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이 틀렸다. 콩쿠르 수상으로 인한 대중의 관심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외신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음반·공연 의뢰도 쇄도하고 있다.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파이널라운드 연주(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는 업로드 두 달 만에 조회 수 715만 회, 댓글 1만1900여 개, 좋아요 13만 개를 달성하고 날마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가 외우다시피 읽었다는 고전 단테의 <신곡>은 재고가 동났고, 연주회 티켓은 매진된 지 한참이란다. 전 세계를 강타한 임윤찬 신드롬은 이제 시작이다.
무엇보다, 그의 연주 영상들에 달린 수많은 댓글들을 보면 우리 시대 진정한 클래식 스타의 탄생을 목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뽕’에 취한 한국인들만의 찬사가 아닌, 전 세계 팬들이 보낸 추앙의 댓글 일색이기 때문이다.
왜 이처럼 임윤찬을 추앙할까.
지휘자와 중계해설자까지 눈물을 훔치게 만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실력이 그 첫 번째 이유인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천재적 재능에도 자만하지 않고 연주에만 몰두하는 지독한 노력파의 남다른 성실성도 임윤찬을 추앙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그는 매일 12시간, 새벽 4시까지 연습하는 지독한 연습벌레다. 세계적 권위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60년 역사상 최연소 수상에 3관왕까지 거머쥐었으니 우쭐할 법도 한데 그는 “음악 앞에서는 아직도 학생”이라며 “다시 연습에 몰두하겠다”고 했다.
한창 모든 것에 관심 많을 나이지만, 그 흔한 게임이나 유튜브도 가까이 하지 않고 일상적인 관심사는 다 끊고 산다. “옛날처럼 고립된 환경에 있어야 좋은 음악을 탄생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내면에 침잠하는 완벽주의자인 그에게 ‘시간여행자’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이처럼 철저한 자기 단련과 절제를 통해 얻은 음악의 힘에 대한 경외감이 그를 추앙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다.
그리하여, “바흐에게 영혼을 바치는 기분으로 연주했다”는 그의 말을 듣고는 자문하게 된다. ‘우리는 언제 한 번이라도 영혼을 바치는 기분으로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노력해본 적이 있는가.’
그가 음악, 인생을 대하는 태도는 이처럼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 돈을 벌거나 커리어 패스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고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 치며 사는 것이 꿈”이라는 그는 천재, 신동이라기보다 마치 베토벤과 소크라테스를 합쳐놓은 것처럼, 음악가이자 철학자요, 인생의 진리를 좇는 구도자 같다.
“마음속에 나쁜 생각을 품으면 음악이 나빠지고,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연주를 하면 음악에서도 진심이 느껴지게 되는 게, 음악의 정말 무서운 점이다…. 음악가로 살아온 인생이 연주에서 모두 드러난다고 생각하기에 항상 따뜻한 마음이 중요하다.”
18세 임윤찬이 108세 철학자 같다고 한 외신의 평가가 절로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그의 예술과 인생에 대한 자세가 우리로 하여금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 임윤찬을 추앙하게 하는 이유다.
이제 다만, 그의 앞날이 주변의 손을 타지 않고 오로지 예술적인 고뇌 속에서 더욱 충만해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