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과 실적악화 등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취임 1주년 기념행사도 열지 않을 예정이다. 조원태 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KCGI와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주축이 된 주주연합과의 경영권 분쟁 1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연합은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며 2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꾸준히 지분매입을 이어온 주주연합의 한진칼 지분율(42.75%)은 이미 조원태 회장 측 우호 지분(41.30%)을 넘어선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항공업계 전반에 위기가 불어닥쳐 우군인 델타항공 역시 백기사로 나서기 어렵다는 점도 조 회장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만약 3자 연합이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다면, 한진칼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45일 이내에 주주총회를 소집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휘청거리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객 매출의 94%에 달하는 국제선 운항을 대부분 중단하며 매출이 급감한 데다 고정비 등의 비중이 커 자칫하면 이달 중 곳간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한항공은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6개월간의 휴업에 들어가고, 임원진의 급여를 30∼50% 반납하기로 하는 등 각종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한편 한국신용평가가 대한항공의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며 조기 상환 리스크도 커진 상태다. 대한항공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송현동 부지를 비롯한 그룹의 유휴 자산 매각을 추진해 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주요 증권사들과 주관사 선정 등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코로나19 타격이 워낙 큰 데다 현재 진행형이어서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발표한 정부의 지원으로 눈앞에 닥친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있게 됐다”면서도 “하늘길이 닫힌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몇 달이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