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전월세 대책을 보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과연 정책의 목표가 무엇이며 정책의 수혜대상은 누구이며, 정책의 방향이 무엇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섣부른 정책 발표와 예상하지 못한 시장 참여자들의 반발, 정부의 수정 보완 대책 발표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의 연이은 전월세 대책들이 현재 우리나라 전월세 시장에서 가장 심각하고 세입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문제들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정부의 대책들은 전세가격의 급등을 막지 못하고 있다. KB 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전국의 전세가격은 정확히 2009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60개월째 상승 중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언론이 80주 연속 상승만 강조하고 있어서 오히려 역대 최장기 전세가격 인상의 심각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전세대책에서는 적극적으로 전세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으며, 결국 전세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막지 못했다.
둘째, 정부의 대책들은 급격한 월세화를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 전체가구 중 14.8%에 불과했던 월세가구의 비중이 2010년에는 21.4%로 급증하여 전세가구 21.7%와 비슷한 수준이 되었고 그 비중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월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세입자들은 전세주택일 때보다 훨씬 많은 주거비를 부담하고 있다.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전환율은 고가주택일수록, 아파트일수록 낮고, 저렴한 주택일수록 원룸이나 다가구주택일수록 높다. 월세화 될 때 저소득층이 가장 고통을 받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월세화를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정부의 대책들은 가장 취약한 주거 약자를 우선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전월세 대책은 자가주택 촉진정책이나 민간임대주택 활성화에 맞추어져 주거약자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행복주택으로 대표되는 공공임대주택은 당초 계획보다 축소·지연되고 있으며, 주택바우처는 기존의 주거급여의 대상자를 약간 늘려 추진될 예정이다. 세액공제를 위주로 한 월세입자 지원 대책은 소득이 낮아 세금조차 내지 않는 월세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전월세 대책의 오류는 잘못된 문제 진단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정부는 2009년 1·13 대책 때부터 전세가격 급등의 원인을 주택매매시장의 침체에서 찾았다.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전세가격이 급등한다고 보았다. 그동안 정부의 전월세대책은 사실상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이었지만, 전세가격은 잡지 못했고 월세입자들의 부담이 줄지도 않았다. 1980년대 말, 2000년대 초, 2000년대 중반 주택가격 급등기에 전세가격도 여전히 올랐다. 매매가격보다 상승률이 낮고 시차가 있었을 뿐 전세가격을 하락시키지는 못했다. 전월세 대책의 또 다른 오류는 전세를 폐기되어야 할 전근대적인 임대차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26일에 발표한 정부의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에는 전세의 월세화를 주택임대차제도의 선진화로 보고 있다.
준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지원 확대나 고액전세에 대한 정부 지원 축소,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 월세 세액공제로 전환 등의 대책들은 모두 전세의 월세화를 촉진하는 정책들이다.
전세는 분명 전 세계에서 유일한 임대차방식이지만, 임차인과 임대인에게 모두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로서 나타난 독특한 수단이다. 임차인에게 전세는 자가주택으로 가는 징검다리이자 희망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