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스는 좋은 차다. 미국 도로안전보험연구소(IIHS)가 2011년형 에쿠스를 ‘톱 세이프티 픽(Top Safety Pick)’에 선정했으니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2012년형은 더불어 가장 안전한 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심장을 교체한 결단이 눈에 띈다. 3.8과 5.0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된 2012년형 에쿠스는 각각 λ(람다) V6 GDi 3.8 엔진과 τ(타우) V8 5.0 GDi 엔진을 탑재했다. 3.8모델은 최고 출력 334마력, 최대 토크 40.3㎏·m에 연비는 9.7㎞/ℓ다. 5.0 모델은 최고 출력 430마력, 최대 토크 52.0㎏·m에 연비는 8.8㎞/ℓ로 개선됐다. 특히 현대차의 최고급 대형 엔진인 타우 V8 5.0 GDi는 지난해 미국 자동차 전문미디어 <워즈오토>가 ‘2011 10대 최고엔진(2011 10 Best Engines Winners)’에 선정하기도 했다.
시승을 위해 도로 위로 나선 차는 3.0모델. 운전석에 오르기 전 첫 느낌은 육중했다. 경쟁차종으로 분류한 벤츠, BMW, 렉서스의 모델과 비교하면 웅장한 외관이 타는 이의 사회적 지위를 은연중에 암시한다. 리무진에만 적용됐던 어뎁티브 LED 헤드램프와 확대된 세로형 라디에이터 그릴도 눈에 띈다.
혹시나 무겁고 둔하지 않을까란 선입견은 깔끔하게 마무리된 가죽 시트의 부드러움이 상쇄한다. 크면 둔하단 말, 21세기엔 이미 옛말이다. 차에 올라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니 안전벨트가 몸을 조인다. 운전자의 안전을 고려한 시스템이다.
1 브라운 인테리어 / 2 모젠 센터페시아
민첩한 코너링 & 부드러운 변속감
꽉 막힌 강남대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곳곳에 에쿠스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밀집한 이곳에 종종 에쿠스가 눈에 띄는 건 이제 새로운 일도 아니다. 그만큼 비즈니스 리더들이 주목하는 차요, 가장 사랑받는 대형차란 방증이다. 이쯤 되면 ‘CEO를 위한 차’란 별명이 괜한 게 아니다. 곳곳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뒷좌석만 봐도 알 수 있다. 리무진 모델에만 적용되던 센터 보조 매트를 적용한 뒷좌석은 그만큼 행동반경이 넓어졌다. 화장 거울의 조명을 작동하면 은은하게 점등되는 ‘페이드 온(Fade on)’ 기능이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버튼 하나로 조절되는 ‘동승석 전동식 높이 조절기능’과 ‘전동식 높이 조절 헤드레스트기능’은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를 연상케 한다. 마사지 기능은 기본, 자가운전자를 고려해 ‘운전석 에어셀 타입 마사지 기능’까지 추가돼 앞뒤로 ‘피로 안녕’이다. 뒷좌석 센터에 숨어있는 쿨박스는 여름철 가장 유용한 아이템이다.
시선을 정면으로 돌리면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배열이 적절하다.
내비게이션 기능을 작동하고 운행하니 시선의 이동이 편하다. 센터페시아 중앙의 동그란 아날로그시계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다시 주행성능을 살펴보자. 무엇보다 먼저 체감할 수 있는 건 정숙성이다. 시동 후 거슬리던 엔진음이 몇 초 지나지 않아 얌전한 고양이로 변했다. 주행 중 테크니션의 재즈나 클래식을 들어도 별다른 방해요소가 없다.
국내 최초로 적용된 ‘인텔리전트 엑셀 페달(IAP·Intelligent Acceleration Pedal)’은 위험상황 감지 시 진동으로 사전 경고해 사고를 방지한다. 연비 효율이 낮은 경우에는 엑셀 페달에 반발력을 더해 경제적 주행습관을 유도하고 있다. 주행 중 핸들에 장착된 크루즈컨트롤을 작동시키면 차량 전면의 센서를 통해 앞차와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속도를 조절한다. 타이어도 주목할 만한 요소 중 하나. 지름 5mm이내의 구멍이 생기면 스스로 구멍을 메워주는 ‘19인치 셀프 실링(Self Sealing) 타이어’를 적용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반응하는 속도가 적당하다. 새로워진 엔진과 어우러진 8단 후륜 자동변속기는 제대로 궁합을 맞췄다. 일단 변속 시 충격이 현저히 줄었다. 외곽도로에 들어서 속도를 올리자 치고 나가는 힘이 묵직하다. 차가 크면 코너 돌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에쿠스의 경우 비교적 가볍고 민첩하게 반응했다.
서울 강남대로와 올림픽도로, 6번 국도를 운행한 결과 연비는 8.5㎞/ℓ가 나왔다. 20㎞/ℓ의 소형차가 즐비한 시대에 웬 낭비인가 싶지만 에쿠스의 타깃은 소형차 이용자가 아니다. 일반 대중이 아닌 특정 고객층이 타깃인 탓에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국내 대형차의 지존이자 장점이 많은 차임은 이미 분명한 사실. 이젠 세계적인 브랜드와의 대결에서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질도 중요하지만 이미지가 중요하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에쿠스의 성적표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