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디지털 산업의 쌀이다. 데이터는 정보재(information goods)이며 지식자산(knowledge asset)이다. 양질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AI)이라도 학습, 추론, 분석, 예측 등 제 기능을 못 한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 정책 일환으로 ‘데이터 댐’ 사업을 전개한다. 누구나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모두를 위한 데이터’가 현실화한다. 데이터 수집·가공·분석·거래를 강화하고 AI 융합을 활성화하는 데이터 기반 경제를 만드는 것이다.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이 2022년 1월 53개 금융사에서 전면 시행된다. 마이데이터는 개별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개인 금융정보를 한데 모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개인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정보를 적극 관리하고 신용, 자산관리에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등 데이터 3법 개정으로 2021년 8월부터 개인 동의를 받아 금융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마이데이터 사업 기반이 마련됐다.
예금·대출 내역, 주식 잔고, 보험 계약, 카드 사용, 세금·연금 납부 등 개인의 모든 금융거래는 발자국(데이터)을 남긴다. 공공·민간 데이터를 통합해 원활하게 활용하면 정보비대칭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는 동시에 금융혁신이 촉진되며 금융소비자 경험이 증대된다. 금융정보 통합조회, 자산·재무분석, 수입·소비·지출 관리, 생애재무설계, 투자정보, 각종 포인트 현황, 최적 금융상품 추천 등 고객에게 편리한 ‘포켓금융’ 환경이 조성된다. 또한 금융소비자의 선택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강화된다. 그리고 극소수 고액 자산가만 누리던 맞춤형 자산관리 및 재무컨설팅 서비스 문턱이 낮아진다. 마이데이터는 오픈뱅킹을 디딤돌 삼아 발전한다. 금융계좌 연결을 통해 고객 가치를 높이는 ‘오픈뱅킹’은 약 2년 전 시행됐다. 오픈뱅킹(오픈 파이낸스)은 개인이 모바일 앱에서 거래하는 모든 은행(금융사) 자금을 편리하게 조회하고 저렴한 수수료로 이체, 송금할 수 있는 제도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2월 15일 “더 나아가 개인화된 금융·생활서비스를 제공받는 나만의 공간개념으로 ‘마이플랫폼’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집 계약·차 구매·쇼핑·배달 등 비금융 생활서비스 기능을 추가한 맞춤형 디지털 플랫폼 구상이다. 이에 따라 금융혁신 플랫폼 생태계가 활성화할 전망이다. 빅뱅크와 빅테크 간 슈퍼 앱(super app) 주도권 경쟁은 점점 치열해진다.
12월 1일 17개 금융사가 마이데이터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도처에서 암초가 등장한다. 협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시스템 보완 등 준비가 미흡한 탓이다. 모두가 혁신을 외친다. 그러나 정보 제공 범위를 놓고 금융사와 핀테크 간 이해가 충돌한다. 카드사는 고객의 ‘매입 취소’ 내역을 핀테크 기업에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 정보 전송은 주계약 기준 1년 이상 인보험만으로 한정된다. 실손 보험금 청구와 같은 의료 데이터 공유는 절실하지만 갈 길이 멀다.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 청소년은 각종 규제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
개인정보 보안 시스템은 필수다. 금융사 간 원활하게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API 방식)도 안정화해야 한다. 부정확한 정보가 금융사에 전달되거나 고객이 필요한 정보를 받지 못해서는 곤란하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은 12월 14일 “디지털 전환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과제”라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고객 편의성 제고-프라이버시 보호-금융혁신과 경쟁 촉진 등 트릴레마(3중 상충문제)를 해결해야 순항할 수 있다. 남보다 늦게 변화하겠다는 보신주의를 타파하고 전향적인 자세로 이해상충을 조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