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이 호황을 맞았다.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최대 10년 정도의 충전·방전을 거치면 충전 속도가 70~80%로 떨어져 새 배터리로 바꿔야 한다. 폐배터리는 폐기 시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지만, 재활용이나 재사용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캠핑용 충전기 등으로 다시 사용하거나, 분해해 리튬·니켈·코발트를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장 조사 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1조6500억원이던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30년 20조2000억원, 2050년에는 600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은 크게 재활용(Recycle)과 재사용(Reuse)으로 나뉜다. 재활용은 폐배터리에서 값비싼 원자재를 추출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폐배터리를 방전시킨 후 양극, 음극, 분리막 등으로 분해해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 등 원재료를 회수한다. 이에 비해 재사용은 수명을 다하지 않은 배터리 상태를 점검한 뒤 ESS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부문에서 현시점에서는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3월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이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쟁국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폐배터리 산업이 가장 급성장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폐배터리 규모는 2022년부터 연평균 28.3% 성장해 2030년에는 237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LT는 약 6조원을 투자해 배터리 재활용 시설을 짓기로 했고, 최근 중국 연구진이 폐기된 리튬인산철 배터리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독일 폭스바겐이 연간 3600개의 배터리 재활용이 가능한 공장을 지었고, 프랑스 르노 역시 2030년까지 연간 2만 개의 배터리를 재생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이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을 폐배터리에서 추출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미래 먹거리 시장 선점을 위한 다각도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각국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신기술 연구개발에 나서는 만큼 우리도 신기술 투자를 과감히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희영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리사이클링 산업에 대한 기술적 연구보다는, 대기업 중심으로 기업 간 협력에 집중한다. 장기적으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신기술 투자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