국 경기의 회복과 더불어 아세안 5국과 인도가 중국의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대체하면서 한국 수출에서 중요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24년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대비 3.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디바이스AI 기능 탑재 스마트폰 본격 출시를 앞둔 스마트폰 시장은 폴더블 스마트폰의 보급과 중국산 중저가 폴더블폰의 영향으로 경쟁은 다소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금리환경 완화와 수출 호조로 2023년에 이어 호조를 이어갈 것이란 예측이 많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 및 생산량 증가율은 전년 대비 각각 4.2%,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정으로 인해 발생했던 대기수요가 상당 부분 해소되고 전기차 가격이 인하되면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진단했다. 삼정KPMG는 “주요 전기차 시장(미국, 유럽, 중국)별 특화 전략과 더불어, 중국의 가격 경쟁력과 테슬라의 스마트카(Smart Car)를 뛰어넘을 국내 기업의 전기차 차별화 전략이 강화돼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2023년 자동차 산업 평가 및 2024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자동차 시장은 내수 판매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출은 확대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2024년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매량이 171만 대로 전년 대비 1.7%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며, 이는 경기 회복과 주요 전동화 모델의 출시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공급 개선, 가계 소득 감소, 고금리 등의 영향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수출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수요 정상화와 금리 인하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으로 인해 전년 대비 1.9% 증가한 275만 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되며, 수출액은 3.9% 상승한 71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기차 수출이 증가해 전년 대비 66.3% 늘어난 수치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은 전년 대비 0.7% 증가한 417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탄탄한 글로벌 수요에 힘입은 결과로 분석된다.
2024년 글로벌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기대감이 높아진 산업군은 에너지·조선 등이 꼽힌다. 삼정KPMG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에너지 수요는 전년 대비 2.6% 증가하며 회복세가 기대된다. 가스의 발전 부문 수요 증가와 신재생 및 원자력에 대한 강력한 정부 정책이 총 에너지 소비 증가를 주도하는 반면, 전 세계적인 방향으로 석탄 수요는 전년 대비 감소할 전망이다.
삼정KPMG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와 가스 수입국 다각화로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정유·화학 분야는 선진국 내 주요 정제설비 일부 폐쇄 및 글로벌 신규 증설 계획 감소로 수요 대비 공급량도 빡빡해질 전망이다. 에틸렌 등 순증설 규모 하락에 따른 공급 감축으로 전반적인 업황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대한상의는 석유화학 분야의 극적인 전환은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국제유가 상승 및 국내 생산시설 가동 정상화는 긍정 요인이지만, 여전히 공급과잉과 경제성장률 둔화로 인해 극적인 업황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조선업 역시 회복세가 기대되는 업종이다.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LNG선 등 친환경 선박의 추가 발주가 호재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2년 새 LNG선 발주량이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세계 시장에서 국내 친환경 선박의 경쟁력이 인정받고 있다.
다만 삼정KPMG는 “호황기 대량 선박 발주로 인해 2024년 글로벌 발주량이 감소할 전망”이라며 “그런데도 국내 조선사의 높은 수주 잔량과 친환경·고부가 선박 수주의 증가로 안정적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 불확실성과 해운 시황의 더딘 개선과 중국의 추격은 하방 위험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 11월 기준 한국은 중국에 밀려 한 달 만에 수주량 2위로 내려앉았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11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59만CGT(표준선 환산톤수·88척)로 2022년 동월 대비 53% 감소했다. 한국은 이 중 57만CGT(36%)를 수주해 1개월 만에 중국에 다시 선두 자리를 내줬다. 중국은 92만 CGT(58%)로 1위에 올랐다. 척수로는 한국과 중국이 각각 15척, 59척을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상의가 10여 개 주요 업종별 협·단체 등과 함께 조사한 ‘2024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에 따르면 가장 유망한 업종으로 바이오가 꼽혔다. 신약 파이프라인(신약을 도출해내는 후보 물질) 개발의 빠른 증가세와 함께 제약·바이오 업종은 ‘맑음’으로 예보됐다. 이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1800여 개 이상의 신약 후보 물질이 개발 중이며, 기업들의 공격적 R&D 투자와 함께 2024년 신약 후보 물질 또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신약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FDA 승인을 받는 한국 신약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FDA 승인을 받은 한국 신약은 2020년과 2021년에 각 1건, 2022년에 2건, 2023년에는 3건으로 상승 추이를 보였다.
삼정KPMG 역시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특허절벽 등의 영향으로 일부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단기적인 성장은 건전하다고 평가했다.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 만료가 이어지며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의 해외 시장 공략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았다.
한편 유통 산업은 대내외 변수로 소비 시장 내 불확실성이 남아 있음에 따라 온오프라인 유통 업태의 성장세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2024년에도 이어질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으로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업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정KPMG는 “식품·외식 분야에서는 외식 및 배달 수요 위축 경향으로 내식 시장의 상대적 강세가 예상된다”라며 “식품 비중이 높고 근린형 업태 특성을 보유한 기업형 슈퍼마켓의 턴어라운드 기회”라고 진단했다. 외식 대체품으로 인식되는 간편식을 중심으로 가격·품질 경쟁력이 앞선 업체들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마찬가지로 화장품 분야에서도 중저가 브랜드 선호 현상이 이어지며 수출 회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수요 파편화로 화장품 성장축이 럭셔리 브랜드에서 인디 브랜드로 점차 이전되며 중저가 브랜드가 시장 회복을 견인할 것이란 예측이다.
국내외 불확실성 요인으로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란 예측과 함께 한국의 수출 영향도가 높은 디스플레이·철강 등 12개 국내 주요 산업은 제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2024년 글로벌 철강 수요는 2023년 대비 1.9%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의 경우 철강의 전방 산업인 건설 산업의 부진으로 철강 제품 중 봉형강의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전방 산업의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산 철강의 국내 유입도 지속될 것으로 점쳐져 2024년도 철강 산업은 ‘흐림’으로 전망됐다. 중국은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자국의 수요 둔화로 적극적인 수출이 이루어졌다. 우리 국내 시장 유입도 확대돼 2023년 기준(1~10월) 전년 대비 중국산 수입이 34.6% 급증했다.
해외 시장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게임업계의 전망도 밝지 않다. 사실상 내수 시장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와 북미와 유럽 등 ‘빅마켓’ 시장이 작은 모바일 플랫폼에 매몰돼 국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게임사의 본질과도 같은 IP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고 캐시카우가 될 신규 흥행작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사들은 절치부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4년 게임 산업은 성장세 극복을 위해 플랫폼 다변화 등으로 국내외 이용자 확대 및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해 활로를 뚫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2024년 디스플레이 산업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먼저 제조원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형 LCD 중심으로 패널의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TV 판매는 둔화하고 있으나 화면 크기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발생해 대형 TV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 추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에 대해 “가격 상승에 따른 글로벌 공급업체들의 출하 확대로 패널 가격 상승세가 억제돼 업황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라며 “LCD디스플레이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출하량 조절 영향력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건설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건설업도 부진이 예상되는 업종으로 꼽힌다. 특히 민간 건축을 중심으로 수주 실적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경기 선행 지표인 건설수주액이 2023년 9월까지 전년보다 26%가량 감소했다. 가장 큰 수요 산업인 건설 경기 침체 등 전방 산업 부진에 따른 국내 수요 정체와 높은 수요 성장이 예상되는 인도, 아세안 지역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경쟁국들의 수출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 수출 시장의 경쟁 심화가 우려된다.
대한건설협회는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건설금융 비용 부담이 증가했고, 부동산 PF 자금 유동성 경색에 따라 공사비 조달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건설 산업의 부진을 예상했다. 다만 2024년 예산 증가에 따라 공공 부문 공사 수주가 확대되면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한편 그동안 높은 성장세를 보여온 이차전지 분야 역시 전망이 다소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전기차 가격, 국내외 전기차 보조금 폐지·축소 움직임 등이 결합해 전기차 수요가 둔화할 것이란 예측도 업황 부진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주요 산업 전반에 수출회복 흐름이 예상되긴 하나, 중국의 생산능력 향상과 주요국의 자국 산업 보호 노력에 따라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기업의 R&D·혁신 노력과 더불어 민간 부문의 회복 모멘텀 강화를 위한 규제완화·투자보조금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