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 유료본색 줄줄이 드러내는 플랫폼 빅테크들
재난지원금도 미래 세대에 빚 떠넘기는 포퓰리즘 정책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이 남긴 명언이다. 극히 자명한 그의 이 말 한마디는 경제학적 사고의 기초가 됐다. 누구도 남에게 돈을 거저 주지 않는다. 모든 경제적 혜택에는 필연적으로 대가가 따른다. 개인의 소비, 기업의 생산과 투자, 정부의 재정지출 등 가치를 낳는 어떤 선택과 행동이든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네트워크 경제’에서도 이 같은 경제법칙이 통할까? 사실 플랫폼 기업의 형성 초기와 성장 단계에선 고객에게 ‘공짜 점심’이 제공될 수 있다. 그러나 수확의 시기인 시장 성숙기에 접어들면 빅테크(거대 플랫폼 기업)의 태도가 돌변한다. 임계점을 넘어 승자독식으로 가는 빅테크는 ‘공짜는 없다’라는 식의 ‘유료본색’을 드러낸다. 빅테크는 디지털 시장에서 약탈적 가격 전략으로 고객 끌어 모으기에 성공한다. 다음 선택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세상을 지배한다. 구글, 애플, 아마존 같은 글로벌 빅테크에서부터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국내 테크 기업까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한다. 검색, 이커머스, SNS,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는 처음에 무료로 고객을 유인한다. 고객은 한번 플랫폼 서비스에 올라타면 쉽사리 벗어나기 힘들다. 가두리 양식장에 갇힌 물고기 신세가 된다. 공짜 서비스에 중독, 습관화되는 잠금(Lock-in) 효과 때문이다. 고객이 플랫폼에서 빠져나가려 하면 비싼 전환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이 공짜 서비스를 유료로 바꾸더라도 고객은 속수무책이 되는 이유다.
구글은 고객의 사진·동영상을 온라인에 무료로 보관해주던 ‘구글포토’ 서비스를 6월부터 부분 유료화했다. 저장 용량이 15를 넘으면 돈을 받는다. 또한 6월부터 모든 유튜브 시청자는 광고를 봐야, 공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그동안 구글은 유튜브 시청자가 1명인 계정의 동영상에는 광고를 집어넣지 않았다. 고객이 동영상에서 튀어나오는 광고를 보지 않으려면 월 1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프리미엄’ 회원에 가입해야 한다. 오는 10월 구글은 인앱 결제 강제와 수수료 30% 정책도 예고했다. 인앱 결제는 고객이 모바일 앱을 이용하면서 유료 서비스를 결제할 때, 구글플레이를 통해서만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은 내년 1월부터 초·중·고교 등에 대한 무제한 사용 정책을 종료하고 유료로 전환한다. 화상수업을 실시하는 학교들은 안정성 있는 무료 플랫폼을 찾느라 비상이 걸렸다. 국내 플랫폼 업계도 유료화 깃발을 들어올린다. 택시 호출 앱 ‘카카오T’에서 택시기사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던 콜서비스가 부분 유료화됐다. 카카오T는 지난 3월 택시기사가 월 9만9000원을 내면 원하는 목적지의 콜을 빠르게 연결해주는 ‘프로 멤버십’을 시행했다. 호출 중개 서비스 전면 유료화로 가는 중간단계로 분석된다. 티맵모빌리티도 지난 4월 SK텔레콤 휴대폰 가입자들에게 제공하던 내비게이션 앱 ‘티맵’의 데이터 무료 제공 혜택을 종료했다. 이후 티맵 이용 고객들은 데이터 요금을 부담하게 됐다.
정부 보조금 또한 공짜 점심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정부가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재난지원금은 화수분에서 나오는 돈이 아니다.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면서 지금 세대에 현금을 나눠 주는 것이다. 포퓰리즘식 재정지출에 나라 곳간이 거덜 난다. 재정적자는 국채 발행으로 메워야 한다. 그리고 국채 이자를 갚고 원금을 상환하려면 세금을 더 걷어야만 한다. 또한 국채 발행이 급증하면 금리가 상승한다. 가계 부채를 늘린 서민들은 대출이자 부담에 허리가 휜다. 그래서 공짜 좋아하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우리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적 진리를 되새겨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