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 나이 마흔, 오륜서에서 길을 찾다>를 출간한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이사는 경영코칭 분야의 손꼽히는 멘토다. <잘되는 회사는 분명 따로 있다>, <뛰어난 직원은 분명 따로 있다>, <인정받는 팀장은 분명 따로 있다> 등 경영코칭 3부작과 <위대한 기업, 로마에서 배운다>, <위기를 지배하라> 등 10여 권의 저서를 출간한 김 대표에게 직원과의 소통과 조직관리에 대한 혜안을 물었다.
직원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임원의 리더십이 화제가 되곤 한다.
가장 흔히 듣는 말이 마음을 열고 일하라인데 그건 별로 다가오는 말이 아니다. 상황이 쉽지 않은데 어떻게 공감할 수 있나. 리더십은 네 글자로 끝난다. ‘솔선수범’이다. 앞서 모범을 보이면 여러 상황으로 변주되기 마련이다. 진리는 단순하다.
그러한 주제를 다룬 책들도 수없이 출간되고 있는데.
좋은 책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직장생활 경험 없이 좋은 얘기들만 나열한 책들도 눈에 띈다. 그래서 난 뻔한 소리는 하고 싶지 않다. 마키아벨리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은 사랑받는 사람보다 두려워하는 사람을 공경하는 데 덜 망설인다. 사랑받지 못하면 차라리 두려움의 대상이라도 돼야 권력이 유지된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리더의 조건은 무엇인가.
어찌 보면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인데, 결국 리더십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갑이요 하나는 몽둥이다. 나름대로 기본적인 가치를 만들고 방향을 설정했다면 두 가지 방법뿐이다.
듣기에 따라 극단적인 얘기다.
몽둥이로 때리란 말이 아니다.(웃음) 이수일의 순정도 필요하고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도 필요하다. 둘 중에 하나만 갖고 있다면 조직을 몇 개월이나 끌어갈 수 있을까. 하다못해 집안에서도 돈 있는 아버지와 그렇지 못한 아버지를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 그럼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겠지.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누구나 그렇게 살고 있다.
임원이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은 무엇인가.
임원은 지휘관이다. 지휘관은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판세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 눈이 있다면 두 번째는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어야지, 판세만 읽을 줄 안다면 말만 하는 지식인일 뿐이다. 세 번째는 결단력이다. 판세를 읽지 못하면 열심히 하는 데 되는 게 없고, 사람을 끌어가지 못하면 해석만 할 뿐이지 완성되는 게 없다. 결단력이 없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승부를 내지 못한다.
세 가지를 갖추기가 쉽지 않다. 보완점이 있을 텐데.
힘들기 때문에 아랫사람과의 관계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인정받는 임원들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사람을 팀원으로 만든다. 하지만 결단력은 빌릴 수 없다. 그 힘이 없으면 다른 두 가지가 아무리 뛰어나도 인정받지 못한다.
임원에 대한 평가도 많이 달라졌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평가 방법이 달라졌지만 변치 않는 건 숫자다. 실적이 가장 중요하다. 인간성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장사 잘되나. 물론 인간성이 결여되고 실적만 좋다고 좋은 리더로 평가받을 순 없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평가받을 수 없긴 마찬가지다.
실적 외에 평판의 비중도 높아졌다던데.
우선 리더십은 인품이 아니다. 인품을 기반으로 성과를 내는 게 임원이다. 평판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지, 결국 두 마리 토끼를 잡으라고 요구하는 것인데 실적만 요구하다 보면 조직이 피폐해진다. 경우에 따라 실적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직원과의 소통, 평판이 좋은 임원이 장기적으로 조직을 잘 이끌어간다.
실적은 월등한데 독불장군 스타일은 어떤가.
그들은 전투부대장은 될 순 있지만 사령관이 될 순 없다. 다시 말해 사업본부장급은 어렵다. ‘주향십리 화향백리 인향천리’란 말이 있다. 술 냄새는 십리를 가고 꽃향기는 백리, 사람냄새는 천리를 간다. 알게 모르게 큰 조직의 수장은 그 체취가 조직에 녹아든다. 예를 들어 부하직원을 심하게 채찍질하는 임원이 있다면 조직도 그 점을 이미 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