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반년이 지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올 때마다의 기대겠지만 삶이 점차 나아지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에 비해 이번 정부도 그리 썩 잘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정치, 외교, 사회 등 여러 국정분야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경제가 나아지고 있지 못한 점이 크게 실망스런 부분이다. 특히 국민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시장이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4.1 부동산종합대책은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 경제정책으로 시장의 관심을 크게 모았으나 불과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정책의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최근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4.1 대책이 발표되기 전인 3월 말에 비해 0.43%나 하락했으며 지난달 취득세 감면혜택의 종료 이후 매수 심리가 얼어붙어 거래뿐만 아니라 매수 문의조차 종적을 감춰 말 그대로 거래절벽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비해 전세가격은 급등하고 있어 과연 대책의 이름과 같이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이란 정책 목표에 얼마나 가까이 갔는지 의문시 된다. 부동산 대책뿐만 아니라 금리인하 등 발표된 경제정책마다 별다른 효과가 없어 정부의 정책 수행 능력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까지 겹쳐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 경제전망 또한 답답한 현실이다.
4.1 부동산대책을 실패로 단정 짓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추가적인 대책 없이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당초 정부가 대책을 발표할 때에는 기존 대책과는 차별화된 포괄적인 정책으로 시장의 기대가 많았었다. 그러나 의욕만 앞세운 정책의 성급한 발표는 시장의 높아진 기대에 비해 성과를 나타내기에 여러 가지로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다. 예컨대 대책의 상당부분이 법률개정 등 정치권의 동의가 요구되는 내용이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합의도 개정도 원활히 진행된 바가 없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의 첫 정책인 만큼 의도한 대로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사전에 충분한 의견조율이 있을 필요가 있었으며 아니었어도 정치적인 역량을 총동원해 야권의 협조를 유도할 능력을 보였어야 했다.
한편 부처 간의 협조 또한 원활치 않아 시장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취득세 감면 연장과 관련한 논의가 시작돼 국토부 장관이 부동산 관련 세제의 전면적인 개편을 시사했을 때도 관련 부처와의 조율이 선행돼야 했다. 장관의 의견은 정책방향에 대한 시장에 중요한 시그널을 주는 것으로 일반 학자의 무책임한 의견과는 무게감이나 책임이 크게 다르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적으로 진행될 때 시장의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나 기대감이 크게 손상될 우려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시장에 대한 정부의 역량이 역부족이라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의 범위 및 수단이 점점 제한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4.1 대책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인식됐던 점은 단기적인 정책에만 한정하지 않고 시장의 수요와 공급과 관련해 장기적인 대책이 제시됐던 점이다. 기존 반시장적인 정책의 반복으로 시장을 왜곡해왔던 부작용을 감안할 때 학자출신의 장관인 만큼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관심이 높았던 것이다. 최근 전세가 급등한 문제 또한 시장원리를 적용하면 정책의 방향은 크게 단순화될 수 있다. 국민들의 절반 가까이가 전세로 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공급원인 다주택 보유자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한 규제가 지속되는 한 전세입자들의 부담 또한 지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민들의 주거복지를 개선하는 차원에서도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 등을 폐지하는 한편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가능하도록 시장을 유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주택시장 회생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수차례 시도를 통해 점검된 만큼 정부가 단기적인 대책으로 시장을 전환시키기에는 힘이 든다는 점을 인지하고 장기적으로 보다 건전한 시장 시스템으로의 체질개선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