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에 날아든 중국발 AI 쇼크가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개방형 AI 모델이 촉발한 파괴력 때문이다. 저비용·고효율을 앞세운 딥시크의 등장은 AI 시장의 판을 흔들었다. 챗GPT 같은 기존 강자들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딥시크-R1이 공개된 지 2주만에 오픈AI는 ‘딥리서치’를 발표했다. 챗GPT-o3-미니도 무료로 풀었다. 구글도 ‘제미나이 2.0’을 내놓으며 경쟁에 가세했다.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프랑스 미스트랄AI는 초당 1000단어를 답하는 AI 어시스턴트 ‘르챗’으로 격전에 뛰어들었다. 일론 머스크도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AI’라며 그록3를 전격 발표했다. AI 경쟁이 단순한 기술 싸움을 넘어 시장 질서를 흔드는 양상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폐쇄형 모델이 AI시장을 지배했다. 이제 개방형 AI가 힘을 받는 추세다. AI 패권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중국 AI산업 성장을 견제하려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막았다. 그러나 중국은 제재를 뚫고 자체 AI 모델을 개발해냈다. 소스코드를 공개해 충격은 더 컸다. 오픈AI와 구글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신뢰성이다.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칩을 몰래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개발비를 축소 발표했다는 의구심도 나온다. 경쟁사들이 뒤를 캐지만 결정적 증거는 없다. 그러는 사이에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오픈AI조차 폐쇄형 전략을 수정해 소스코드를 일부 공개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었다”고 한 건 의미심장하다. AI 시장이 개방형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기존 강자들도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다.
AI는 이제 특정 기술을 넘어 미래 산업을 좌우할 핵심 동력이 됐다. 개방형 AI 모델이 확산하면 활용 여부에 따라 기업 간 격차가 더 벌어진다. 기술을 선점한 기업만이 살아남아 성장할테니.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AI 기업에 비해 자본력과 기술 축적에서 밀린다. 하지만 개방형 AI 확산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초기 비용을 줄이면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커서다.
한국 기업들은 응용 시스템 개발과 특정 AI 솔루션 구축에 강하다. 그러니 자체 모델 개발에 연연하기보다 오픈소스를 최대한 활용해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다만 특정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게 잘 변형해 독자적 기술 스택을 구축하는 게 필수다. 다양한 오픈소스 모델을 실험하며 전략을 짜야 한다.
중국은 벌써부터 AI를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에 접목하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BYD는 딥시크 AI를 탑재한 완전자율주행차 출시를 예고했다. 로봇업체 유니트리는 인간과 함께 춤추는 휴머노이드를 선보였다.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산업 전반을 바꾸는 핵심 기술이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로봇 등에서 중국에 뒤지지 않는다. 이런 산업 분야와 AI 기술을 융합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러려면 개방형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변화에 적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지금이 기회이자 시험대다. 관건은 속도와 자율성이다. 글로벌 AI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장종회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4호 (2024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