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피부로 와 닿을 정도로 무더운 여름을 기록하고 있다. 얼마 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는 끝나고 ‘끓는 지구(global boiling) 시대’가 시작됐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올여름은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북반구 일부 내륙 기온이 50℃를 넘기는 등 기후문제가 위기를 넘어 공포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7월 1~23일 세계 평균 지표면 기온은 16.95℃에 달했다. 1940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고 기록이었던 2019년 7월 16.63℃를 뛰어넘은 수치다.
폭염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낮 최고 기온이 46℃를 넘나드는 이탈리아에선 ‘지옥 주간(Settimana Infernale)’이라는 별칭이 나왔다. 지난해 70일간 역대 최장 폭염을 겪었던 중국은 올여름 52.2℃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일본은 7월 마지막 주 1만 명 넘는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다. 인도는 폭염이 너무 일찍 시작돼 지난봄부터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북반구와 계절이 정반대인 남미는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40℃를 기록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해수면 온도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EU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C3S는 지난 7월 30일 지구 해수면의 평균온도를 섭씨 20.96℃로 집계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2016년 3월의 20.95℃보다 0.01℃ 높은 수치다. 특히 한국의 온난화 속도는 타 지역과 비교해서도 빠른 편이다. 1912~2020년간 국내 기온은 1.6℃ 올라 세계 평균(1.09℃)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다. 표층 수온은 1968~2017년 기간 1.23℃ 올랐다. 세계 평균(0.48℃)의 2.6배에 달하는 속도다. 1989~2018년 연간 해수면 상승폭은 2.97㎜로 역시 세계 평균(1.7㎜)보다 1.2㎜가 높았다. 폭염은 더 이상 ‘이상 기온’이 아닌 ‘뉴노멀’이다. 전문가들은 폭염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올해 7월 세계 인구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친 극심한 날씨는 안타깝게도 기후변화의 냉혹한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국제 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지구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자고 합의했다. 이 제한선으로 추정되는 기온은 16.96℃다. 미국 기후 싱크탱크 버클리어스에 따르면, 과거 1.5℃ 마지노선을 넘은 달은 지금껏 10번 있었다. 하지만 북반구 여름철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WMO가 “국제 사회가 꼽은 마지노선에 근접했다”고 평가한 이유다.
인류가 몸으로 폭염을 느끼고 있어도 대비는 미흡하다. 지난해 사상 최고를 기록한 전 세계 석탄 수요가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망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는 IEA는 2023년 석탄 수요를 전년보다 0.4% 상승한 83억 8800만 톤으로 예측했다. 탄소 배출 감소가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상 고온 현상은 일파만파로 경제적 타격을 입힌다. 기후에 민감한 천연자원이나 식재료의 가격을 끌어올린다. 전염병 확산 가능성도 높인다.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진은 폭염이 202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3조달러(약 4000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식량위기를 부른다. 날씨 변화로 농산물 출하량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현상을 낳기 때문이다. 폭염은 해양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예가 첫 번째 슈퍼 엘니뇨 시기였던 1984년 페루의 멸치 생산량이 급감한 사례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70년 1230만 톤으로 전 세계 어획량의 19%를 차지할 정도였던 페루의 멸치 어획량은 1984년에는 500분의 1 이하인 2만3000톤으로 급감했다. 슈퍼 엘니뇨로 해수 온도가 급상승한 탓에 멸치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올해 산불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꼽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캐나다 산불은 기후변화가 초래한 ‘열돔(heat dome)’ 때문에 대규모로 확산됐다고 전했다. 뜨거운 공기층을 가둔 열돔으로 지표면이 건조해져 산불이 급속도로 번지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WMO는 최근 온실가스와 엘니뇨로 인해 5년 내에 지구 기온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5년 내에 2016년 기록했던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할 확률이 98%에 달하는 것은 물론, 5년 내에 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오를 확률도 66%에 달한다는 게 WMO의 설명이다.
폭염은 노동생산성도 떨어뜨린다. 미국 UCLA대 연구에 따르면, 평균 기온 1℃ 상승 시 노동생산성은 2% 떨어진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폭염에 따른 미국 생산성 손실액이 2050년 5000억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처럼 비용은 늘어나고 생산성은 떨어지며,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폭염으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지구촌 경제를 휘감는다. 폭염에 따른 전 세계적 경제 손실은 향후 6년간 3조달러, 우리 돈 40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된다.
공급 차질과 생산성 감소라는 악순환은 결국 국내총생산(GDP) 손실로 이어진다. 스위스리(Swiss Re) 연구소는 산업화 이전 시기부터 2050년까지 기간 동안 평균 기온이 2℃ 오르면 세계 GDP 손실률이 -1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GDP 손실률이 -7.6%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GDP 손실률만 떼서 보면 ▲2도 미만 증가 시 -2.7% ▲2도 증가 시 -8.5% ▲ 2.6도 증가 시 -9.7% ▲3.2도 증가 시 -12.8%다. 정선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파리 협정의 감축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GDP의 4.2%에 해당하는 비용이 드는데, 이는 기후변화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게 되는 글로벌 GDP 감소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이라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이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수익을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