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IT 제품들의 가격은 최신 기술의 적용과 칩셋(컴퓨터 메인보드에 설치된 대규모 집적회로군) 가격에 정확히 비례한다. IT 제품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필요’가 아닌 ‘가격’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을 위한 특별한 IT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구입하기에는 너무 비싼 제품이 많아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해양심층수로 세차를 하거나 워렌 버핏과 맞고를 칠 만큼 삶이 여유롭다면 고려해 볼 만한 IT 제품을 나열해 봤다. 다만 보석 등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린 제품은 제외했다.
키보드 : 스텔스 컴퓨터 2000-IS-DT 최고급 컴퓨터를 구입했다면 이제 그에 걸맞은 최고의 키보드를 구입할 차례다. 스텔스 컴퓨터(Stealth Computer)에서 내놓은 ‘2000-IS-DT’는 부식 되지 않는 특수한 스틸 소재의 키보드로 가격은 2200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250만원이 넘는다. 제조사 말로는 영하 40℃와 영상 90℃에서도 견딜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극한 상황에서 한가하게 키보드나 두드리고 있을 여유가 있을까?
모니터 : EIZO ColorEdge CG232W 이왕 갖춘 김에 풀세트로 갖춰보자. 방송용 장비인 에이조(EIZO) 모니터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그 성능만큼은 일반 모니터와의 비교를 거부한다. 색상 재현력이 일반 모니터에 비해 4배 이상 뛰어나고, 뛰어난 명암비, 반응속도를 갖춰 정확하고 잔상 없는 화면을 보장한다. 또한 자체 컬러브레이션을 지원하고 다중 입력장치를 갖춰 다양한 환경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하지만 가격은 일반 모니터에 비해 30배 이상 비싼 1600만원선(22인치 기준). 이 모니터를 구입하면 웬만한 컴퓨터 본체를 덤으로 줘도 될 정도다.
휴대폰 : Celsius X VI II 초고가 휴대폰을 꼽으면 노키아의 자회사인 버투(Vertu)가 유명하지만 보석이 박히지 않은 일반 버투 휴대폰의 가격은 800만원에서 1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버투를 가볍게 제치며 최고가 휴대폰의 영광을 차지한 것은 2006년 설립한 프랑스의 셀시우스(Celsius)의 ‘셀시우스폰’이다. 547개의 기계 부품을 직접 손으로 조립한 아날로그식 휴대폰 셀시우스는 가격이 무려 20만 유로(약 3억원)에 달한다. 만약 통신사 약정으로 구입하려면 3대에 걸쳐 약정해야 하지 않을까.
MP3 플레이어 : B&O BeoSound 6 비싼 가격 얘기만 나오면 반드시 등장하는 덴마크의 명품 오디오 회사 B&O. 그들이 만든 MP3 플레이어 ‘BeoSound 6’가 현재 판매되는 MP3 플레이어 중 가장 비싼 80만원대다. 사실 아이팟 터치나 고급형 MP3 플레이어의 경우 가격이 50만원대에 근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BeoSound 6는 B&O 제품치고는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다.
TV : 파나소닉 TH-P103MT2 2010년 11월부터 일본에서 판매를 개시한 파나소닉의 103인치 3D PDP TV ‘TH-P103MT2’의 가격은 약 850만엔 (약 1억2000만원), 넓이 241cm와 높이 174cm로 현존하는 일반 판매용 3D TV로는 가장 큰 크기이며 가장 비싼 제품이다. 단점이 있다면 집이 좁을 경우 화면이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고, 배우의 얼굴이 너무 크게 확대돼 영화나 드라마에 몰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컴퓨터 : Ego for Bentley 데스크톱 컴퓨터는 부품의 조립개념이기 때문에 가장 비싼 제품을 찾는다는 게 무의미하다. 다만 개인이 용산 등지에서 가장 비싼 부품들만 모아 조립한다면 약 10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노트북의 경우 네덜란드의 디자인 회사 Ego가 내놓은 벤틀리 노트북이 가장 비싼 노트북으로 꼽힌다. 보석으로 튜닝하지 않았으면서도 가격이 무려 1만 파운드(약 2000만원)에 달한다. 케이스 일체형의 이 제품의 겉 표면은 자동차 브랜드 벤틀리에 쓰이는 최고급 송아지 가죽으로 마감했고, 손잡이 역시 자동차 도어 핸들 모양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하지만 성능보다는 디자인 중심의 제품으로 성능과 비례하는 노트북을 꼽자면 HP의 ‘Voodoo Envy’와 델의 ‘Alienware’ 노트북 등이 최고 사양이다. 구입 시 1000만원에 육박한다.
디지털 카메라 : 라이카 M9 티탄(Titan) M9의 가격은 1000만원에 육박하는데, 이것도 성이 차지 않은 라이카는 폭스바겐의 수석 디자이너인 발터 드 실바(Walter de’ Silva)를 스카우트해 스페셜 버전인 ‘M9 티탄’을 만들었다. 가격은 2만2000유로(약 3300만원). 풀사이즈 센서를 썼고, 티타늄 바디와 최고급 자동차에 쓰이는 가죽 10cm를 가져와서 마감했다. 라이카가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 것이 천만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