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경기부진 여파로 ‘경제의 허리’ 40대 수난
재취업 교육 역점·중년 창업지원 프로그램 강화해야
나이 40세를 불혹(不惑)이라고 한다. 세상의 유혹에 끌려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동시에 경제 활동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나이다. 40대는 한국 사회의 중심이다. 국민의 평균 연령은 41세 전후다. 직장에서는 과장, 차장, 부장급으로 승진하면서 실무를 주도하는 계층이다. 우리 삶에서 ‘인생의 황금기’는 마흔 이후 30년간이라고 한다. 라이프 사이클상 평균적으로 40대에 소득이 본격 상승해 50대에 정점을 찍고 60대에는 하락한다. 사회적으로 많은 것을 이루고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며 자녀들이 장성해 출가하는 시기다. 하지만 현실은 어둡다. 경제의 허리인 40대가 수난시대를 맞았다. 현재 40대인 1970~1979년생은 불운의 세대다. 이제 마흔 고개에 접어든 이들은 정치적으로 민주화된 시기, 경제적으로는 고도 성장기에 청소년기를 거쳤다. 그러나 행운도 잠시,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이들의 좌절과 비극은 증폭됐다. 이들은 취업을 준비하거나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간 20대에 IMF 외환위기를 겪었다. 그래서 IMF 세대로 불린다. 게다가 이들이 결혼한 후 가정을 꾸린 30대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처럼 가혹한 시련과 질곡을 겪은 40대는 또다시 경기 불황 속 집값 앙등과 자녀 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휘며 고난의 삶을 살아간다.
40대는 인구 수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일자리 밖으로 내몰리는 속도가 더 빠르다. 왕성하게 일해야 할 시기에 설상가상으로 직장을 잃는 40대 가장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내수부진 탓이다. 취업시장에서 다른 세대에 밀리고 창업전선에 뛰어든 이들은 폐업 수렁에 빠진다. 제조업과 건설, 도·소매업 등 민간 부문 침체에 40대가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셈이다. 지난해 다른 연령대는 주택 소유 가구가 늘었지만 40대만 내 집 가진 가구가 줄었다.
지난 11월 9일로 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대통령의 전반기 가장 아픈 손가락은 ‘일자리’였다. 특히 사회 핵심연령층인 40대의 고용 감소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재정투입 확대로 60대 이상 노인 단기 일자리는 크게 늘어났지만 40대 일자리는 되레 줄어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2018년까지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폭은 24만400명에 달했다. 반면 40대 취업자의 경우는 8만5500명 감소해 큰 대조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층인 40대가 고용에서 홀대를 받는 것이다.
10월 중 고용통계에서 40대 취업자는 한 달 새 2.2% 줄었다. 40대 고용률은 2년 전에 비해 1.3%포인트 하락한 78.5%에 그쳤다. 40대 실직자는 14만6000명을 넘었다. 구직을 단념하고 그냥 쉰 40대도 4만1000명에 달한다. 40대 구직단념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3월 4만6000명을 기록한 이래 가장 많았다. 직장을 나와 자영업을 시작해도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다. 지난해 사업을 신규 등록한 40대 자영업자 35만2868명 가운데 22만2117명이 폐업했다. 40대는 가정을 꾸려가는 가장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고용 악화는 한 가구의 생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들의 소비 위축은 성장을 저해한다. 인생에서 마흔은 두 번째 스무 살이다. 30대까지 전반의 인생은 후반생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40대 재취업에 활로가 열려야만 경제가 살아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0대 일자리는 투자와 수출 확대로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구조개혁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40대 재취업이 늘어날 수 있다. 중년 창업자를 교육해 사업 실패를 줄이는 프로그램도 절실하다. 40대의 경험이 청년의 아이디어와 결합되면 창업 성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퇴직·개인연금 노후소득보장 강화도 전향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