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안티 클라시코의 바론 리카솔리 와이너리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 된 최고의 와인 가문으로 꼽히고 있다. 1141년 피렌체 공국이 카스텔로 브롤리오 영지를 리카솔리에게 준 이후 그 땅에서 포도를 재배하며 와인을 생산해왔기 때문이다.
브롤리오는 피렌체와 시에나 사이에 있는 전략적 요충으로 토스카나 지배를 꿈꾸는 피렌체나 시에나 공국의 격전지이기도 했다. 그만큼 늘 전쟁의 위협을 받아왔고 2차 대전 때조차 포격을 당한 곳이다.
그 힘든 곳에서 리카솔리 가문은 끊임없이 성채를 보수하며 영지를 지켜왔다. 그렇게 이어온 땅이 1200ha나 되고 그 가운데 240ha가 포도원이다. 이탈리아 와인의 중심으로 일컬어지는 키안티 클라시코의 가장 큰 와이너리로 남은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연말 한국을 찾은 바론 리카솔리의 프란체스코 리카솔리 사장은 “내 선조는 키안티 클라시코의 지주였다. 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와인 블렌딩을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키안티 지역은 이탈리아의 간판 포도 품종인 산지오베제로 유명한 곳인데 그 중에서도 키안티 클라시코는 핵에 해당하는 곳이다.
1993년부터 리카솔리의 사장을 맡아온 그는 “지난 10년 동안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다. (포도 찌꺼기 등을) 100% 재활용하는 등 올가닉 지향의 와인을 만들어 왔다”고 소개했다. 그만큼 떼루아의 특성을 살린 와인을 낸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우리의 뿌리는 산지오베제다”면서 “올바른 사람이 올바른 지역에서 올바른 품종으로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든다. 새로운 셀러에서 새 오크통으로 와인을 만드는 것도 그래서다”라고 설명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그는 최고 와인을 낸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산지오베제라고 다 같은 게 아니란 얘기도 덧붙였다.
“이탈리아엔 70여 종의 산지오베제가 있다. 기후와 온도 고도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시음에 앞서 그는 “우리 와인들은 모두 어느 정도 공기와 접촉해 열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키안티 클라시코의 특성이 반영된 강인한 와인들이란 설명이다.
바론 리카솔리의 와인들토리첼라 샤도네, 토스카나 : 이 와이너리의 유일한 화이트 와인. 높은 산도 때문에 신선하고 미네랄이 살아 있으며 파워풀한 느낌을 주었다. 2010 빈티지는 살짝 단맛이 나면서도 올리브와 향신료향이 강하게 나왔다.
키안티 델 바론 리카솔리 : 전형적 키안티의 특성이 살아 있는 와인으로 강한 향신료 아로마가 특징. 입에 머금으면 잘 녹아든 타닌이 부드럽게 다가오며 향신료의 맛이 살아 있다.
브롤리오 키안티 클라시코 : 석회암 지대 특유의 미네랄 향미가 느껴지는 와인. 잔에 따랐을 때 허부와 향신료 아로마가 부드럽게 다가왔다. 끈적끈적한 느낌이 들 만큼 농축미 강하고 산도도 높은 편.
로카 기치아르다 키안티 클라시코 DOCG리제르바 : 리카솔리 가문 포도원 중 가장 뛰어난 토지에서 난 포도로 만든 와인. 후추 등 향신료 향이 풍기는데 농축된 과일의 맛과 향신료의 풍미가 잘 조화를 이뤘다.
꼴레 디 라 키안티 클라시코 : 리카솔리가 생산하는 3대 크뤼 와인 중 하나로 농축된 과일의 향이 적절한 타닌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한 와인이다.
까살페로 토스카나: 리카솔리의 3대 크뤼 와인으로 보르도 주품종인 메를로로 만들어 리카솔리의 도전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특유의 과일향이 살아 있는데 부드러운 향신료 아로마가 아주 잘 녹아든 느낌을 주었다.
카스텔로 디 브롤리오 빈산토 키안티 클라시코 : 토스카나 토착 품종인 말바시아 포도를 말려 양조한 디저트 와인. 살짝 붉은 빛이 도는 갈색을 띠고 있다. 북유럽 플럼주와 캐러멜의 아로마가 나는데 달콤한 맛 속에 감초와 당귀 향이 살짝 풍겼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