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인천공항에 입점한다는 상징성과 함께 매출도 늘어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인천공항 면세점들이 임대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루 평균 20만 명이던 이용객은 ‘코로나19’ 사태로 2000명대로 급감, 눈덩이 적자로 회사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 한 면세점 관계자는 “출국객보다 면세점 직원이 더 많아 개점휴업 상태인데도 공항공사는 매장 문을 못 닫게 하고, 임대료만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이 회사를 부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는 공항공사의 입장이다. 면세점 업체들은 장사가 안 돼도 기존에 약속한 최소보장금액만큼 임대료를 그대로 내야 하고, 일부 공항에서는 아예 매장 문을 닫았는데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포·김해공항에 2018년 이후 들어온 면세점들은 매출과 연동한 임대료를 내고 있지만, 롯데면세점은 그 이전에 들어온 탓에 기존에 약속한 고정된 금액을 내고 있다. 롯데가 내야 하는 임대료는 두 공항을 합쳐 월 50억원 수준이다. 인천공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매출 여부와 관계없이 임대료를 정액으로 내야 하는 최소보장금액제, 직전 연도 여객 수(공항 이용객) 증감률에 따라 다음해 임대료를 조정하는 여객 연동 임대료 제도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면세점 업계의 한 간부는 “최근 정부가 6개월간 임대료 20% 감면 혜택을 내놓았지만 내년에 조정되는 임대료 감면을 포기하는 조건을 달았다. 임대료를 매기는 데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사실상 매출이 ‘0’ 수준으로 떨어진 지금 상황에서는 역부족이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사정이 이렇자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제4기 면세사업권 입찰도 오리무중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업체들이 잇따라 지위를 포기한 데 이어 후순위협상대상 업체도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 DF3(주류ㆍ담배)와 DF4(주류ㆍ담배) 사업권의 후순위협상대상자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지난주 인천공항공사에 후순위협상대상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후순위 협상까지 포기하며 대기업 대상 전체 5개 구역 중 4개 구역에 대한 사업자 선정을 다시 해야 할 상황이다. 앞서 경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유찰이 된 DF2(화장품ㆍ향수)와 DF6(패션ㆍ기타)의 경우 한 달 넘게 재입찰 공고가 나오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