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젊게 살아가길 원하는 액티브 시니어의 로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니어타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 시설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난해 기준 국내 시니어타운은 전국 39곳, 8840가구 규모에 불과하다. 일찍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이웃 일본에 우리의 시니어타운에 해당하는 유료노인홈이 현재 1만 6724곳, 입주민이 63만 4395명인 것과 비교하면 2%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수도권에 있는 유명 시니어타운은 이미 만실인 경우가 대다수다. 대기기간도 1년에서 길게는 4년까지 다양하다.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마냥 대기할 수는 없다. 목돈의 보증금과 만만치 않은 생활비를 지불하고 자신에게 맞는 곳이라 생각해 덜컥 입소하면 의무거주기간을 채워야 하고, 다른 시니어타운을 또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맞는 시니어타운을 선택하기위한 팁을 모아봤다.
부동산을 고를 때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요건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입지다. 시니어타운 선택 시 가장 고려할 점 역시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입지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단 여기서 입지는 시세차익을 위함이 아닌 생활환경에 맞는 위치라고 할 수 있다. 전원생활을 원하는지, 아니면 편의시설이 많은 도심생활을 원하는지도 자문해야 한다. 선호하는 대형병원이나 백화점, 마트, 식당 등 생활편의시설 등과의 접근성을 살피고, 지하철 등 교통 여건이 양호한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도심생활에 익숙한 은퇴자들이 도심형 시니어타운을 선호하는 예도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전원생활을 꿈꾸는 수요도 만만치 않다. 자신에게 맞는 입지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니어타운은 입지에 따라 도심형, 근교형, 전원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원형은 쾌적한 주거환경과 관광 및 휴양시설이 풍부하고 입주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고, 도심형은 기존의 생활권을 유지하면서 직장이나 가족들과의 교류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도심형과 전원형의 장점을 둘 다 가진 것이 근교형으로 도심에서 1시간 30분 내외면 갈 수 있다.
자녀들과 교류가 중요한 경우 자녀들의 집근처 시니어타운을 알아보는 것도 하나의 입지 요소가 될 수 있다. 거리는 물론 교통이 편리한지도 입지의 한 요소다. 나이가 들수록 자차 운전이 어려워지고 면허를 반납하는 예도 많다. 자녀들이 시니어타운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찾는 횟수가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입소자가 친구를 만나러 가거나 자녀들을 만나러 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아무리 자연 친화적이고 환경이 좋다고 하더라도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시니어타운에 따라서는 인근 역이나 버스정류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곳도 많다. 자녀들이 찾아왔을 때 묵을 숙소를 적은 금액에 제공하고 시설들을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있다. 따라서 입주 전 셔틀버스의 운행 여부나 역이나 시내와의 접근성, 자녀나 손님들을 위한 제도에 어떤 것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니어타운은 생활공간이다. 자유롭게 외출도 하고 외식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갈 수 있는 곳이 좋다.
시니어타운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보증금이 필요하다. 운영 업체가 부실하면 보증금을 떼이거나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2010년대 과장광고를 통한 분양형 시니어타운의 말로가 좋지 않았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신뢰도 있는 운용사와 모회사가 있는 시니어타운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입주 시 보증금 반환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임대형 실버타운은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으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보호받는다. 구분등기가 돼 있는 곳이라면 입주하는 주택에 대한 전세권 설정등기를 할 수 있다. 만약 입주하고자 하는 곳이 구분등기가 돼 있지 않다면 보증금에 대한 보증보험을 들게 돼 있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임대인인 시니어타운 측에서 전체 금액의 최소 50%까지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실버타운 측에서 보증보험에 들고 남은 부분에 대해서는 임차인이 개별적으로 보험을 들 수도 있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는 규모다. 시니어타운은 규모(세대수)에 따라서 대형, 중형, 소형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VL라우어나 VL르웨스트와 같이 800세대가 넘는 대규모 시니어타운도 있지만, 서울시니어스타워 강남처럼 100세대 미만의 소규모 시니어타운도 있다. 세대수가 적다고 안 좋은 것이 아니라 가족 같은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은 오히려 세대수가 적은 곳에 입주하는 것이 만족도가 더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적당한 규모를 갖추지 않으면 수영장이나 대규모 체육시설 등을 운영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적은 세대수가 식비와 관리비 등을 감당해야 하니 생활비도 더 들 가능성이 크다. 세대수가 적은 시니어타운의 경우 상주 인원을 줄이고 서비스의 질도 낮아질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적당한 규모가 갖춰지지 않으면 식당 운영이나 편의시설을 외주가 아닌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자신의 경제력에 맞는 시니어타운을 찾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시니어타운은 보증금 외에도 입주 후 생활비와 관리비를 고려해야 한다. 같은 시니어타운이라도 넓이와 뷰, 독신과 부부생활 여부 등에 따라 보증금과 생활비는 천차만별이다. 시설에 따라서는 생활비 이외에 부대시설 리모델링과 개선을 위해 시설 감가상각비, 시설관리 비용 등을 부담하게 하는 경우나 일정 금액을 보증금에서 상각해나가는 예도 있다. 이러한 부분도 모두 비용에 포함되는 만큼 생활비에 들어가지 않고 추가로 내는 비용이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외에도 각자의 거주공간에서 사용하는 난방료나 수도세 등은 개별로 청구되므로, 넓이와 사용량에 따라 추가 비용이 나갈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시니어타운의 비용 산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의무식 제도다. 각 시설은 식사하지 않아도 정해진 의무 식수만큼 비용을 내야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하루 세끼 월 90식의 의무식이 있는 시설이 있지만, 월 30식, 월 20식 등 시설에 따라서 의무 식수는 다양하다. 의무식 외에 추가로 식사하는 비용은 식수만큼 생활비에 추가된다고 보면 된다.
마지막으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만약 현재 월 생활비가 250만원이 소요된다고 하더라도 이 금액이 거주기간 내내 같지 않음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매년 물가 상승률에 따라서 3~5% 정도 생활비가 오를 수 있다. 입주할 당시에는 월 생활비가 250만원이었으나 몇 년 뒤에는 몇십만원의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실제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입주했다가 생활비 인상으로 자녀들의 부담이 커져 저렴한 시설로 옮겨 가는 사례도 상당수라고 한다.
점차 노년 수명이 늘어나 예상보다 거주 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나에게 맞는 시니어타운을 고를 때, 월 생활비가 인상된다는 것을 반드시 고려해, 입주 가능한 시설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시니어타운은 최근 입소 연령 제한을 두는 곳이 생기고 있다. 통상 80세 혹은 85세를 입소 제한 나이로 설정하고 있는데 최근 더클래식500이 이를 75세로 낮춰 ‘노인을 위한 시설이 맞나?’라는 비판 여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시니어타운은 법적으로 만 60세 이상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입소 나이는 70대 후반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주거복지 시설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양로시설 198곳과 노인공동생활가정 79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입소 노인(2022년 기준) 중 66.3%는 80세 이상이었으며, 60대는 8.9%에 불과했다. 예전보다 시니어타운 입소 나이가 낮아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첫 입소 나이는 70대 후반이 많고 입소자 평균 연령은 80대 중반으로 알려졌다.
시니어타운 입소에 있어 나이대와 몸 상태가 중요한 이유는 다양하다. 시설별로 입소를 권유하는 연령대도 암묵적으로 존재한다. 시니어타운은 연령대를 고려해 여러 커뮤니티를 조직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의 몸 상태에 따라 함께 거주하다가 한쪽이 몸이 불편해지는 예도 있다. 이러한 경우를 고려해 요양시설을 갖춘 시니어타운에 입소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양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시니어타운에 입소하면 본의 아니게 생이별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소 전부터 몸 상태나 성격상 운동이나 커뮤니티 활동에 적합하지 않다면 체육시설이나 커뮤니티보다 요양에 특화된 시설을 고려하는 것이 적당하다. 시설에 따라서 비교적 젊고 액티브한 어르신들이 많은 시설이 있지만, 입주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고 월 생활비가 비싼 대신 제공되는 서비스가 많은 시설도 있다. 예를 들어,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 일상생활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어르신에게는 수영장, 골프시설, 헬스장 등의 부대시설보다는 의료시스템, 균형 잡힌 식사, 주 2회 이상의 청소 및 세탁 서비스가 더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본인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해 시설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니어타운별로 자신의 거주공간에서 일정한 홈케어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도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