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영진이 최근 잇따라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원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지난 5월 20일 선친 구본무 전 회장의 별세 2주기에 별도의 추모 행사도 갖지 않고 헬기편으로 긴급히 대산 공장을 방문한 구광모 LG 회장의 일성이다. LG화학에서 인도공장 가스 누출 사고에 이어 대산 공장 화재 사망사고가 연이어 터졌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두 건의 사고 모두 회사가 ‘화학’을 뛰어넘어 ‘과학’으로 가겠다는 새 비전을 14년 만에 내놓은 직후 화학사업 현장에서 발생했다. LG화학은 최근 ‘화학’을 뛰어넘어 ‘과학’으로 고객과 인류를 풍요롭게 하겠다는 뜻을 담아 ‘We connect science to life for a better future(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합니다)’라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신학철 LG화학 CEO
인도 사고는 중동부 안드라프라데시 주 비사카파트남 시에 있는 LG폴리머스인디아에서 지난 5월 7일 ‘스타이렌 모노머’ 가스가 누출되며 지금까지 12명이 사망한 상태. 이 때문에 LG화학은 신학철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고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을 단장으로 한 지원단을 현장에 파견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선 상태다. 인도 사건의 여파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서산공장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경영진의 조직 장악이나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LG화학은 지난해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2018년 11월 구광모 LG 회장 취임 직후 처음으로 영입한 외부 최고경영자(CEO)다. LG그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키우고 기존 화학 사업을 재편하기 위해 신 부회장을 영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마침 화학 부문에서 잇따라 사고가 나면서 (경영진의) 관리능력이나 조직 장악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안팎에서 흘러나온다”면서 “연이은 사고에 오너가 직접 나서 사과하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은 칭찬할 만하지만 ‘외국계에 오래 몸담다 온 CEO가 조직에 융화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흘러나온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