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카페베네, 2위 엔젤리너스, 3위 스타벅스…. 얼핏 봐도 커피전문점과 관련한 순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트렌디한 분위기로 커피문화를 주도하던 별다방, 콩다방이 뒤로 밀리고 토종 브랜드가 우위에 섰다. 업계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커피전문점 부동의 1위였던 스타벅스가 지난해 말 점포수에서 카페베네에 한참 밀려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스타벅스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대부분인 카페베네의 본사 매출을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점포수만 놓고 보면 소비자와 예비창업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가 어딘지 확실히 알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08년 4월 1호점을 내고 영업을 시작한 지 3년. 2010년 새롭게 개점한 가맹점 수 309개, 본사 매출(가맹점 제외) 약 970억원, 현재 매장 수 460개. 카페베네의 기세가 무서운 이유다.
젊은 층을 겨냥한 차별화
평일 오후 2시,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자리한 카페베네 로데오점은 들고나는 이들로 분주했다. 트렌디 생산의 첨병으로 알려진 이곳엔 주변 500m 내에 카페베네 프랜차이즈가 2곳 더 있다. 홀에 자리한 이들은 20~30대 여성과 비즈니스맨. 저마다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PC를 손에 들고 두서너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멀티족이다. 실내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인터넷 인프라가 완벽히 갖춰져 있다.
김동한 카페베네 마케팅팀장은 “소비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내 메뉴와 인테리어 등 콘셉트를 완성한 것이 소비자와 창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말한다.
카페베네는 커피전문점에 앉아 오랫동안 담소하는 한국인의 취향을 분석해 독립적인 공간 분할과 푹신한 소파 등 각 매장마다 편안함을 강조한 유럽식 카페 스타일을 접목했다. 커피는 품질 고급화를 위해 브라질 내 최대 규모인 이파네마(Ipanema) 농장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그 동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커피를 공급받아 왔다면, 이젠 생산 단계에서 품질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와 함께 서울 중곡동에 연간 240만톤 규모의 로스팅 공장을 지었다. 메뉴도 카페홍삼, 블루베리 라떼 등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브렌딩 커피를 개발했고, 스타벅스에선 다루지 않는 와플과 젤라또 등 먹을거리를 추가해 타 브랜드와 차별화했다.
여기에 다양한 문화코드도 소비자와의 소통에 한몫하고 있다. 음악방송, 재즈공연,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 인도네시아 등지의 커피농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대한민국 청년봉사단 운영 등 기획이 다양하다. 특히 방송은 카페베네의 대표적인 이벤트. 평일 오후 12~2시, 6~8시에 본사 방송팀이 송출하며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청취대상이다. 고객이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댓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연을 접수하면 방송에 반영되는 방식이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매장 밖에서도 수신이 가능하다. 현재 매일 70~80건의 사연이 접수되고 있다.
앞선 스타마케팅, PPL 주효
카페베네 각 매장마다 걸려있는 시계. 같은 디자인으로 압구정 로데오점의 시계가 오리지널이다. 프랑스 광장에 설치됐던 골동품이다.
커피업계에서 카페베네의 마케팅은 무한도전으로 통한다. 후발 토종업체가 한예슬, 최다니엘 등 톱모델을 기용해 한 해 10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자 경쟁사들은 “6개월도 못갈 것”이라며 넌지시 지켜봤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러한 무모함(?)은 회사를 이끄는 김선권 대표의 발빠른 경영과 결정에 기인한다. 김 대표는 “먼저 시장에 진입한 해외 브랜드에 비해 낮은 인지도를 빠르게 확대하려면 스타마케팅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에 종합엔터테인먼트회사 iHQ의 투자(1만주, 1.56%)를 받고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당연하게도 iHQ의 연예사업부인 싸이더스HQ 소속 연예인들이 카페베네에 자주 등장했고, 이를 목격한 이들이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한예슬, 최다니엘 등 광고모델도 싸이더스HQ 소속이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압구정동 로데오점(직영점)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로데오점은 건물 지하 1층과 지상 1~2층을 연간 16억원에 임대해 카페로 꾸몄다. 지하 2~3층과 지상 3층에 싸이더스HQ 연기아카데미가 자리한 구조다. 재미있는 점은 카페베네 매장을 통해야만 연기아카데미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 덕분에 자연스럽게 훤칠한 연예인 지망생과 연예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바 ‘물 좋다’는 소문의 전략적 접근이다.
드라마 제작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 카페베네 매장이 노출되며 ‘하이킥 커피’란 애칭을 얻었고, <태양을 삼켜라>, <크라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커피하우스>, <볼수록 애교만점>, <대물>, <결혼해주세요>, <시크릿 가든>, <아테나>, <싸인>, <마이 프린세스> 등 현재 방영 중인 인기 드라마에도 종종 카페베네 로고가 등장하고 있다.
김동한 팀장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두 주인공의 거품키스 장소로 카페베네 매장이 등장하며 간접광고를 연계한 프로모션(거품키스 이벤트)이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며 “1월 말에 방영될 드라마 <신기생뎐>과 3월 방영 예정인 <마이더스>에도 간접광고 집행을 결정해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프랜차이즈 확대, 위치 선정 노하우
직영점 중심의 해외 브랜드와 달리 가맹점 중심의 전개 방식을 택한 것도 카페베네의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우선 고객이 커피전문점을 선택할 때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중시한다는 점에 착안, 교통량이 빈번한 고급 상권의 초대형 매장과 전통적인 주요 상권을 집중 개발했다. 서울과 부산, 대전에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150여 종의 커피 부재료를 매일 배송할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했다. 물론 가맹점을 모집하며 창업상담과 준비, 사후 관리를 일원화해 본사의 매뉴얼 교육(서비스, 커피, 세무)을 이수하면 초보자도 무리 없이 운영할 수 있게 시스템화했다. 덕분에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이어진 지난해, 카페베네는 무려 309개의 매장을 신규 개점했다.
카페베네가 꼽은 커피전문점 최적의 입지 조건은 네 가지. 첫째 시내 중심가와 학원가, 대학가 등 유동인구가 많고 타깃층이 몰려 있는 지역. 둘째 주택가라면 역세권이나 버스정류장에 인접한 상권. 셋째 3000세대 이상 배후세대가 있는 지역. 넷째 식당가와 사무실 밀집 지역의 휴식공간이다.
김 팀장은 “A급 입지라면 점포에 약점이 있어도 브랜드 파워와 인테리어, 적절한 마케팅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며 “주변에 경쟁 커피전문점이 들어오는 것도 상권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호재”라고 덧붙였다.
2011년 해외 진출, 2015년 대기업 도약
매해 첫 출근 날 직원들과 시무식을 겸해 세배와 떡국을 나누는 김선권 대표는 지난 1월3일 “2011년에는 카페베네가 대한민국 1위 국민브랜드로 자리매김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며 “2015년에는 대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카페베네는 올해 연내 700호점 돌파와 세계시장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다. 우선 가맹점 확보를 위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방 점포 수 확대에 주력할 예정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대형 쇼핑몰, 복합상업시설 등이 주요 거점이다.
상반기에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 싱가포르 등에 매장을 선보인다. 올 5월 뉴욕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에 문을 여는 카페베네 맨해튼점(660㎡)은 해외시장 진출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맨해튼에서도 가장 번화한 브로드웨이와 49번가가 만나는 지역이다. 연간 임대료만 135만 달러(약 15억원)다. 카페의 본고장인 미국에 커피전문점을 역수출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김동한 팀장은 “본사 직영으로 운영되는 해외매장은 철저히 고급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해외 진출 비용을 감안할 때 프리미엄급 커피전문점으로 자리잡지 못하면 수익을 남기기 쉽지 않아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고급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카페베네는 해외 진출 계획과 함께 대우증권과 IPO(기업공개) 계약을 맺고 올해 안에 코스피 상장을 노리고 있다. 2011년 카페베네의 무한도전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