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의 백미는 ‘온천’이다. 추운 날씨에 언 몸을 녹이는 순간의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이에 겨울이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온천 여행지에는 사람들이 몰린다.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완연히 그친 올겨울 글로벌 온천객들의 발걸음은 더 바빠지고 있다.이에 국내·외 유명 온천 여행지를 살펴봤다.
일본 유후인
유후인은 일본의 대표 온천 여행지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제한이 풀리면서 여행객들이 몰리고 있는 일본에서도 겨울철을 맞아 뜨겁게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다.
유후인 온천은 유후산 아래에 자리했다. 작은 분지에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이다. 이에 겨울 아침이면 강에서 핀 안개가 마을 전체를 감싸기도 한다. 시골 특유의 느린 분위기와 함께 도시의 번잡함을 벗어던지기에 제격이다.
유후인의 온천은 일본의 모든 온천 중에서 두 번째로 유수량이 많고, 근육통, 신경통, 관절염, 피로회복에 좋은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후인의 온천은 크게 유후인, 유노히라, 쓰카하라 세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데 각각의 효험도 지니고 있다. 유노히라 온천의 경우 위장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노히라 온천의 역사는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유후인 내 온천 시설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수많은 전통 료칸과 현대식 호텔들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고, 테마파크형 온천도 있다. 유후인 온천을 즐기기 위해서 굳이 숙박을 할 필요는 없다. 당일치기 온천욕도 가능하다.
대만 타이베이
동양에서 온천 하면 대만도 빼놓을 수 없다. 유황온천인 베이터우 지역은 물 좋기로 유명하다. 1894년 온천이 처음으로 발견된 뒤 대만 대표 온천 여행지가 됐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지하철로 30여 분 만에 갈 수 있어 대만 여행에서 쉽게 들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5성급 호텔의 온천부터 공공 온천탕까지 여행객의 입맛대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온천은 항암과 관절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이터우 온천의 진원지인 지열곡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땅 위로 끓고 있는 온천수를 볼 수 있다. 온천수 온도가 80~100°C나 돼 손을 넣으면 위험하다. 계곡을 흐르는 물위를 뒤덮은 수증기가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이탈리아 보르미오
보르미오는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의 롬바르디아주 손드리오도에 자리 잡고 있는 고산 휴양지다. 이탈리아 알프스의 심장부이기도 하다. 그래서 산악 리조트 타운이 유명하며 스키 리조트도 발달돼 있는데, 그동안 동계 스포츠 종목 경기가 자주 열렸다.
사계절 휴양지로 이름난 보르미오지만 겨울철 온천이 특히 유명하다. 보르미오의 온천은 미네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킹닷컴에 따르면 보르미오에서 온천을 즐기기에 적당한 곳은 6군데 정도다.
먼저 QC 테르메 호텔 내에 있는 바니 베치(Bagni Vecchi)는 산 앞면을 깎아 만든 천연 터키식 목욕탕이 특징이다. 보르미오 계곡을 바라보며 즐기는 온천은 그야말로 경험해볼 만한 ‘힐링’ 경험이다. 물론 수압 마사지 등 실내 온천 시설도 잘 구비돼 있다.
바니 누비는 현대식 스파 경험을 제공한다. 라이트 산 근처 세 개의 온천에서 물을 끌어온다. 보르미오 테르메(Bormio Terme) 스파는 자녀가 있는 가족들이 즐기기에 좋다. 인도어 풀이 있고 워터 슬라이드도 마련돼 있다. 미네랄이 풍부한 진흙 목욕도 할 수 있다.
플리니아나(Pliniana) 온천은 고대 로마의 정치인이자 군인인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와 연관이 있다. 보르미오의 온천을 이용해 건강을 회복한 첫 번째 로마인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온천이 플리니아나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온천은 여름에도 그 효능 때문에 붐빈다.
산 마르티노(San Martino) 온천은 천국, 연옥, 지옥 세 부분으로 구분 짓는다. 단테의 <신곡>에서 따온 콘셉트로, 온천이 솟아나는 출발지로 가면 물이 점점 뜨거워지기 때문이다. 최고 40°C에 이른다.
산 카를로(San Carlo) 온천은 보르미오 온천 중 가장 차갑다. 18~19°C의 온도를 유지한다. 예로부터 결막염 치료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지금의 지명 이전 불리던 이름이 ‘눈의 기원’이었다.
뉴질랜드 핫 워터 비치
뉴질랜드 북섬 코로만델 반도의 핫 워터 비치는 온천수가 나오는 해변이 특징이다. 모래사장을 파서 물만 모으면 온천이 된다. 일종의 DIY(Do it Yourself) 온천인 셈이다. 때문에 이곳에서 온천을 즐기려면 휴대용 삽 하나 정도는 소지하고 가는 것이 좋다.
이 DIY 온천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은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썰물 때다. 그래야 모래를 파기에 좋기 때문이다. 모래사장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광활하게 펼쳐진 태평양을 바라보면 세상 근심이 다 사라진다.
표면 바로 아래에서 나오는 물은 최대 64°C(147°F)까지 올라간다. 깊이 팔수록 더 뜨거워진다. 이곳에서 온천이 나오는 것은 화산활동 때문이다. 이곳은 서핑 명소로도 이름나 있다.
코스타리카 라포르투나
중남미 코스타리카에 온천객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1968년 아레날 화산이 폭발한 이후다. 지금도 활화산인 아레날의 열에 의해 데워진 계곡물이 온천수로 변하면서 인근 지역이 온천 마을로 변했다.
대표적인 것이 라포르투나의 타비콘 온천이다. 세계 5대 온천에 속한다고 할 정도로 유명하다. 라포르투나는 여느 온천 마을처럼 애초 조용한 시골마을이었지만 아레날 화산 폭발 이후 유명해졌다.
타비콘 온천을 경험해본 이들은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열대 밀림 사이에서 열대 동물이 지나다니는 가운데, 쉴 새 없이 흐르는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계곡 바닥을 손으로 만지면 화산재가 쌓여 있다. 가공되지 않는 온천이라는 뜻이다.
요르단 마다바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남쪽으로 70㎞를 내려가면 세계에서 유일한 온천이 있다. 바로 마다바 지역에 있는 폭포수 온천이다. 중동에서도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예상 밖인데, 이곳에서 온천을 폭포수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더욱 의외다.
그 주인공은 마인 온천으로 요르단의 대표 명소다. 유황온천으로 30m의 절벽에서 80°C의 온천수가 내려오면서 50°C의 수온을 유지한다. 피부병 치료에 탁월하다고 전해진다. 인근 사해와 함께 여행계획을 짜면 좋다.
아산시 온천지구
예로부터 온천으로 유명했다. 온양온천이 대표적으로, 삼국시대인 1300여 년 전부터 이용돼 왔다고 한다. 고려시대 온수(溫水)로 불린 데서 엿볼 수 있듯이 이곳은 온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온양이란 지명은 조선시대부터 불렸다. 조선시대 왕실 휴양지로 각광을 받았다. 세종은 이곳에 피부병 치료를 위해 온양행궁을 짓기도 했다. 온양온천은 알칼리성으로 37~54℃의 수온을 유지하며 수질이 좋고 수량도 풍부하다.
온천지구는 온양온천과 함께, 도고온천과 아산온천을 포함한다. 도고온천은 보양온천으로 지정돼 있다. 파라다이스 그룹이 지은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는 2만4622㎡ 규모에 최대 5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시설이라 연중 온천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온천 대욕장에 딸려 있는 노천탕이 인기다. 다양한 물놀이 시설도 갖추고 있다.
아산온천에는 규산, 나트륨, 칼슘 등의 광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물을 마시면 소화 기능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이 부드러운 것도 특징이다. 아산 스파비스는 국내 최초의 온천수를 이용한 테마온천이다.
동해보양온천 컨벤션 호텔
평창동계올림픽의 공식 숙소로 지정된 곳으로, 독특한 매력을 자랑한다. 강원도 동해 망상해수욕장 앞에 자리 잡고 있는 호텔 내 천연암반해수온천과 지장수 온천이 유명하다. 해수온천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지장수 온천은 지하 약 900m 황토암반에서 끌어올렸다. 지장수는 피로해소와 피부미용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숙소 자체로도 매력이 있다. 다소 예스러운 건물 형태가 눈길을 끌고 다양한 부대시설도 장점이다. 해수온천수를 쓰는 50m 길이의 실내수영장이 있고, 야외에는 미니동물원이 있어 공작새 등 다양한 동물들을 볼 수 있다. 정원 또한 잘 정비돼 산책하기에 좋다.
연회 공간 내 수집된 다양한 전시품들은 입이 벌어질 정도다. 호텔 내 직원이 오랜 기간 동안 수집해 전시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에서 각양각색의 물건들을 모아 놨다. 상설 의류 할인 매장도 있어 잘 고르면 의외의 ‘득템’도 할 수 있다. 호텔 내 구름다리를 통해 망상해변으로 바로 갈 수 있다.
설해원
양양국제공항 뒤편에 자리한 설해원은 골프장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고급 숙박시설에다 온천까지 갖춘 리조트가 본연의 모습이다. 이름도 ‘설악산과 동해를 품은 쉼의 정원’이라는 뜻을 지녔다. 그 이름에 걸맞게 숙소 동쪽에는 양양 동호해변, 서쪽에는 설악산 기슭이 자리한다.
이곳의 온천이 유명해진 것은 수질 때문이다. 미네랄 성분과 칼슘·나트륨 등이 많이 포함된 중성 온천수로 피부질환, 근육통, 관절염 등에 효과가 좋다. 특히 설해원 온천수는 19억 년 이상 된 땅속에서 생성돼 물의 깊이가 다르다는 평가다. 이 일대 지층조사에서 발견된 암석에서 19억 년 된 방사성 동위원소가 나왔다고 한다.
설해원 안에는 면역공방도 자리 잡고 있다. 원적외선 음이온 파동을 이용해 몸 안의 독소를 빼내는 디톡스 온열요법이다. 설해원 온천과 함께 이용하면 몸이 한층 더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다. 설해원 역시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추천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됐다.
문수인 기자 사진 부킹닷컴, 일본관광청·각사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