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경제위기’ 안 오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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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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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23 14:52:56
수정 : 2019.09.23 14:53:18
경제위기(Economic Crisis). 20여 년 전 IMF 외환위기로 사상초유의 대량 실업과 집값·주가 폭락에 전 국민이 홍역을 앓았던 탓에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단어입니다. 하지만 거의 10년 주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패닉(공황) 상태로 몰아가는 경제위기의 망령이 스멀스멀 되살아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국내 1위 경제월간지 매경럭스멘은 창간 9주년 특별기획으로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한국경제 위기 大진단’을 게재합니다. 대학교수, 민간 경제연구소·외국계 은행 소속 이코노미스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등 거시경제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설문결과 ‘내년까지 과거 IMF나 리먼 브라더스 사태급 대형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 전문가가 절반인 15명에 달했습니다. 나머지 15명도 이런 대형위기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한국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다는 점에는 한결같이 공감을 표했습니다. 응답자 30명 전원이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정부(2.4~2.5%)나 한은(2.2%) 전망치에 못 미치는 1.5~2.1%에 그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성장률이 2%를 초과(2.1%)할 것이라고 답한 전문가는 단 1명에 불과했습니다. 또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 경제성적표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43%가 D를, 30%가 C를 줬습니다. 잘못한 경제정책으로는 소득주도성장(30%), 최저임금 인상(10.6%), 주 52시간 근로제(10.6%) 순으로 꼽았습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사실상 1%대로 추락할 위기”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고, 규제를 혁파해 기업의 신성장산업 투자를 늘리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빅데이터로 보는 상권’ 시리즈도 창간특집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이후 확 달라진 소비지도’를 분석했습니다. 정시 칼퇴근 문화가 정착되면서 국내 주요 직장가 상권의 업종별 소비패턴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오후 5시 퇴근하는 기업도 늘어나면서 ‘6시 조기회식’이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했습니다. 또 넉넉해진 저녁시간 덕분에 직장 앞 골목상권을 떠나 인근 대형 상권으로 회식자리를 옮기는 사례도 더러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상승에 고전하는 골목상권은 오히려 영업환경이 더 나빠진 측면도 있습니다. 또 회식도 ‘짧고 진하게’ 1차로 끝내고 일찍 귀가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마시는 ‘소맥문화’가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리더스 코너에서는 국내 신약개발 선두주자인 한미약품의 권세창 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권대표는 한미약품의 신약개발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R&D(연구개발) 사령탑이라고 보면 됩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상반기 내내 코오롱 인보사 사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 한미약품의 일부 기술수출 권리반환 등으로 이른바 ‘고난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르면 연말께부터 임상에서 성과가 기대되는 신약들이 더러 있다며 조심스럽지만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권 대표는 “한미약품도 현재 30여 개에 이르는 신약들을 개발 중”이라며 “창립 50주년인 2023년까지 2~3개의 글로벌 혁신신약을 내놓는게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매경럭스멘은 또 10월호에 야권의 잠룡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지사를 인터뷰했습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범보수 야권의 대통합 여부가 관심사로 등장한 가운데 원 지사도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아직 무소속 상태인 원 지사는 “중앙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은 도정에 집중할 뿐”이라며 총선 출마설에 애써 말을 아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공수처는 ‘민변 출신 검사’ 일색이 될 게 뻔해 현정권 내 출범은 분명히 반대한다”며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서는 대통령 인사권을 버리고 법원 산하기구로 둬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학동기인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공개 반대하고, 정치현안 언급을 늘리는 것을 보면 중앙무대 복귀가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설진훈 매경LUXMEN 편집장]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9호 (2019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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