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세계질서
레이 달리오 지음/ 송이루·조용빈 옮김/ 한빛비즈
경제, 정치, 역사는 반복돼왔다. 하지만 직접 겪지 않은 일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일정한 형태로 역사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그런 일이 발생하리라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를 공부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선택과 투자를 하게 된다. 레이 달리오는 지난 500여 년간 대부분 국가에서 빅사이클이 반복돼왔다고 설명한다. 사이클은 반복되는 만큼 과거를 제대로 공부해야 지금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레이 달리오는 예측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로 역사가 남긴 데이터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위대한 제국들의 흥망성쇠 속에서, 심각한 빈부 격차와 정치적 가치관의 양극화로 발생한 갈등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강국과 기존 강국 사이에서 일정한 일이 반복됐다. 그는 이것을 ‘빅사이클’이라고 불렀다. 빅사이클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생활수준이 대폭 향상되는 평화롭고 풍요한 시기, 부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벌어지며 생명이 파괴되는 불황기, 폭동과 전쟁이 발생하는 시기로 이뤄진다.
빅사이클 초기에는 부의 분배가 불공평하게 발생해 소수가 막대한 부와 권력을 보유하고 사회를 통제한다. 불균형 상태가 지속되다 불황이 찾아와 소외계층이 타격을 입게 되면 혁명이나 내란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고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된다. 빅사이클 외에도 장기 부채 사이클, 단기 부채 사이클 등 작은 사이클이 있으며 이 작은 사이클 안에 또 다른 사이클이 존재한다. 통상 특정 국가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간은 150~250년이고 경제, 부채, 정치 사이클은 50~100년간 지속된다.
그가 꼽은 앞으로 10년간 가장 중요한 역학 관계의 변화는 단기 부채·통화·경제 사이클, 내부 정치 사이클,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고조와 상호 의존도 감소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신용을 창출해 일으키는 통화 사이클은 2008년 시작돼 대대적인 부양 정책으로 이어졌다. 그는 책 출간(2021년 11월) 후 약 4년 뒤 침체가 올 것이며, 커다란 위기도 약 5년 뒤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동시에 경기 침체가 발생하는 즉시 중앙은행이 또다시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 것으로 예상한다. 이로 인해 통화 가치 훼손이 더 우려된다고 덧붙였다(하지만 1년 뒤 전쟁이 일어났고, 미국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50년을 통해 달리오가 얻은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시장과 인생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진화가 빚어내는 상승세에 베팅하되, 그 과정에서 맞닥뜨릴 사이클과 충돌에 무너질 정도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베팅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메시지는 상징적이다. “누구나 틀린다는 가정에 근거해 베팅하는 법을 익히라.” 분산 투자의 달인다운 결론이다.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하는 날
노구치 유키오 지음/ 박세미 옮김/ 랩콘스튜디오
세계 경제대국 2위였던 일본이 심각한 위기 단계에 이른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전망과 이를 대비할 방법을 내놓는 책이다.
경제학자인 노구치 유키오는 일본 정부가 예측한 ‘2031년까지 실질 2% 성장’이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며, 한국·중국·대만 등에도 밀려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는 아베노믹스의 엔저 정책이 일본을 빠르게 가난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엔화 약세로 손쉽게 이익이 늘어나 신기술 개발과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결과적으로 임금도 상승하지 않은 탓이다. 이를 ‘마약 같은 엔저 효과’라고 부른다.
책에서는 구매력과 빅맥 지수, 고도 교육력, 디지털화 등 다양한 면에서 일본의 장기 정체 원인을 분석하고, 경제 전반에 걸쳐 고도 서비스 산업 성장과 새로운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주문한다. 생산성 향상을 방해하는 규제의 완화·철폐, 행정 절차의 디지털화, 대학에서의 기초연구와 인재 육성 등의 대안도 함께 제시한다.
새뮤얼슨 vs 프리드먼
니컬러스 웝숏 지음/ 이가영 옮김/ 부키
케인스주의자였던 폴 새뮤얼슨과 시카고학파의 대표 학자였던 밀턴 프리드먼 사이에서 벌어진 학문적 대결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새뮤얼슨과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해결책, 정부가 시장에 얼마나 개입해야 하는지 등의 쟁점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뉴스위크’의 편집국장 오즈번 엘리엇이 새뮤얼슨과 프리드먼을 필자로 영입했고, 두 학자가 번갈아가며 칼럼을 기고해 이루어진 논쟁은 18년간 이어졌다.
새뮤얼슨은 정부가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정책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한 반면, 프리드먼은 자유 시장의 힘이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며 작은 정부를 지향했다. 독자들은 시장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 완전히 다른 견해를 보인 이들의 대결을 따라가면서 20세기 후반 경제적 이슈들과 정치적 사건들을 이해할 수 있다. 또 이 논쟁은 팬데믹 위기에 놓인 지금의 상황과 미래를 전망하는 데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제공한다.
소니 턴어라운드
히라이 가즈오 지음/ 박상준 옮김/ 알키
4년 연속 적자에 시달렸던 소니를 ‘턴어라운드’시킨 히라이 가즈오가 자신의 경영철학을 전한다. CBS소니에 입사해 음악 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게임 분야를 거쳐 소니가 몰락 위기에 놓인 2012년 CEO로 부임해 6년 뒤 역대 최고 실적을 이루어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KANDO(감동)의 추구’, ‘아픔을 동반한 개혁’, ‘양에서 질로’의 세 가지 키워드로 그가 추진해온 소니의 턴어라운드를 되돌아본다.
그는 CEO로 재임하는 동안 전 세계 70여 개의 거점을 돌며 임직원들과 소통하면서 회사가 가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항상 다른 식의 견해나 사고방식을 접하고 경영방식에 접목하기 위해 자유롭게 이견(異見)을 부딪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 특히 리더가 최종 결정을 직접 내리고, 고된 일을 자처하면서 책임을 진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모든 일에 앞장서면서 팀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낸 그의 이야기는 어떤 조직 문화와 리더십이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지 보여준다.
컨버티드: 마음을 훔치는 데이터분석의 기술
닐 호인 지음/ 이경식 옮김/ 더퀘스트
구글의 최고 데이터 분석 전략가로 활약한 닐 호인이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고 성과를 내는 법을 알려준다. 책에서 그는 ‘모니터 뒤에 사람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보이지 않는 고객에게 대화를 걸고 관계를 쌓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데이터 분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발견하고 고객 관계를 강화하면서 이들을 사업을 지탱할 강력한 구매자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조회 수, 클릭률을 넘어 실제 매출로 이어지게 하는 과정을 ‘컨버티드(converted)’라고 한다.
저자는 고객 경로, 행동과학부터 마케팅, 제품 개발, 머신러닝까지 모든 디지털 마케팅 영역에서 항상 사람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화, 관계, 발전이라는 세 개의 장에 걸쳐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자신이 구글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운 노하우를 이야기한다.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를 설정하는 법, 고객생애가치(CLV)를 측정해 양질의 고객을 선별하는 법, 구매전환율을 높이는 법 등을 상세히 설명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