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재정적자 112조원, 2년 뒤 국가부채 1000조원
부자 증세·핀셋 증세·보편 증세… 재정준칙 수립을
코로나19 사태에 재정지출이 급증한다. 국민들은 재난지원금을 받아 기분이 좋겠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퍼주기식 선심성 복지비 지출의 그림자에 세수 부족이 도사리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세금이 덜 걷히는데 1~3차 추경을 통해 60조원에 육박하는 재정을 추가 지출키로 해 올해 재정적자가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게 된다. 재정건전성이 훼손되고 나라 곳간이 거덜날 판이다. 역효과와 후폭풍이 우려된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은 중기 재정운용 추진방안을 사칙연산(+-x÷)에 빗대어 제시했다. 첫째, 선제적이고 과감한 재정투자 확대(+)에 나선다. 둘째, 재정 투입 효과를 극대화(×)한다. 셋째,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넷째,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위해 민간과 역할을 분담(÷)한다. 명쾌하고 낙관적인 정책구상이다. 그러나 확대 재정이 가시적 성과를 낼지, 현실은 녹록잖다. 재정지출의 효과와 함께 재원 조달이 난제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일단 경기침체기에 금리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유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정부가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이다. 투입 대비 산출을 의미하는 재정승수 효과를 보자. IMF 분석에 따르면 ▲정부가 대규모 투자 사업을 벌이는 생산적인 공공 투자는 ▲정부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구매하는 공공 소비보다 경기를 부양시키는 효과가 크다. 이에 반해 ▲정부가 재난지원금과 같은 이전지출을 늘릴 경우 총수요를 진작하는 효과는 가장 약하다. 한계 소비성향이 높은 가계에 대한 맞춤형 이전지출 대신에 모든 국민에 돈을 똑같이 나눠주면 그 효과는 더 떨어진다. 왜냐하면 많은 가계가 자신의 소득으로 소비하던 것을 정부 보조금으로 먼저 쓰고 소비해야 할 일부는 저축으로 돌리는 대체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재원마련 문제다. 앞으로 기본소득제 도입과 전 국민 고용보험 등 복지 확대를 위해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출구조조정과 함께 비과세감면 제도 축소, 탈루소득 발굴 등으로 세수 부족을 보강한다지만 역부족이다. 세금을 더 걷든 국채를 발행하든 재정지출 부담은 국민이 몽땅 짊어지게 된다. 국채 발행은 미래 세대에 세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국가채무는 올해 840조원을 넘어 2년 뒤 10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가채무가 급증하면 대외 신인도가 추락할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023년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46%까지 올라가면 한국 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금리를 올려 민간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는 구축(crowding out) 효과로 연결된다. 재정위기로 경제 성장률이 뒷걸음질 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증세론이 불붙는다. 증세는 조세저항이 크다. 어떤 세금을 더 걷을지 좌충우돌의 논란이 빚어진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최우선 대상은 소득세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고소득층 ‘핀셋 증세’보단 국민개세주의를 원칙으로 과표구간 조정을 통한 보편적 증세가 바람직하다. 또한 증권거래세율을 낮추는 대신 주식·채권·파생상품·가상화폐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아울러 부동산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는 강화될 전망이다. 그다음 부가가치세를 더 걷기 위해 현행 10%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심지어 탄소세와 로봇세, 데이터세, 국토보유세 등 세목을 신설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밖에 법인세 최고세율 추가인상 주장까지 대두된다. 대한민국이 재정중독에 빠져 슈퍼채무국, 세금공화국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엄정한 재정준칙을 수립하는 게 확장 재정-세수 증대-국채 발행의 트릴레마를 푸는 해법의 첫 단추다.
[홍기영 월간국장·경제학 박사 매경LUXMEN 편집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