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위성통신서비스 ‘스타링크’가 빠르면 2분기 한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통신위성을 기반으로 한 스페이스X의 글로벌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사업이다. 스타링크를 운영하는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는 지난해 7월 홈페이지에 한국을 ‘커밍 순’(coming Soon)으로 표시하면서 ‘2023년 서비스 시작’이라고 명시했다. 지난 1월 5일에는 과기부에 ‘설비 미보유 기간통신사업자’ 형태의 등록 신청서를 제출하며 스타링크의 한국 출시가 임박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남은 절차들을 고려했을 때 빠르면 2분기 국내 서비스 출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링크 서비스는 2020년 11월 북미지역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 약 50개국에 진출했다. 스타링크는 자사의 팰컨 9 로켓 발사를 통해 계속해서 스타링크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배치하고 있다. 현재 지구 저궤도에 배치된 스타링크 위성의 수는 약 3,600개로, 올해 안에 스타링크 페이즈1(phase-1) 위성 배치(약 4,400개)가 완료될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12월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로 부터 페이즈2(phase-2)를 승인받아 위성 배치 수를 약 7,500개로 늘릴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를 제공해 위성 인터넷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반정부 시위가 확산했던 이란에서도 서비스를 활성화하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스타링크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국서비스는 제주도까지 남한 전역에 제공될 예정이다. 특히 위성 인터넷 수신 지역에는 독도와 울릉도, 백령도와 대청도, 연평도, 흑산도, 가거도, 거문도 등 주요 도서 지역이 명시됐다. 스타링크 서비스의 기본 가격은 미국 기준 가정용(레지덴셜) 기기 가격이 599달러(약 75만 원)이고 월 110달러(약 15만8천 원)가량이다. 앞서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의 경우 가정용(레지덴셜)의 위성 인터넷 안테나 가격이 7만3,000엔(약 69만 원)이고 월 이용 요금은 1만 2,300엔(약 11만 6,875원)이다. 한국서비스의 경우 아직 정확한 가격은 공지되지 않았지만 일본과 비슷한 가격대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의문부호가 생길만하다. 인터넷 활용이 어려운 도서 산간 지역이나, 시위 및 전시 재난 상황에서 빛을 발한 스타링크가 통신망이 잘 갖춰진 한국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한국에선 도서·산간 지역도 대부분 통신망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가격대도 스타링크에 비해 상당히 낮게 책정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스타링크의 국내 진출을 두고 다른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적으로는 테슬라 충전소인 슈퍼차저에서 와이파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것이란 해석이 있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차를 와이파이에 연결하라고 권장한다. 슈퍼차저를 이용할 때 스타링크를 활용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일 수 있다. 이외에도 자율주행의 선두주자인 테슬라가 스타링크를 자율주행에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자율주행은 안정적으로 빠른 데이터 송수신이 필요하다. 차량 안전과 직결돼 있어 속도와 안정성이 필수적이다.
다만 스타링크를 이런 용도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국내 통신 업계에선 의구심이 나온다. 일본에서 운영 중인 스타링크 서비스의 최대 속도는 200Mbps(초당 메가비트) 수준으로 LTE 급이다. 굳이 속도가 느린 스타링크를 활용할 필요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한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국내 통신업체들을 활용하면 자율주행 데이터유출이나 추후 통신 주도권 경쟁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당장 속도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지만 추후 이는 개선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당장 스타링크가 국내 통신사들에게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스타링크는 휴대전화와 같은 이동통신 서비스는 불가능하고 고정된 위치에서 와이파이와 같은 서비스를 받는다는 한계점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아직은 국내에서 한계점이 존재하지만, 이미 글로벌 지역에서 수요는 충분하며 향후 이동통신과 같은 서비스 발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위성통신업체들과의 주파수 혼선 문제도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위성통신사업을 영위하는 KT SAT 측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스타링크의 국내시장 진출로 주파수 혼·간섭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스페이스X가 원하는 특정 주파수 대역 때문이다. 위성통신에 사용되는 주파수는 크게 L(1~2㎓)·C(4~8㎓)·KU(12~18㎓)·KA(26.5~40㎓)·V(50~75㎓) 밴드 등으로 나뉜다. 현재 KT SAT은 C와 KU 밴드를 사용하고 있다. 고대역인 KA와 V 밴드 활용 방안은 추진 중이다. 스페이스X는 국내 서비스를 위해 KU·KA·V 밴드를 요구하고 있는데, KT SAT이 사용하는 주파수와 겹친다.
지난 1월 16일 KT SAT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스페이스X 저궤도 위성이 국내에 서비스되면 자사가 운영 중인 정지궤도 위성과 전파 혼·간섭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대형 통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긴장하면서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