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자인 A씨는 2015년 미국 체류 중에 미국 법인에 컨설팅 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5억원을 수령하여 미국 은행 계좌에 예치하여 두고 주식 투자를 통해 운용하고 있다. A씨는 그중 일부를 미국에 유학 중인 자녀의 생활비로 사용하였고, 현재는 5억원 정도가 남아 있다. A씨는 위 용역대가에 대해 국세청에 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았는데 최근 언론 보도로 국가 간 조세 정보교환이 활성화되고 있고 해외금융계좌도 신고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위 사례는 가상의 예이지만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가령, 오래전부터 스위스 소재 은행에 예금을 보유하다가 동 예금을 국외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증여하였는데 해당 계좌 정보가 한국 과세당국에 통보된 경우가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은행의 고객정보를 강하게 보호해 오던 스위스, 홍콩 등이 국제적 논의를 거쳐 국가 간 정보교환을 통해 금융정보를 타국 정부에 제공함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 세법은 국내 거주자의 경우 소득을 전 세계 어디에서 얻었는지를 불문하고 이에 대한 소득세 납세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국내 거주자들이 해외에서 번 소득에 대한 과세권 확보를 위해 국외 과세정보의 수집 필요성이 커졌으나 관할권의 제한으로 인하여 이를 획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2010년 도입된 것이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FFAR·Foreign Financial Accounts Reporting)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도 모두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FFAR제도 시행 초기인 2011년에는 525명이 11조5000억원을 신고했는데, 2020년에는 2685명이 총 59조9000억원을 신고하여 제도 시행 10년 만에 신고인원은 411%, 신고금액은 421%가 증가하였다. 국세청은 FFAR 위반으로 2020년 말까지 63명을 형사고발하고 7명의 명단을 공개하였다. 이와 같이 과세당국의 역외탈세(Offshore Tax Evasion)에 대해 강력한 근절 의지와 국제적 공조라는 흐름에 따라 FFAR제도는 적용 범위가 확대되었고 제재도 강화되어 왔으며 이러한 경향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FFAR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바, 동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FFAR제도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국내 거주자 및 내국법인은 전년도 중에 보유한 모든 해외금융계좌 잔액의 합계액이 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라도 5억원을 넘는 경우 대상 계좌 정보를 그해 6월 말까지 신고해야 한다. 여기서 거주자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둔 개인을 말하는데, 주소는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및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판정된다.
해외금융회사에 개설한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모든 금융자산이 신고대상인데,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서학개미’들은 국내 증권회사에 계좌를 두고 있어서 신고대상에서 제외된다. 신고대상에는 예·적금뿐만 아니라 주식(주식예탁증서 DR 포함), 채권, 펀드, 파생상품, 보험상품 등이 모두 포함된다. 가상자산의 거래를 위해 해외가상자산사업자에 개설한 계좌는 2022년 1월 1일 이후 신고의무가 발생하는 분부터 신고대상에 포함된다. FFAR상의 신고의무를 위반한 경우 그 미(과소)신고금액의 10~20%에 상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되며, 위반금액 출처(Source)에 대해 미(거짓)소명 시에는 추가로 20%에 상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리고 미(과소)신고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통고처분 또는 형사처벌을 받거나 위반자의 인적사항 등이 공개될 수 있다.
FFAR제도의 실효성은 최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 간 정보교환제도를 통해 강화되고 있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스위스·싱가포르·홍콩 등 총 102개 국가 및 지역과 금융정보 자동교환을 시행 중이다. 올해부터는 다자간 금융정보 자동교환(CRS) 제도를 통해 총 110개국으로부터 금융정보를 받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미국으로부터는 개인의 경우 한미 금융정보 자동교환(FATCA) 제도를 통해 연간이자 10달러 초과 예금계좌 및 미국원천소득 관련 기타 금융계좌를 대상으로 해서 계좌보유자 정보, 계좌번호, 이자·배당소득, 기타원천소득에 관한 정보를 받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법원 명령 등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객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금융비밀주의를 지켜온 스위스와 같은 국가들도 ‘다자간 금융정보교환협정’으로 금융비밀주의를 포기하였으며, 이에 따라 ‘숫자 계좌(Numbered Account)’에 관한 정보까지도 교환되고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FFAR 위반행위를 적발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보하는 경우 20억원을 한도로 포상금까지 지급한다고 하니 국외 과세정보가 과세관청에 제공될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 은행 등 계좌를 통해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FFAR 신고대상인지를 면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해외금융계좌 중 본인 명의에 의하지 아니한 계좌, 즉 차명계좌 등 그 계좌의 명의자와 실질적 소유자가 다른 경우 명의자와 실질적 소유자 모두 신고의무가 있고, 공동명의계좌인 경우에는 공동명의자 각각에게 신고의무가 있다. 명의자와 실질적 소유자 또는 각 공동명의자는 계좌잔액 전부를 각자 보유한 것으로 보고 신고기준금액 5억원이 넘는지를 계산하여 신고대상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특히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해외금융계좌에 대한 신고는 동시에 해외금융계좌로부터 발생하는 국외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이 세원으로 포착되어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 법인세 등 관련 세금에 대한 신고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며, 해당 계좌의 자금 원천(Source)에 대한 검증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하여야 한다.
각국 정부는 역외탈세에 대한 과세권 확보를 위해 FFAR제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고 각국 과세당국 간 정보교환 등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더욱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제도 이해 부족으로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관련 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상황에 따라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해볼 일이다.